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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4. 01:18 책에서 발췌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1997, 보리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 1992)

 

 

<10쪽>

간디는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사물을 관찰하고 탐구하면 할수록 헤어짐에서 오는 슬픔이 아마도 가장 큰 망상이라고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망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유롭게 됩니다. 우리가 친구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들 속에서 우리가 보는 실체 때문인데도 우리는 잠깐동안 그 실체를 덮고있던 껍데기가 사라지는 것을 한탄합니다.  실체의 죽음, 실체와 이별하는 일은 없습니다. 진실한 우정은 겉껍질이 사라진 뒤에도 그 실체를 만나고 지켜갑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은 1세기에 티아나Tyana의 아폴로니우스Apolonius가 남긴 기록에서도 발견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 말고는 어떤 것도 죽지 않는다. 본질에서 자연계로 건너가는 것은 탄생이요, 자연계에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은 죽음처럼 보일 뿐이다. 실제로 창조되거나 사멸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다만 눈에 보이거나 안보이게 될 뿐이다."

 

<16쪽>

사실 이 책의 제목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의 첫 단어 'Loving' 다음에 쉼표를 찍어야 한다. 최선의 삶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삶에 들어있는 그 특유의 변할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사랑loving이기 때문이다.

 

<17쪽>

스물네 살 때 아버지의 부탁으로 우연히 하게 된 전화통화가 두 번째 만남을 이루게 했다.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던 지역모임에 스코트 니어링이 나와서 연설해 주도록 부탁하게 했던 것이다(아버지가 뒷날 이때 일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전화통화에서 그 사람은 오래 전에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던 여자아이를 기억해 냈다. 유니테어리언(삼위일체설을 부정하고 신의 단일성을 주장하는 그리스도교의 한 분파) 교회모임에서 강연해 주기로 승락한 뒤, 스코트는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유럽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한 일과 인도여행, 호주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말해 주었다. 우리는 얼마동안 전화로 얘기했다.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좋았다. 따뜻하고 힘이 있었으며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 주말에 그 사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 뉴욕 북부로 가는 심부름 길에 같이 드라이브를 하자고 요청해 온 걸 보면 그쪽에서도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동행길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가을빛을 즐길 수 있었다. 스코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새로 사귄 젊은남자와의 멋진 데이트약속을 취소했다. 그 주말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같이 간 북부지방의 드라이브 길에서 나는 이 박식한 교수와 근사하고 지적인 대화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는 이론을 펴는 대신 질문을 했다. 어떤 면에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에게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제공해주는 사려깊은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주었다. 친절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말투, 꾸밈없는 수수함이 좋았다.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체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정령을 믿어요?'하고 묻기까지 했다. 나는 그 사람의 호기심 많은 눈을 마주하면서 이 사람은 대체 어떤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네, 항상 믿어왔어요. 당신은요?" 하고 되물었다. 우리는 초자연 현상과 영매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갔는데 그는 관심을 보이면서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분명히 지적이고 생각이 깊으며, 유머가 있고 솔직한 것을 확인하고 그에 호응했다. 그 사람은 참으로 분별있고 확고하며, 균형잡힌 훌륭한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우리의 첫 여행에서 느꼈으며 그에게 끌렸다. 그날 저녁 우리는 시골길을 걸었다. 부드러운 9월의 달빛이 비치는 밤이었다. 나무가 우거지고 풀이 무성한 길을 지나 타는듯한 단풍이 줄지어있는 언덕길을 올라갔다. 우리가 멈춰서야 할 교차로에 이르렀을 때, 그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가운데 어느쪽을 택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오르막길을 택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 사람에게 키스했다. 나는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진정한 갈림길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이 틀림없다. 우리의 길이 높게 되어있든, 낮게 되어있든 거기서부터 우리는 함께 여행했다. ......

 

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그에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하나의 전형이었다. 첫눈에 나는 그의 훌륭한 자질을 알아차렸다. 또한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만큼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웃음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순수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문거리와 잡담을 혐오했으며, 속되거나 사소한 일을 멀리했다. 소로H. D. Thoreau와 마찬가지로 '무력하게 사회의 저속함으로 휩쓸려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

 

이 책은 내가 알고있는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헌사이다. 나는 원칙에 충실하고 타협하지 않는 지적인 변혁가의 면모와. 꾸밈없고 친절하며 현명한 남편으로서 스코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싶다. 아울러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한 그이의 평화로운 마지막을 나누고 싶다.

 

 

<83쪽>
내가 그 사람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은 마치 나병환자처럼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었으며,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상태였다. 특별한 보호 아래 걱정없이 태평스럽게 지내오면서 음악 말고는 이렇다 할 훈련을 받아본 일이 없었던 나는 스코트가 일찍이 이름을 떨친 현실생활과 정치세계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86쪽>
스코트는 언제나 시간을 딱 맞추어서 일하는 계획성있는 사람이었는데, 이 일에는 이만한 시간, 저 일에는 저만한 시간을 정해놓고 있었다. 덤벙덤벙한 내 습성을 생각해볼 때, 어떻게 내가 그 영역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이 하듯이 침대에서 단정하게 옷을 접어두는 대신, 그 사람이 놀랍고도 재미있는 눈길로 보고있는 가운데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던지면서도 별 말썽없이 적응해갔는지 신기하다. ...... 그 사람이 일찍이 내게 쓴 글 가운데 가장 뭉클한 구절 하나는 자기 자서전에 '이 일의 반을 한 헬렌에게'라는 헌사를 붙인 것이었다. 이 헌사가 내 존재에 의미를 갖게 했다. ......

