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죽음, 죽음 이후의 삶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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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발생적 만남과 관련된 엄청난 수의 물리적 심령현상에는 자동응답기, 녹음기, 무선호출기, TV, 건물의 중앙감시실, 컴퓨터 화면, 그리고 거울 같은 반사면에 투사 또는 반사된 이미지가 개입한다. 사자의 모습이 사진에 포착되거나 필름에 담기기도 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녹음되거나, 라디오방송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어느 날 한 여성의 자동응답기에 오래 전에 사망한 남편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는데, 그 정황이 너무나 의심스러웠던 그녀는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그러나 그가 알아낸 것이라고는 그 메시지가 녹음된 시각에는 어떤 전화도 걸려오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또 다른 심령현상은 전기와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쳐서 가끔 전원을 끊거나 고장난 기계가 작동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사자와 관련된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전화와 관련된 심령현상은 아주 흔해서 그 주제로만 책이 한 권 출간됐을 정도다. 사자는 생자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작별인사를 하거나, 위험을 경고하거나, 유언장이 있는 곳을 알려주거나, 생일축하 전화를 걸기도 한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화를 받은 사람이 모르는 경우, 통화는 상당히 길어지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생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서 통화하고는 당시 상대가 이미 사망했음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화와 관련된 심령현상의 당사자는 여러 명이 될수도 있다. 한 여성은 사망한 지 2~3시간 뒤에 자신이 입원한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실로 전화해서 간호사에게 "내 아들한테 내가 괜찮다고 전해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발신자 확인장치는 그 전화가 256호 병실에서 걸려온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황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256호 병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을 때 그녀의 시신은 이미 식어 있었다. 그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30분 뒤 그녀의 아들이 기대에 부푼 얼굴로 병원에 와서 "나는 괜찮아.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전화를 두 통 받았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잡음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전화기로 들리는 목소리는 틀림없는 어머니의 것이었으므로 그는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으리라는 생각에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힐다는 아버지가 사망한 지 2주일 뒤에 딸 그레타와 함께 집에 있었다. 외부전화선 공사 때문에 그녀의 집 전화는 이틀째 먹통이었다. 그럼에도 전화벨이 여러 번 울렸다. 두 번은 그레타가 전화를 받았지만, 저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힐다가 전화를 받자 이번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폴란드어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화들짝 놀라서 곧바로 집 밖으로 뛰어 나간 힐다는 기술자에게 전화선이 연결됐느냐고 물었다. 그들 중의 팀장이 아직도 끊어진 채 땅 위에 놓여 있는 전화선 뭉치를 가리켰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übler-Ross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녀가 시카고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온종일 강의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갈 때, 낯익은 여성이 다가와 "함께 걸어도 돼요?"라고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내내 어디서 이 여성을 봤는지 궁금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녀는 잠시 들어왔다 가라고 청하고는 기억을 되살릴 만한 단서를 찾아 여성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선생님은 저를 기억 못하시죠? 슈워츠 부인이에요." "아, 그래요! 물론 기억나요!" 퀴블러 로스가 소리쳤다. 그 여성은 그 전해에 사망한 그녀의 환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너무 과로해서 환각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따라서 이것이 사자와의 만남이라면, 뭔가 눈에 보이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종이와 펜을 건네고 병원교회의 목사에게 보내는 간단한 메모를 한 장 써달라고 부탁했다. 슈워츠 부인의 서명이 들어있는 메모를 본 목사는 몹시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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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를 이용하는 초월적 의사소통이란 녹음기, TV, 라디오, 전화기, 자동응답기, 컴퓨터, 비디오, 카메라 등의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육신이 없는 존재, 즉 영과 접촉하는 행위를 통틀어 일컫는 용어다. 이 연구분야는 20세기 초전자 음성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가 구체화하는 데에는 1950년대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감독 프리드리히 유르겐손Friedrich Jürgenson의 발견과, 그로부터 약 20년 뒤 라트비아의 심리학자 콘스탄틴 라우디베Konstantin Raudive 박사가 전자기기에 녹음된 7만2천 건이라는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서 [Breakthrough](1971)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기를 이용하는 초월적 의사소통을 연구한 사람은 대부분 헌신적인 아마추어 학자였고 그 중에는 전자분야나 공학분야 전공자가 많았다.