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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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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5. 16:01 책에서 발췌

(My Stroke of Insight, 2006)

한국어판은 2018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

 

 

 

<8쪽>

뇌해부학자로서 하는 말인데, 나는 뇌졸중을 겪으면서 뇌와 그 작용에 대해 대학에서 배운 것 만큼이나 많이 배웠다. 그날 아침, 나는 내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인간이 어떻게 '신비한' 혹은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지를 뇌의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4쪽>

내가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그저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듯 했다. 기억의 테이프를 되돌리듯 나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난간을 부여잡은 손가락들이 원시동물의 발톱처럼 보였다.  ...중략...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 의식이 현실과 비밀스러운 공간 사이의 어딘가에 걸려있는 것 같았다. 이날 아침 세타빌Thetaville(저자가 만든 단어. 잠들기 직전 또는 잠깨기 직전의 얕은 꿈을 뜻하는 것 같음) 상태에 있을 때와도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깨어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몽롱한 의식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26쪽>

다리를 들어올려 욕조 안으로 들어가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벽을 짚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뇌 스스로 맨아래 서로 반대되는 근육들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는 몸속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신체의 이런 자동반응은 어떤 지적인 능력으로 파악한 게 아니었다. 뇌와 몸에 있는 50조 개에 달하는 세포들이 내 신체를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순간적으로 터득한 것이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오묘하게 설계되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관절 하나하나의 각도를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신경계의 자율기능을 경외에 차서 바라보았다...중략...  주변에 대해 정보를 주던 뇌의 쉼없는 재잘거림도 더이상 예측가능하고 친숙한 흐름이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의 뇌는 좌뇌의 언어중추를 통해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나는 이런 현상을 '뇌의 재잘거림brain chatter'이라 부른다.) 이제 내 언어적 사고는 앞뒤가 맞지 않았고, 침묵에 의해 수시로 뚝뚝 끊겼다.

 

아파트 창문 너머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부산스러운 도시의 소음을 포함하여 내 몸 바깥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대한 감각들이 희미해졌다. 정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 것이다. 뇌의 재잘거림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낯선 고립감이 밀려왔다.  ...중략...  집중하려고 애쓸수록 생각들이 휙휙 지나가 버렸다. 내게 필요한 대답과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서서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내 삶과 나를 단단히 묶어놓았던 끊임없는 뇌의 재잘거림이 잦아들자 그 자리에 평온한 행복감이 밀려와 나를 포근하게 감싸안았다..... 고차원적인 인지능력과 일상과 관련된 세세한 부분들이 기억에서 사라지자 내 의식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의 수준으로 도약한 것 같았다.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된' 듯 했다.

 

이 무렵 나는 주위를 둘러싼 3차원의 물리적 현실과 거의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욕실 벽에 몸을 기대고 섰는데, 내 몸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경계를 명확히 분간할 수 없었다. 몸의 구성성분이 고형의 덩어리가 아니라 액체인 듯 했다. 더이상 나를 독자적인 대상으로 지각할 수 없었다. 손가락들을 맘대로 섬세하게 조종할 수도 없었다.  ...중략...   

 

외상을 입은 뇌에 구멍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무척이나 매혹적인 경험이었음을 여기서 밝혀두고자 한다. 한때 중요해 보였던 세상사가 이제는 보잘것 없게 여겨졌다. 그 보잘것 없는 세상의 일에 나를 얽어매던 재잘거림이 멈추고 침묵이 찾아왔다. 이제 신경의 초점을 내부로 돌린 나는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 개의 똑똑한 세포들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일하며 내는 규칙적인 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피가 뇌 사이로 흘러들자 내 의식이 서서히 속도를 줄여 거대하고 멋진 세상을 품 안에 끌어안으며 차분하고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내 물리적 존재를 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작은 세포들이 매순간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느꼈다. 그 사실 자체에 매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겸허한 마음이 찾아왔다. 

 

살아서 움직이는 조직들로 복잡하게 구성된 내 몸과 처음으로 일체감을 느꼈다. 내가 지성적 능력을 지닌 수많은 세포들로 가득찬 존재임을 깨닫게 되자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사라지지 않는 혹독한 머리 통증은 힘겨웠지만, 나는 정상적인 지각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의식이 평온한 상태로 빠져들자 마치 하늘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중략...   