스코트는 미리 준비되고 정장을 한 음악회는 지나치게 형식에 매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겼다. 내가 이끌고 가긴 했지만, 마지못해 따라간 것 뿐이었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있은 '펠리아스와 멜리산데'의 훌륭한 공연에서 주위 청중들에게 볼 면목이 없게 코를 골면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사람을 밖으로 끌고나와, 두 번 다시 오페라 구경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는 초기에 내 친구들에게서, "아니 어떻게 당신처럼 예술을 좋아하고 음악적 배경과 신비주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그런 학자풍의 공산주의자이자 음악과 예술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는 금욕주의자와 일생을 같이하게 되었지요? 그 사람은 당신을 바꿔놓고 지배하면서 모든 쾌활함을 앗아갈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당신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재능을 망치게 될 겁니다"하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나는 늘 어떤 예술도 삶과 비교할 수 없으며, 스코트의 예술은 그 삶에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스코트가 일찍이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람이며 그 이상 좋은 동반자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 온갖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것은 끊임없는 즐거움이었다. 그것은 학교수업과 휴일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 나는 여러가지 내 개인의 성질과 습관을 참을성 있게 받아주고 이해하는 선생을 가졌다. 익명으로 쓰여진 [엘리자베스와 독일식 정원]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누구든지 남편은 가질 수 있으나 현인을 갖기는 어려운데, 그 둘의 결합은 유익한 만큼 드물다." 

 


스코트는 깔끔하고 소박한 생활, 훌륭한 농장 운영, 차곡차곡 쌓은 땔감과 퇴비더미, 반짝반짝 빛나는 연장들, 꼼꼼하게 정리된 노트, 정성들여 읽기 쉽게 쓴 원고에서 예술가였다. 나는 스코트가 생활 자체를 예술작업으로 하고 있다고 느꼈다. 대중들은 스코트의 강인하고 박식한 면과 원칙을 지키는 고집스러움만 알았다. 나에게 그는 자기 성품에서 미처 예측하기 어려운 가볍고 민감한 면을 보여주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썼다.
"내가 혼자 사는 데에 흠뻑 빠져있을 때조차 무언가 이상하게 부족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별이 빛나고 움직임이 없는 침묵 속에서 누군가 동반자가 있어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 가까이 누워 있었으면 했다. 왜냐하면 함께 지내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평온함을 가져다주며 고독을 완성시키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자가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혹은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와 사는 것은 모든 생활방식 가운데 가장 완전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98쪽>

1929년 봄 스코트는 내가 유럽으로 돌아가 한동안 잘 사는 유럽친구들과 지내면서 자기와 사는 생활(형편이 조악한 생활)과 그 사람들과 사는 생활(상류층 생활) 중에 어느 쪽을 바라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나는 짐을 꾸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네덜란드행 배를 탔다. 나는 환영과 축하인사를 받았고, 청혼을 받았다.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에서 부자들의 걱정없는 생활로 미끌어져 들어가는 것은 쉬웠다. 스코트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나는 쉬운 길을 택해 귀족과 결혼하거나 집 둘레에 호가 파져있는 교외저택의 가정(이쪽이 귀족과 결혼하는 것보다 더 마음을 끌었다)을 택했을 것이다. 

 

그 무렵 스코트한테서 이런 전보가 왔다. "내 책 [전쟁War]에 관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돈을 얻었습니다. 여기와서 도와주시겠습니까?" 나는 그 제안은 물론이고 그처럼 진지한 과제를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구혼자들과 상류층 생활을 버렸다. 긴머리를 자르고 좋은 옷과 보석, 값비싼 소지품들을 여자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떠날 준비를 했다. 당시 네덜란드에 있던 부모님에게 내 바이올린을 맡겼다. 부모님은 유리한 조건의 결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므로, 내 결정에 불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음 배편에 몸을 실었다. ......

 

앨버트 허바드E. Hubbard는 이렇게 썼다.

"건강, 책, 일 그리고 여기에 사랑이 더해진다면 운명이 주는 모든 괴로운 고통과 아픔도 견딜만해진다."

"이 세상에서 정말 가치있는 것을 얻게 해주고,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더 보태거나 더 낫게 할 수 없는 세가지 습관이 있다. 그것은 일하는 습관,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이다. 당신이 만약 남자이고 이러한 습관을 가진 데다 같은 습관을 가진 여자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천국에 있는 것이며, 여자 쪽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142쪽)

 

 

<103쪽>
스코트를 알게된 내 행운을 축하하며, 어떤 여성이 이런 편지를 썼다.
"평화운동을 하면서 나는 때때로 자잘하고 하챦은 자기욕심을 채우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 말고, 전체를 보면서 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뛰어난 이타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이타성의 면에서 그 누구도 스코트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를 생각할 때, 당신은 일찍이 내가 만난 가장 풍족한 여성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누가 나더러 유쾌한 친구같은 사람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라고 한다면, 바로 스코트와 같은 사람을 그릴 것이다. 현명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친절하고 조용한(말 수가 적은) 그러나 질문을 받으면 충분히 자기의견을 말하는 사람, 모든 면에서 능통하지만 과시하지 않고 꾸밈이 없으며, 풍채가 훌륭하면서도 허황되지 않은, 진지하지만 유머가 풍부한,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되 절제되어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반대로 그이에게 어울리는 여성을 그린다면 어떤 사람일까? 나와 비슷한 어떤사람, 그러나 더 진지하고 명석하며 재능과 인내심이 있고 영적이며, 모든 면에서 더 빼어나고 아름다운 여성. 나는 그런 여성이 그이 반려자가 되기를 빈다."