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는 사후대화라는 범주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를 이루어낸 사람은 바로 엔지니어이자 성공적인 사업가였으나 사후생존 연구를 위해 일찍 은퇴한 조지 미크George Meek다. 그와 그의 연구팀은 사자와 생자 사이의 양방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교한 기구인 스피리콤Spiritcom을 발명했다. 미크의 연구에는 그 밖에도 전자 분야와 사자와의 의사소통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윌리엄 오닐William O'Neill, 물리학자 조지 뮐러 George Mueller, 그리고 의사이자 아마추어 무선통신사 닉 박사Doc Nick가 참여했다. 여기서 획기적으로 특이한 점은 이 연구가 진행될 당시 뮐러와 닉 박사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미크와 그의 동료 연구자, 지인 중 이 두 사람을 만난 적이 있거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뮐러 박사는 오닐과 스피리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줄 만한 여러 인적사항을 미크에게 알려줬다. 그 대화내용은 지금까지 기록된 문서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정확한 것이므로 여기에 상세히 제시하려 한다. 뮐러가 알려준 그의 미국 사회보장번호는 미국의 사회보장국에 의해 확인되었고, 1928년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취득한 그의 전기공학 학사학위는 그 대학교의 학적부, 코넬대학교에서 취득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특별연구원 경력은 그 대학교의 교수진에 의해 확인됐으며,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할스푸트 클럽과 트라이앵글 사교클럽 회원자격은 그 두 클럽에 보관된 30년 전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또한, 뮐러가 우수 민간인 표창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일급비밀 취급자격이 있었다는 사실과 미 육군통신대와 NASA 우주프로그램을 위해 그가 수행한 설계와 개발작업에 대해서는 미공군 정보부서가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뮐러가 털어놓은 그의 죽음에 관련된 장소와 상황은 그의 사망진단서의 내용과 일치했다.
뮐러는 전화번호부에 나와있지 않은 옛 동료 둘의 전화번호 두 개를 미크에게 알려줬고, 그는 그들과 통화했다. 그는 또한 자기 가족 네 명의 이름을 알려줬는데, 미크는 사회보장국을 통해 찾아낸 그의 부인과 만나 뮐러가 알려준 네 사람이 실제로 그의 가족임을 확인했다. 뮐러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묘사한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 뒤 2년 동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미크는 뮐러가 미 육군 훈련용으로 집필했다는 소책자 [전자공학 개론Introduction to Electronics]을 위스콘신주 역사협회를 통해 찾아냈다. 그 내용 중 뮐러가 미크에게 읽어보라고 했던 두 페이지는 미크가 스피리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뮐러는 자신이 묘사한 바로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미크는 수십 년 전 나를 찾아와서 스피리콤을 이용한 실험과정에서 녹음된 내용을 들려준 적이 있다. 그들의 장비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두 세계 사이에서 오간 전문적인 대화를 들으니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스피리콤과 그 놀라운 장비를 통해 기록한 정확한 대화내용이 미크가 날조한 속임수라면, 그 속임수가 성공하게 하는 데에는 틀림없이 여러 해가 걸리고 상당한 돈이 들었으리라. 미크는 여러가지 특허권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스피리콤에 대해서는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그 대신 스피리콤의 도면을 웹 사이트에 올려 누구라도 무료로 그것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스피리콤을 이용한 실험은 지금까지 제시된 사후생존을 입증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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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사후대화는 사자가 생자를 유도해서 특정 책의 특정 페이지를 읽게 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생자는 그 페이지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거나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단어나 문구를 발견하게 된다. 사자는 보통 영매를 매개로 해서 서적을 통한 사후대화를 시도하지만, 정신분석가 카를 융Carl Jung이 체험한 경우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서적을 통한 사후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밤 융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 바로 며칠 전에 사망한 그의 친구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융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융은 비몽사몽간에 친구를 따라 집밖으로 나가서 정원을 지나 도로로 나섰고, 결국은 이웃에 있는 그 친구의 집으로 갔다. 그러고는 친구에게서 '책장 맨 위에서 두 번째 칸에 꽂혀 있는 붉은색 표지로 제본된 책 다섯 권중 두 번째 책을 읽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까지 융은 그 친구의 서재에 들어간 적도 없었고, 그가 어떤 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이튿날 아침 호기심을 참지 못한 융은 이웃에 있는 친구 집에 찾아가서 그의 부인에게 서재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일에 대해 융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책장 앞에는 내가 비몽사몽간에 봤던 낮은 의자가 놓여 있었고 가까이 다가서기도 전에 붉은색 표지로 제본된 책 다섯 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책의 제목을 보려고 낮은 의자 위로 올라갔다. ... 두 번째 책은 『사자의 유산The Legacy of the Dead』이었다." 그 뒤 융은 자신이 꾼 꿈, 자신이 본 죽은 친구의 모습, 자신이 직접 경험한 서적을 통한 사후대화를 가장 잘, 그리고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영혼이 존재한다는 가설이라고 믿게 되었다.