 

연구소까지 가는 길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오른쪽 팔이 마비가 되어 옆으로 풀썩 떨어지며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알았다. '맙소사, 뇌졸중이야! 내가 뇌졸중에 걸렸어!' 그리고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아, 이거 멋진데!' 일시적으로 황홀한 마비상태에 빠졌다. 내가 이렇게 복잡한 뇌의 작용을 예기치 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 실은 다 생리적 이유를 알고 있어서였다는 생각이 들자 묘하게 우쭐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자신의 뇌기능을 연구하고 그것이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진 과학자들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인간의 뇌가 현실을 인지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놀라운 통찰을 안겨주는 뇌졸중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오른쪽 팔이 마비된 순간 팔다리에 있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팔이 맥없이 떨어지며 몸통을 쳤다. 평생 그렇게 기묘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치 내 팔이 털썩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중략...     

 

세포들의 거대한 덩어리인 내 몸은 그저 멋진 임시거처인 셈이었다. 이 놀라운 뇌는 매순간 말그대로 수십, 수백조 개의 엄청난 자료들을 통합해, 매끈하고 사실적이며 안전해 보이는 3차원 지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내 형태를 만들어낸 생물적 모체의 효율성이 나를 감탄시켰고, 설계의 단순함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외부세계에서 흘러드는 잡다한 감각들을 통합할 수 있는 수많은 세포들의 집합이 바로 나였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현실을 지각할 수 있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 몸, 이 상태로 그토록 오랜 세월을 보냈으면서도 어떻게 지금껏 내가 그저 방문객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40쪽>

출혈이 왼쪽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자 정보를 분류하고 세부문제에 집착하는 나의 지각도 자유로워졌다. 좌뇌를 지배하는 신경섬유들의 기능이 멈추면서 더 이상 우뇌를 억제하지 않았고, 내 의식은 세타빌 상태와 놀랄 정도로 흡사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불교도들이라면 아마도 열반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좌뇌의 분석적 판단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평온과 안락, 축복과 행복, 충만의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그러면서 내 일부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신체의 결박에서 완전히 풀려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런 끈질긴 유혹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무언가는 도움을 청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 한순간 또렷하게 생각했다가(나는 이를 '명료한 물결'이라 부른다) 다음 순간 전혀 생각이 나지않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삶과의 연결끈이 끊어지자 불안했지만, 한편으로 인지능력이 체계적으로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65쪽>

뇌졸중이 일어났던 날을 되돌리자면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자 신체 경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피부 끝까지 미치지 못했다. 마치 호리병에서 풀려난 지니가 된 기분이었다. 나의 정신에너지는 행복이 넘치는 침묵의 바다를 거대한 고래처럼 유유히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신체의 경계가 사라진 느낌을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몸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67쪽>

나는 37년 평생동안 많은 것을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해치우는 데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다가 이 특별한 날에 그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게 된 것이었다. 좌뇌와 언어중추를 잃었을 때, 시간을 연속적인 짧은 순간들로 나누는 시계도 사라졌다. 순간들이 정확하게 매듭지어지는 대신 열린 결말로 다가왔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서둘러 밀어붙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거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빈둥거리듯, 좌뇌의 '행하는' 의식을, 우뇌의 '존재하는' 의식으로 바꾸었다. 아주 사소하고 늘 고립되어 있다고 느꼈던 내가 이제 거대한 존재가 되어 주위의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어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새로운 관점으로 현재의 일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담당세포들이 망가져서 과거와 미래에 관련된 일들을 숙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였기에 내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여기, 이 순간 뿐이었고 그것은 아름다웠다.  ...중략... 이런 제약에서 풀려나자 나의 우뇌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eternal flow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했다. 내 영혼은 우주만큼이나 거대했고, 드넓은 바다에서 흥겹게 장난치며 놀았다.  ...중략... 꼭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그동안 나는 외부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더없이 홀가분해졌다. 내가 살아온 시간동안 나는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던 것이다!