 

 

<121쪽>

우리는 돈을 쓰기보다는 되도록 절약하며 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트럭의 기름값, 지방세, 몇가지 먹을거리를 사는 데 현금이 조금은 필요했다. 그래서 농장에 딸린 숲에서 얻은 땔나무와 통나무를 내다 팔려고 생각했으나 이웃들도 모두 자기들이 쓸 나무를 충분히 갖고 있었다. 이듬해에 한 때 내게 청혼했던 네덜란드 남자가 죽으면서 유산을 조금 남겼는데, 그 돈으로 우리는 훌륭한 단풍나무들이 들어서있는 이웃농장을 샀다.

 

스코트는 단풍나무 숲을 정돈하여 제일 좋은 것들만 남겨놓았다. 그리고 아연도금이 된 도관을 바둑판처럼 7마일쯤 숲에 까는 방법을 생각해내어 수액을 제당소까지 운반하게 했다. 나는 단풍나무 수액을 뽑아 모으는 일을 도왔는데, 수액은 제당소에서 오랜 시간 끓여 시럽으로 만들었다. 연간 수천 리터의 이 시럽이 우리 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다.

 

우리는 농장에서 바로 또는 통신주문을 받아 시럽을 팔았다. 그 가운데 얼마는 우리가 가공을 하기도 했다. 부엌 난로에서 시럽을 끓여 절인다음 냄비에 넣어 금괴모양으로 만들거나, 고무주형에 넣어 별, 나무, 데이지꽃, 토끼 모양을 만든 다음 '그림꾸러미'처럼 상자에 담아 가게나 노점에서 여남은 개씩 팔았다. ... 하지만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주문을 받았을 때는,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우리는 공동작업으로, [사탕단풍책The Maple Sugar Book]을 펴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주제에 관한 고전으로 남아있다. 

 

 

<132쪽>
스코트는 생활의 질을 높이기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스코트가 강연을 하는 연회나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 사람은 흔히 공들여 만든 음식을 거절하고 호주머니에서 사과나 오렌지를 꺼내서 먹었다. 한 번은 화려하게 꾸민 출판사에 간 일이 있는데, 스코트는 엘리베이터 안내인에게 이끌려 뒷문께로 갔다. "어떻게 된 건가?" 동료들이 깜짝놀라 물었다. 스코트는 "나를 배관공으로 안 것 같네." 하며 싱긋 웃었다.

또 한 번은 스코트가 강연하는 어떤 모임에서 내가 청중 속에 앉아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여자들이 "저 사람 농부처럼 입고 있네. 작년에 입은 옷 그대로야." 하고 수군거렸다. 나는 그들 어깨를 두드리며 말해주고 싶었다. "저이는 농부고, 저 옷이 유일한 옷이라오." 그이는 단정하게 옷을 입었으며, 언제나 신경을 써서 깔끔했지만, 모양을 내거나 유행 따라 옷을 입지는 않았다. 스코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상류층으로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소지품이 단촐했고 또한 돈에도 관심이 없었다.

 


<137쪽> 
우리는 저녁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없이 훌륭한 고전들을 들고 불가에 앉았다. 한 사람이 소리내어 읽으면 다른 사람은 강낭콩이나 완두콩을 까거나, 스프나 사과소스를 만들거나, 뜨개질 또는 바느질을 했다(스코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런 갖가지 집안일들을 했다). 우리는 톨스토이, 위고, 에머슨, 소로, 셰익스피어, 여러 시인들의 모든 작품들을 읽고 또 읽었다. ...... 내가 고른 것들은 과학에 관계된 공상이야기를 포함하여, 많은 것들이 환상적이고 비밀스럽게 전해내려오는 것들이었는데, 스코트가 고른 것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 둘은 이 모두를 다 좋아했다.

보통 일요일에 우리는 소화기관을 쉬게 했는데, 가볍게 먹어온 아침식사와 점심을 생략하고 하루종일 단식을 했다. 산책이나 수영 또는 돌벽을 약간 손보는 일 말고는 이렇다 할 활동계획없이 어슬렁어슬렁 하루를 보냈다. 이 단식은 저녁무렵 불가에서 팝콘, 당근주스나 사과즙을 먹으며 끝냈는데, 그리고는 밤늦게까지 내가 모은 400여장의 고전음악 레코드판에서 고른 음악을 들었다. 우리는 일종의 음식에 대한 방학기간으로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열흘동안 단식을 했다. 우리는 그 기간에 물만 마시고 지냈으며 일도 줄였다. 우리는 이 금욕기간을 손꼽아 기다렸으며 그것이 육체와 정신에 이롭다고 믿었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을 얻었다.

겨울에 농장일이 줄어들면 스코트는 국내 여러 곳에서 오는 강연요청을 받아들여 떠나곤 했으므로, 나는 편안하게 집에 혼자 남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음악을 들었다. 스코트는 늘 마지못해 우리의 시골집을 떠났지만, 자신이 도움될 일이 있다고 느낄 때는 언제나 강연요청을 받아들였다. 