1914년 캘리포니아주 레드랜즈에서 바이올렛 패어런트라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여성이 중병을 앓다가 간신히 회복했다. 그녀는 트랜스 상태에 빠져들었고, 스페인 선교사와 북미 원주민의 영靈이 그녀를 데리고 값어치있는 물건이 파묻혀 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 후 바이올렛과 그녀의 남편 그레고리는 집과 차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 그 후로도 10년 동안이나 영은 그녀를 약 1,500개의 성물聖物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는데, 그 중 대다수가 기독교와 인디언 십자가였고 금과 은을 포함해서 다양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특히 인디언 십자가는 아주 진귀한 물건으로, 패어런트 부부가 찾아내기까지는 단10개가 발굴됐으며 모두 오래된 무덤에서 나왔다. 이들 부부는 1769-1800년 제조된 금괴와 금화뿐 아니라 지폐 뭉치를 찾아내기도 했고 그 외에도 여러 잡다한 물건을 찾아냈다. 그 물건은 대부분 총면적이 약 32만㎡ 정도인 외진 황야에서 발견됐으며 모래 속, 강바닥 아래, 녹슨 용기 같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레고리는 아내와 함께 이 물건을 발견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해 22권의 메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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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술mediumship이란 여러 심령능력 가운데 하나로, 육신이 없는 인격이 보내는 메시지를 생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하지만 직업적인 심령술사에게 영매술은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 200년 동안 사후생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영매를 테스트하는데 집중됐으므로, 영매를 매개로 해서 일어나는 심령현상에 대한 문헌은 넘쳐난다.
영매 셜리 브레이Shirley Bray와 함께 시도한 실험에서는 그녀 이외에 세 명의 목소리가 녹음됐다. 실험자는 그 녹음테이프를 영국경찰에 보내 범죄수사에서 사용하는 음성인식 장치로 분석을 의뢰했다. 이런 장치는 일반적으로 속도, 리듬, 억양 같은 변수를 정밀 분석함으로써 지문만큼이나 정확하게 목소리로 신원을 가려낸다. 분석 결과 셜리 브레이 주변에서 녹음된 목소리들은 명백히 서로 다른 패턴을 보였고,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판명됐다.
마찬가지로 엘우드 배빗Elwood Babbitt이 세 가지 '지능'과 채널링channeling하는 동안 실험자들은 뇌파계EEG로 그의 뇌파를 측정했다. 각 지능과 채널링할 때마다 배빗의 뇌파도는 급격하게 변했고, 그 세 가지 뇌파도는 그가 트랜스 상태를 벗어난 뒤에 측정된 뇌파도와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디트로이트의 영매 에타 브릿Etta Wriedt 주위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너무나 또렷해서 그녀는 그들과 대놓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영어밖에 할 줄 몰랐던 그녀는 영어를 하는 목소리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목소리는 영어 외에도 네덜란드어, 독일어, 스페인어, 노르웨이어, 크로아티아어, 아랍어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