 

 

<86쪽>

회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쉽지않은 인지적 결단이었다. 나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더없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누군들 안그랬겠는가? 그곳은 아름다웠다. 내 영혼이 자유롭고 거대하고 평화롭게 빛났다. 나를 집어삼킨 희열에 빠져 회복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해야 했다. 좌뇌가 제대로 기능하게 된다면 분명 이로운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외부세계와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을 터였다... 과연 회복이 그렇게 중요할까? ......솔직히 예전보다 더 좋아진 점도 있었다. 회복이라는 미명 하에 새롭게 얻은 통찰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나자신이 유동체여서 좋았다. 내 영혼이 우주와 하나이며 주위의 모든 것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황홀했다. 에너지의 역동성과 보디랭귀지에 주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존재의 중심으로 흘러드는 깊은 내적 평화의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차분하게 나의 평온한 마음을 존중해주는 세상에 있고 싶었다. 감정을 읽는 능력이 고양되자 다른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극도로 민감하게 느끼게 되었다. 회복이라는 것이 그들처럼 항상 스트레스를 느끼는 삶을 의미한다면 회복하고 싶지 않았다. 관찰하되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내 일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의 일과 감정으로부터 분리하는 편이 더 쉬운 일로 여겨졌다. 심리치료사 매리앤 윌리엄슨이 이렇게 말했듯이 말이다. "내가 또다시 쥐가 되지 않고도 쥐들의 경쟁에 다시 뛰어들 수는 없을까?"

 

 

<91쪽>

늦은 밤 스티브가 찾아와 어머니가 다음날 아침일찍 보스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라는 개념마저 사라진 것이었다. 그날 밤 깨어있는 내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라고 반복하며 조각을 짜 맞추려고 노력했다. 기억하기 위해서 단어를 계속 반복했다. 마침내 어머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일이면 그녀가 온다니 흥분되었다.  ...중략...  

 

 

<129쪽>

의사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내 경우에는 뇌졸중 이후로 8년동안 뇌의 학습 및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8년이 지났을 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는 외부자극을 기반으로 세포의 연결구조를 바꾸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런 뇌의 '가소성'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나는 뇌가 꼬마들이 여럿 뛰어노는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여러분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놀이터를 보면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고, 정글짐에 원숭이처럼 매달린 아이들도 보인다. 모래로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다. 각기 다르면서도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다. 뇌의 서로 다른 세포집단처럼 말이다. 정글짐을 없앤다고 거기서 놀던 아이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아이들과 섞여 또다른 놀이를 계속한다. 뉴런도 마찬가지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뉴런의 기능을 지우면, 이 세포들은 자극이 없어서 죽거나 다른 할일을 찾는다. 가령 시각의 경우, 한쪽 눈에 안대를 씌워 시각피질세포로 들어오는 자극을 막으면 이 세포들은 인접세포들과 접촉하여 다른 할 일이 없는지 알아본다.

 


<153쪽> 
4년차에 내 뇌는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냈다. 가령 파스타를 끓이면서 전화를 받았다......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능력은 수학적 사고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뇌졸중을 겪고 4년째에 접어들자 뇌가 덧셈에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 정도 더 지나자 뺄셈과 곱셈이 가능해졌다. 나눗셈은 5년차가 될 때까지도 힘들었다. 5년차가 끝날 무렵에는 발을 놓을 착지 지점을 보지 않고도 해변의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뛰어다닐 정도가 되었다. 항상 땅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했던 나로서는 놀라운 성과였다. 6년차의 최고 성과는 한번에 계단 두개를 오르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었다......

2년차부터 파트타임으로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의 노래하는 과학자로서 여행을 다녔다. 7년차에는 인디애나 대학의 운동학과에서 겸임교수 자리를 맡았다. 7년차에는 밤 수면시간을 11시간에서 9시간 반까지 줄였다. 이때까지 나는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말고 낮잠도 즐겨 잤다...... 8년차에 마침내 내 몸에 대한 자각이 유동체에서 고체로 돌아왔다. 내 몸을 다시 견고한 고체로 자각하게 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 자신이 유동체로 지각되던 때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던 때를 떠올리자 가슴이 뭉클했다. 


<179쪽>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영어로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는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적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생리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중략...  요즘 나는 나의 뇌에 매료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에 관해 생각하며 보낸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220쪽>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 간디

 

 

<231쪽> 
변연계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감정을 싣는 역할을 한다. 다른 생물들도 이 구조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연계를 가리켜 '포유류의 뇌' 혹은 '감정의 뇌'라고 부른다. 우리가 갓난아이일 때 이 세포들이 감각자극에 반응하면서 배선이 이루어진다. 변연계가 평생동안 기능은 하지만 성숙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래서 감정 '버튼'이 눌릴 때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두 살 때와 같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