 

 

<153쪽> 
바깥일은 스코트의 놀이였다. 그 사람이 판 연못은 원래 늪이었다. 그는 수영장이자 파이프로 농장에 물을 보낼 수 있는 샘으로, 또 불이 났을 때에 필요한 안전판으로 연못을 구상했다. 불도저를 부르는 대신에 그는 자신이 직접 파기로 결심하고 외바퀴 손수레와 삽, 손도끼로 일을 시작했다. 농장 흙과 퇴비더미를 기름지게 하기 위해 늪의 흙 14,000짐을 날랐는데, 그 일을 혼자서 10분의 9쯤 하고, 나는 한 일이 거의 없는데도 그이는 그 연못을 '우리'가 일해서 만든 '우리 연못'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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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난 지 20년이 되었다. 을지로3가 지하철 개폐기 옆에 있던 간이서점에서 샀다. 어떻게 그 조그만 곳에 이 책이 있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책을 샀는지 지금에 와서는 신기하지만 어쨌든 운이 좋았다. 이 특별한 책 아니, 특별한 커플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고속버스 안에서 잠 많은 남편을 붙들고 한 시간도 넘게 혼자 떠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별 반응은 없었다.ㅋ 그 후에 그들이 쓴 책을 하나하나 읽어 나갔는데 솔직히 이 책 만한 게 없었다. 

 

헬렌 니어링에게는 팔구십의 나이에도 소녀같은 무엇인가가 있다. 번역을 한 이석태 변호사(현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녹색평론]에 실린 1995년의 인터뷰를 읽고 헬렌에게 반한 것 같다.^^ 그 인터뷰가 너무 궁금해서 녹색평론사에 전화해서 과월호를 주문하고는 기뻐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헬렌을 너무 좋아해서인지 한 번은 꿈에 나왔는데... 난롯가에서 둘이 마주앉아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위기가 참 정답고 아늑했는데, 깨고나서 도무지 한마디의 대화조차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이젠 누더기처럼 낡아버린 책을 오랜만에 펼쳐보면서 이 책이 내 삶에 미친 잔잔한 영향을 본다. 나는 자급자족하는 전원생활에 별 흥미가 없는데 왜 그토록 이 책에 빠져들었던가. 진실로 흔치않은 성향을 가진 두 사람, 세상에 대한 그들의 깊고 따뜻한 시선, 그리고 거의 모든 면에서 '통념'에 순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았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 실화지만 동화같기도 하다. 헬렌 노드가, 세상의 낙오자처럼 내몰린 스코트 니어링을 선택하고 지원하고 돌보는! 과정은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스코트의 훌륭함을 알아보고 새로운 삶으로 뛰어든 헬렌이 너무 좋다.^^ 온달도 동네바보였을 리가 없다.

 

 

"세상엔 오직 한 가지 성공만 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

- 크리스토퍼 몰리Christopher Morley

posted by mooncle
2020. 5. 26. 17:34 영화

 

 

내가 처음 [바가바드기타]에 대해 귀동냥을 했던 때도,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봤던 때도 2014년이어서 그랬는지, 이 둘은 언제나 함께 떠오른다. 간디의 말대로 그 시의 배경이 되는 전쟁이 실제가 아닌 '인간 내면에서 벌어지는 선악의 전쟁'이라면, 그 전쟁터는 우리의 '두뇌'이고, 병사들은 우리의 '생각'이다.

 

이 영화의 외계생물은 뇌세포를 연상시킨다. 풀뿌리처럼 생긴 것이 번쩍거리며 빛을 낸다. 쭉쭉 늘어나는 촉수를 가졌고 쉼없이 꿈틀거린다. 그들은 외관상으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개체들로 보인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공동체의 목적에 봉사하다가 보스 격의 '오메가'가 죽으면 동시에 모두 죽는다. 인간의 뇌세포 역시 하나하나 따로 존재하면서, 인간의 의도에 호응하여 상호작용하다가 인간이 죽을 때 다같이 죽는다. 

 

 

"뇌세포는 다른 세포와는 달리 하나하나가 독립된 박테리아이고, 뇌는 까다롭게 유지되는 세포 배양기incubator이다. 대뇌피질에는 약 14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끊임없이 전기펄스를 만들며, 생존을 위해 시냅스 접점을 찾아 몸부림친다."   - 박문호     

 

 

주인공 빌 케이지Cage는 아르주나를 똑닮았다. 그는 군인의 직분으로 전쟁에 나섰지만 전투는 하기 싫다. 그러나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의 앞에는 선택의 자유가 놓여 있지만 그건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것일 뿐, 싸움 자체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태어난 이상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그 안에서의 '선택'에 따라 경험과 학습을 피할 수 없는 인간처럼.

 

파렐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11:49  "하지만 자네한테도 아직 희망은 있어. 전장에서 용맹히 싸워서 죄를 씻는 거지. 전장은 진짜 영웅이 만들어지는 불의 도가니니까."

 

리타는 크리슈나를 닮았다. 크리슈나의 정체가 '몸을 입고 8번째로 환생한 비슈누神'인 것처럼, 리타도 '전쟁터라는 불의 도가니에서 살아돌아온' 선배전사로서 케이지를 인도한다. 리타가 케이지를 태운 트레일러차량ㅋ을 운전하고 수송선을 운전하는 모습은, 전차를 모는 크리슈나의 SF버전같다.^^   

 

크리슈나가 결코 죽을 수 없는 신이듯이, 리타와 케이지도 수백수천 번 죽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점점 더 '강한 전사'로 진화해 간다. 삶이 리셋될 때마다 만나고 또 만나는 동료들 역시 죽지만 죽지 않는다. 아무도 죽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아웃된 선수, 드라마 안에서 죽은 배우, 꿈 속의 절벽에서 추락한 나... 처럼 아무도 죽지 않는다.


이것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도다.  
과거에 있었던 것도 아니요. 미래에 있게 될 것도 아니니라.  
태어나지 않고 영원하고 영속하며 오랜 것.  
육신이 죽게 될 때도 이것은 죽지 않는도다.    - [바가바드기타] 2장20 

모든 존재의 몸 안에서  
몸을 입은 이것은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나니, 
오, 바라타여,  
그러한 즉 그대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슬퍼해서는 안 되느니라.   - [바가바드기타] 2장30

 

마지막 결전에서의 케이지과 알파는 '내면의 두 자아'의 대치를 보여준다. 오메가를 죽이려는 의지와, 오메가를 지키려는 의지. 태극문양의 두 색깔처럼, 빛과 어둠처럼, 선과 악처럼 케이지는 자신의 거울상을 본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피조물들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서 나오는 서로 반대되는 짝들의 속임수에 미혹되어 있느니라"   - [바가바드기타] 7장27

 

마지막 장면에서 리타를 보면서 활짝 웃는 케이지(cage에서 벗어난).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여있다. 관객은 말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는' 케이지의 심경을 안다. [본 아이덴티티]의 마지막 장면도 같다. 길고도 고된 여정 끝에 낙원에 도착한 사람. 

 

"영혼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영혼이 육체를 입는 것은 새가 새장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 플루타르코스Plutarch

 


더그 라이만은 영화장인이다. 충분히 또는 지나치게ㅋ 재미있고 정교한 영화를 만들면서, 그 이면에 또 하나의 레이어를 매끈하게 깔아 놓는다. 그는 [본 아이덴티티]를 감독했고,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제작에 관여했는데, 그 세 편의 시리즈는 [본 레거시]나 [제이슨 본]에는 없는 연속성, 일관성이 있다. 그는 첩보물의 형식을 빌려 인간 삶의 험난한 여정을 함축한다. 1편에서는 기억을 잃고 깨어나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 헤매고, 2편에서는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과 문제들을 바로잡고, 3편에서는 그 모든 것의 '처음'을 추적하여 찾아간다. 그 곳에서 그는 이런 말을 듣는다. 
01:38:53    "책임을 회피할 생각 마. 널 만든 건 너 자신이야. 사실을 인정해. 넌 이 곳에서 선택을 했어.

                     제이슨 본이 되기로. ...... 넌 네 발로 왔어. 자원했다고. ...... 이제 기억나나?" 

개고생 끝의 결론은 언제나 같다.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했으며, 따라서 책임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

 

 

처음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봤을 때의 내 감상은 '이런 허황된 스토리에 이런 물량과 재능을 쏟아붓다니...'였다. 10여년이 흐른 뒤 다시 보고서야, 총기업자들에게서 제작비를 왕창 뜯어서 [스미스부부의 권태 극복기]를 찍은 감독의 능력에 탄복했다. 총기PPL을 위해 소위 제3세계인들의 삶을 장난처럼 파괴하는 영화 대신, 부부싸움 판타지를 만드는 기발함~. 서로 죽이려 들던 부부는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찰떡같이 합심한다.ㅋ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속편(Live Die Repeat and Repeat) 제작 소식이 있다. 처음으로 자기 영화의 속편을 감독할지도 모른다. 나오면 좋겠지만 언제 나올지, 나오기는 할런지 알 수 없다.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아바타] 속편처럼. 

 

 

 

"뇌의 주된 기능main function은 움직임 즉, 운동을 만드는 것이다. 멍게는 유충(올챙이같은 모습)일 때는 이동이 필요하므로 신경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성체가 되기위해 바위에 부착되면(움직임이 필요없게 되면) 48시간만에 브레인을 소화시켜 버린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신경시스템이 없다. 동물은 감각에서 운동이 나오지만, 인간은 언어를 쓰기 시작한 이후 대규모의 기억 즉 생각에서 운동이 출현하게 되었다. 운동과 사고작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하다. 실제로 근육을 움직일 때와, 대뇌가 연상작용을 할 때 똑같은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이 사용된다. 즉 동일한 화학적 매커니즘을 보여준다. 사고思考는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다."   - 박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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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별적인 '나'로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한편으로, 70억 인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나는 누군가의 뇌세포같은 존재일 수 있다. 나는 어떤 오메가에게 봉사하는 알파이거나, 알파의 촉수인지도 모른다. 거대한 나무 끝자락에 머무르면서 나무 전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미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의 삶을 이어가며 온갖 '생각'을 하고, 꿈 속에서조차 '나'라는 정신줄은 잡고있다. 나는 동화 속의 구두장이이고, '나'의 의도를 감지하는 요정들이 나를 위해 구두를 만드는 것도 같다. 나는 빗자루 따위와 싸우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는 '마법사의 제자' 미키마우스 같기도 하다.^^

 

posted by mooncle
2020. 4. 1. 03:42 책에서 발췌

THE MIND AT NIGHT: The New Science of How and Why We Dream/2004

 

 

 

<머리말>

밤이 되면 몸은 휴식을 취하는데 뇌는 왜 결코 쉬지 않는 걸까? 쉬기는커녕 현실 못지않게 생생한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 이 책에서 진행될 토론을 위해 나는 꿈이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묘사할 수 있는, 수면 중의 정신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꿈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점토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설적인 영웅 길가메시의 모험담을 그린 점토판에는 꿈 줄거리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꿈 이미저리를 해석하는 방법이 실려있다. 그 점토판은 기원전 7세기의 통치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지만, 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구전되어 왔음이 분명하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대략 기원전 천 년에 해몽서가 씌였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이란 결코 신성한 존재의 계시가 아니라 그저 '잠을 자면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의  [우파니샤드Upanishad]에는 말과 전차 같이 꿈에 등장하는 물건은 꿈꾸는 사람이 만들어 냈으며 그 사람의 내적 욕망을 표현한다고 씌여있다.

 

몸이 휴식을 취하느라 더 이상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할 필요가 없을 때, 뇌는 다른 중요한 과제에 마음껏 몰두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경험을 기억에 짜 넣는 과제도 포함된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처리된 과제들은 각성상태에서의 행동을 안내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통 꿈을 꾸는 REM수면기에 뇌를 순환하는 화학물질들은 각성상태에서 우세한 화학물질과는 다르다.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달라진다. 뇌의 작동환경이 이렇듯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자유롭게 연상할 수 있게 된다. 깨어있을 때라면 지휘권을 움켜쥔 뇌의 논리적인 정보처리 중추가 이를 거부했을 것이다. ...... 인간을 다른 생물과 차별화하는 고유특성 즉 자기반성적 의식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복잡한 계획을 세우거나 공상에 빠지고, 기억을 이어서 개인사를 만들며, 언어나 예술을 통해 정신활동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모호한 특성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40쪽>
파충류는 REM수면을 거치지 않는데 반해 포유류와 몇 종류의 새는 REM수면을 취한다. 인간의 REM수면은 엄마의 자궁 안에서 시작되고 나이가 들면서 변화한다. 26주의 태아에게서도 REM수면이 감지되었으며 하루 24시간 지속되는 것 같다. 신생아의 REM수면은 전체수면의 50%정도를 차지하고, 아기가 4살이 될 때까지 꾸준히 감소한다. 4살이 되면 정상성인수준인 20~25% 정도로 안정된다. 중년에 이르면서 REM수면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15% 이하로 떨어진다.


 REM수면의 목적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신경생물학자 미셸 주베는 REM수면기에 근육을 마비시키는 고양이의 뇌 부위를 수술로 제거했다. REM수면기에 진입하자, 깊이 잠든 고양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있지도 않은 먹이에 살그머니 다가가거나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행동을 보이곤 했다. 그 결과 주베는 REM수면기가 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을 정신적으로 시연Rehearsal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따라서 '적 공격하기' 같은 특별한 생존기술을 날마다 실제로 쓰는 일이 없더라도, 그에 필요한 신경회로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48쪽>

깨어있을 때 우리 뇌는 각성상태의 민활한 의식에 꼭 필요한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로 흘러넘친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기분조절효과로 잘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이다. 프로작Prozac같은 항우울제는 뇌에서 순환하는 세로토닌 수준을 증가시킴으로써 우울증을 개선한다. 그러나 세로토닌은 판단, 학습, 기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든 후에는 뇌의 활동수준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순환이 중단되고, 아세틸콜린이라는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대신 분비된다. 아세틸콜린은 뇌의 시각중추, 운동중추, 정서중추를 흥분시키며 급속안구운동(REM)과 꿈의 시각적 이미지를 유발하는 신호들을 전송한다.

 

 

<51쪽>

앨런  홉슨은 꿈을 또다른 종류의 의식이라고 여겨서 1973년부터 깨어있을 때 겪은 중요한 사건과 선명한 꿈을 일기장에 적어왔다. 그렇게 써 온 일기장이 이제는 120권이 넘는다. "꿈은 기묘합니다. 그건 우리가 깨어있을 때 적절한 곳에서 적절히 흐르던 뇌 화학물질의 분비가 중단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사고력이 마비되고 환각을 일으키며 온갖 실수를 저지르고 감정이 강렬해져서 불안, 도취,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거의 전부 잊어버리지요." ...... 꿈의 줄거리는 정서 위주로 진행된다. 

 

 

<62쪽>

REM수면 중의 꿈은 NREM수면기의 꿈보다 확실히 더 길고 자세하다. NREM수면기의 서파徐波수면 중에 깬 피험자의 꿈과, 같은 피험자가 더 늦은 시각 REM수면기에 보고한 꿈은, 주제는 비슷하지만 내용의 길이와 자세한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REM수면기의 꿈은 NREM수면기의 꿈보다 대개 정서가 더 강렬하고 다채로울 뿐 아니라 길이도 더 길다. 그러나 밤이 깊어짐에 따라 REM수면기 꿈과 NREM수면기 꿈을 구별할 수 없을 때가 많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72쪽>

레이먼드 레인빌은 25세에 시력을 잃었고 그때부터 시각장애인의 꿈을 연구한 심리학자이다. 시력을 잃은 초기에, 그의 꿈에 등장하는 시각적 이미지의 질과 선명도는 그 이전에 보곤 했던 것과 똑같았다고 한다. "꿈속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나는 시각과 시력이 서로 다른 현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관점에서 시각은 일종의 사고思考입니다."

 

 

<90쪽>

또다른 뇌손상환자들을 만난 후, 마크 솔름스는 뇌간 혼자서는 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가정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 환자들은 깨어있을 때도 꿈꾸기를 중단하지 못했다. 이들의 손상부위는 전뇌의 기저부에 자리한 특정 세포집단이었다. ...... 기저전뇌핵basal forebrain nuclei 및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뇌조직이 손상된 환자는 오히려 밤에는 전에없이 자주 생생한 꿈을 꾸고, 낮에는 각성상태에서의 경험과 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꿈꾸는 중에는 현실검증시스템이 꺼지기 때문에, 우리는 속옷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한 것을 현실로 믿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시스템이 다시 온라인 상태가 되지만, 기저전뇌핵 손상 환자는 그렇지 않았다. ...... 동맥류로 같은 부위가 손상된 44세 여성은, 스스로 "생각이 그냥 현실이 되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현실과 환각을 구별하지 못했다. 어느날 아침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죽은 남편을 생각했다. 그러자 별안간 남편이 침실에 나타났다고 한다.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남편은 그녀가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다음순간,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침대에 혼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같았어요. 그 일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고요.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구별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 중략 ...

"입면기, REM수면기, 기상 직전. 이 세 구간은 꿈을 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구간의 특징은 REM수면기의 독특한 생리적 환경이 아닙니다. REM수면기는 겨우 하나의 수면단계에 불과해요. 그 세 구간의 특징은 다양한 유형의 활성화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꿈에 필요한 전제조건은 일정한 유형의 활성화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활성화라는 것을 암시하지요."

 

 

<94쪽>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술을 사용한 앨런 브라운과 톰 볼킨의 연구는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실험실에서 2년 6개월에 걸쳐 수행되었다. 그들은 잠들기 전, REM수면기, NREM 수면기, 그리고 아침에 깨어난 후에 피험자들의 뇌를 촬영했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우리의 정신이 매일 밤 신기한 모험에 나선 동안 뇌의 특정 영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가장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구간으로 들어감에 따라 뇌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활동이 감소된다. 그러나 활동수준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25% 정도) 감소하는 부위는 계획 수립,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같은 고차원적 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이 부위는 가장 먼저 잠들고 가장 늦게 온라인 상태로 복귀합니다." 볼킨이 말한다.

전전두엽 피질의 비활성화와 함께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준이 크게 하락한다. 이들은 깨어있을 때 주의집중 및 문제해결기능을 도와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그 다음에는 뒤죽박죽 섞인 연상을 부추기는 아세틸콜린이 흘러넘치면서 REM 수면이 시작된다. 그러면 PET 영상에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브라운은 그 영상이 꿈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믿는다. 서파수면기에 활동이 감소했던 영역들이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재충전되어 활발해진다. 제외된 곳은 가장 늦게 진화된 부위인 전전두엽 피질의 논리 및 추론 영역이다. 이 영역의 비활성화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시공간 정향성이 왜 그렇게 자주 뒤엉키며 우리는 왜 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지 설명해 준다. 꿈에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갑옷을 입고 택시를 몰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98쪽>

브라운과 볼킨은 우리가 강렬한 정서를 느끼거나 욕망의 대상을 갈구할 때 환해지는 뇌 영역이 각성상태보다 REM 수면기에 더욱 활발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REM 수면기에 전력을 다해 활동하는 영역은 뇌의 장기 정서기억중추인 대뇌변연계limbic system이다. 꿈을 꾸고 있을 때는 뇌의 주의환기, 의사결정 부위가 조수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반면, 정서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것 같다. 

 

 

<113쪽>

다양한 문화권의 꿈을 비교한 캘빈 홀의 자료(1940년대부터 약30년간 수집한 무려 5만 개의 꿈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에 그의 제자 빌 돔호프의 노력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그 자료에 의하면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상관없이 꿈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다. 여성의 꿈에는 똑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이 등장한다. 그에 비해 남성의 꿈은 등장인물의 70% 정도가 다른 남성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행운보다는 불운이, 긍정적 정서보다는 부정적 정서가, 호의보다는 공격이 더 많이 포함된 꿈을 꾼다. 그러나 신체적 공격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꿈에 더 많이 나타난다. 아동의 꿈에서는 공격행동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1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요소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작은 부족사회 구성원들의 꿈에서는 신체적 공격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 산업사회에 대한 연구 결과, 꿈속에서의 공격성은 미국인이 가장 높았다. 미국인 남성의 공격성 등장비율은 50%, 여성의 경우 34%인데 비해 스위스 남성은 29%, 네덜란드 남성은 32%였다. "미국인의 꿈에 나타나는 신체적 공격은, 스위스나 네덜란드보다 미국 사회에서 살인사건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돔호프가 말한다.

꿈은 성적 행위로 가득하다는 대중의 생각은 모든 꿈이 소망 충족, 특히 성적소망 충족이라는 프로이트의 관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희망사항이다. 홀과 캐슬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행위는 전체 꿈의 10%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꿈의 30%이상이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남성은 낯선 사람과 성교하는 꿈을 더 많이 꾸는 반면, 여성은 아는 사람을 상대로 그런 꿈을 꾸는 경향이 있다. ...... 베테랑 꿈 연구자 윌리엄 디멘트가 대학생들에게 꿈의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면 무슨 꿈을 가장 꾸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남학생의 95%가 섹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같은 주제를 택한 여학생은 5%에 불과했다. 2002년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꾸는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77%가 성행위라고 보고했다. 쫓기는 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꾸는 꿈이었다.

 

<233쪽>

작업중인 화가나 작가를 PET 등으로 연구하면 REM수면기에 꿈을 잣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뇌활성화 패턴을 발견할 거라고 버트 스테이츠는 주장한다. "예술가, 과학자, 작가, 하다못해 소설책에 푹 빠진 사람은 각성상태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때 그들의 정신상태는 꿈꾸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그들은 또다른 세계에 침잠해 있지요. 그리고 이 세상의 실질적인 문제에는 최소한의 주의만 기울입니다. 상상의 세계에 빠지면, 꿈을 꾸고 있을 때와 똑같이 시공간 감각을 상실합니다."

 

"영상이라는 영화의 수단을 사용하여 꿈은 자아에 관한 연극을 자신에게 선보입니다. 꿈과 소설 같은 가상세계에서는 차를 몰고 여러번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오직 한번만 가능한 일이지요."

 

 

<257쪽>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소한 방식으로 장면을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자신과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보고한다. 시카고에 사는 한 사람이 스티븐 라버지에게 제공한 아래의 자각몽 보고서는 그의 통제력 범위를 잘 보여준다.

 

"어머니의 집에 있는데 다른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라고 지시해 보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할 일들을 지시했고, 사람들은 내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지시했다. 무척 짜릿한 경험이었다. 내가 꾼 가장 흥미로운 자각몽 중 하나였다.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내 행동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65쪽>

노력없이 (꿈 속에서) 그냥 자각해 버릴 때도 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인 피트 헛의 자각몽에서는 갑작스런 노랫소리가 자각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의식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헛은 일기장에 그 꿈을 적어두었다.

 

"술집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더니 합창을 시작했다. '이건 피트의 꿈이라네. 우리 모두 여기 모였네. 그래서 우리는 공짜 맥주를 마신다네.'"

 

 

<269쪽>

왜 이런 까다로운 기술들을 사용하면서까지 꿈(자각몽)속에서 의식적 자각을 계발하려고 하는걸까? 이 질문에 라버지는 준비된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저 신기한 경험과 재미 때문이지요. 내가 창조주인 세상을 독점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요? 자각몽을 꾸는 동안 바로 그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각몽은 희열을 안겨주는 최고의 경험입니다."

 

 

<290쪽>

인지신경과학자인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이 1960, 70년대에 수행한 실험들은 그러한 감각처리에 약 0.5초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누군가 우리의 손을 만질 때, 우리는 0.5초의 시간이 지나야 실제로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간지체를 결코 깨닫지 못한다. 뇌는 다른 사람의 손이 우리의 손에 닿는 것과 동시에 그 감촉을 느끼게 하려고 자동으로 처리 시각을 수정한다. 뇌파기록을 이용한 리벳의 실험은 우리가 손을 들어올리자는 결정을 의식하기 0.35초 전에 뇌는 이미 근육에 손을 들어올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결정이 난 후에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297쪽>

프랜시스 크릭이 1994년에 발표한 의식의 속성에 관한 '놀라운 가설'은 이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진실이 되었다. "기쁨과 슬픔, 기억과 야망, 정체감과 자유의지는 사실상 거대한 신경세포 집합체의 활동에 불과하다"는 크릭의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313쪽>

DARPA(국방 첨단연구 기획청)를 위해서 제롬 시겔은 돌고래의 특이한 수면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돌고래는 숨을 쉬느라 가끔씩 수면으로 떠오르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돌고래의 뇌는 한 번에 절반씩만 잠을 자기 때문이다. 우반구가 2시간 동안 잠을 잔 후 깨어나서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면, 이제 좌반구가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어느 반구가 잠을 자든지 돌고래는 언제나 정상적으로 행동한다. "우리는 돌고래의 단일 반구 수면 패턴을 파악해서 인간에게도 약물을 사용하여 동일한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합니다." 시겔이 말한다.

 

돌고래의 뇌는 좌우반구가 동시에 잠을 자는 경우는 결코 없지만 두반구가 동시에 깨어있을 수는 있다. 이 포유동물은 적어도 2주일 내내 잠을 자지 않고도 잘 지낸다. 그래서 국방부는 군인이 무수면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기간으로 2주일을 목표로 삼는다. "무수면 상태에서 활동하는 것은 돌고래의 정상행동의 일부입니다. 돌고래에게는 부작용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그것도 조사하고 있지요." 시겔이 설명한다. 국방부를 위해서 다른 과학자들은 새가 어떻게 오랫동안 잠을 자지않고 이동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날아가면서 실제로 잠을 잘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각 챕터표지에 있는 어록>

"우리는 꿈을 진짜처럼 경험한다. 왜냐하면 꿈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뇌는 감각기관의 도움 없이도 우리가 각성상태에서 경험하는 세상을 창조하는 감각정보들을 꿈 속에서 모두 되살려낸다. 그것은 기적이다."   - 윌리엄 디멘트

고요한 밤에 침범하는 꿈은 스쳐 지나가는 거짓형상으로 마음을 현혹한다. 주피터는 결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지옥의 궁전에서 솟아오르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단지 뇌의 작품일 뿐. 바보들만 헛되이 의미를 찾는다.   - 조너선 스위프트, [꿈에 관하여]

다만 프로이트의 유령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 - 앨런 브라운

"꿈은 결코 기억될 의도가 없었어요. 하지만 꿈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열쇠입니다."   - 조너선 윈슨

"꿈은 우리 눈앞에서 바뀌고 있는 기억입니다."   - 버트 스테이츠

"꿈이 우리 정서에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는 꿈에 관심을 갖지 않아요."   - 로절린드 카트라이트

프로이트는 50%는 옳았고, 100% 틀렸습니다.   - 로버트 스틱골드

"꿈을 꾸는 시간은 관심밖에 있던 나 자신의 일부가 말하기를 허락받은 시간이다."   - 데이드레 바레트

"언젠가 나,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어 즐거이 날아다녔다. 스스로 흡족하게 날아다니다 보니, 내가 장자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워있는 것은 바로 나, 장자였다.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 장자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조직입니다."   - 크리스토프 코흐

 

 

<옮긴이 후기>

꿈은 정서적 충격을 완화시키고, 우울한 기분을 고양시켜준다.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용기도 불어넣어준다. 난관을 해결할 기막힌 아이디어도 뒤띔해 주고, 예술적 영감도 선사한다. 더 나아가 삶과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통찰할 수 있는 능력도 심어준다. 이 모든 일을 바로 우리의 뇌가, 그것도 매일 밤마다 기꺼이 열심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