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ND AT NIGHT: The New Science of How and Why We Dream/2004
<머리말>
밤이 되면 몸은 휴식을 취하는데 뇌는 왜 결코 쉬지 않는 걸까? 쉬기는커녕 현실 못지않게 생생한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 이 책에서 진행될 토론을 위해 나는 꿈이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묘사할 수 있는, 수면 중의 정신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꿈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점토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설적인 영웅 길가메시의 모험담을 그린 점토판에는 꿈 줄거리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꿈 이미저리를 해석하는 방법이 실려있다. 그 점토판은 기원전 7세기의 통치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지만, 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구전되어 왔음이 분명하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대략 기원전 천 년에 해몽서가 씌였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이란 결코 신성한 존재의 계시가 아니라 그저 '잠을 자면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의 [우파니샤드Upanishad]에는 말과 전차 같이 꿈에 등장하는 물건은 꿈꾸는 사람이 만들어 냈으며 그 사람의 내적 욕망을 표현한다고 씌여있다.
몸이 휴식을 취하느라 더 이상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할 필요가 없을 때, 뇌는 다른 중요한 과제에 마음껏 몰두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경험을 기억에 짜 넣는 과제도 포함된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처리된 과제들은 각성상태에서의 행동을 안내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통 꿈을 꾸는 REM수면기에 뇌를 순환하는 화학물질들은 각성상태에서 우세한 화학물질과는 다르다.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달라진다. 뇌의 작동환경이 이렇듯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자유롭게 연상할 수 있게 된다. 깨어있을 때라면 지휘권을 움켜쥔 뇌의 논리적인 정보처리 중추가 이를 거부했을 것이다. ...... 인간을 다른 생물과 차별화하는 고유특성 즉 자기반성적 의식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복잡한 계획을 세우거나 공상에 빠지고, 기억을 이어서 개인사를 만들며, 언어나 예술을 통해 정신활동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모호한 특성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40쪽>
파충류는 REM수면을 거치지 않는데 반해 포유류와 몇 종류의 새는 REM수면을 취한다. 인간의 REM수면은 엄마의 자궁 안에서 시작되고 나이가 들면서 변화한다. 26주의 태아에게서도 REM수면이 감지되었으며 하루 24시간 지속되는 것 같다. 신생아의 REM수면은 전체수면의 50%정도를 차지하고, 아기가 4살이 될 때까지 꾸준히 감소한다. 4살이 되면 정상성인수준인 20~25% 정도로 안정된다. 중년에 이르면서 REM수면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15% 이하로 떨어진다.
REM수면의 목적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신경생물학자 미셸 주베는 REM수면기에 근육을 마비시키는 고양이의 뇌 부위를 수술로 제거했다. REM수면기에 진입하자, 깊이 잠든 고양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있지도 않은 먹이에 살그머니 다가가거나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행동을 보이곤 했다. 그 결과 주베는 REM수면기가 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을 정신적으로 시연Rehearsal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따라서 '적 공격하기' 같은 특별한 생존기술을 날마다 실제로 쓰는 일이 없더라도, 그에 필요한 신경회로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48쪽>
깨어있을 때 우리 뇌는 각성상태의 민활한 의식에 꼭 필요한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로 흘러넘친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기분조절효과로 잘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이다. 프로작Prozac같은 항우울제는 뇌에서 순환하는 세로토닌 수준을 증가시킴으로써 우울증을 개선한다. 그러나 세로토닌은 판단, 학습, 기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든 후에는 뇌의 활동수준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순환이 중단되고, 아세틸콜린이라는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대신 분비된다. 아세틸콜린은 뇌의 시각중추, 운동중추, 정서중추를 흥분시키며 급속안구운동(REM)과 꿈의 시각적 이미지를 유발하는 신호들을 전송한다.
<51쪽>
앨런 홉슨은 꿈을 또다른 종류의 의식이라고 여겨서 1973년부터 깨어있을 때 겪은 중요한 사건과 선명한 꿈을 일기장에 적어왔다. 그렇게 써 온 일기장이 이제는 120권이 넘는다. "꿈은 기묘합니다. 그건 우리가 깨어있을 때 적절한 곳에서 적절히 흐르던 뇌 화학물질의 분비가 중단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사고력이 마비되고 환각을 일으키며 온갖 실수를 저지르고 감정이 강렬해져서 불안, 도취,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거의 전부 잊어버리지요." ...... 꿈의 줄거리는 정서 위주로 진행된다.
<62쪽>
REM수면 중의 꿈은 NREM수면기의 꿈보다 확실히 더 길고 자세하다. NREM수면기의 서파徐波수면 중에 깬 피험자의 꿈과, 같은 피험자가 더 늦은 시각 REM수면기에 보고한 꿈은, 주제는 비슷하지만 내용의 길이와 자세한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REM수면기의 꿈은 NREM수면기의 꿈보다 대개 정서가 더 강렬하고 다채로울 뿐 아니라 길이도 더 길다. 그러나 밤이 깊어짐에 따라 REM수면기 꿈과 NREM수면기 꿈을 구별할 수 없을 때가 많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72쪽>
레이먼드 레인빌은 25세에 시력을 잃었고 그때부터 시각장애인의 꿈을 연구한 심리학자이다. 시력을 잃은 초기에, 그의 꿈에 등장하는 시각적 이미지의 질과 선명도는 그 이전에 보곤 했던 것과 똑같았다고 한다. "꿈속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나는 시각과 시력이 서로 다른 현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관점에서 시각은 일종의 사고思考입니다."
<90쪽>
또다른 뇌손상환자들을 만난 후, 마크 솔름스는 뇌간 혼자서는 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가정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 환자들은 깨어있을 때도 꿈꾸기를 중단하지 못했다. 이들의 손상부위는 전뇌의 기저부에 자리한 특정 세포집단이었다. ...... 기저전뇌핵basal forebrain nuclei 및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뇌조직이 손상된 환자는 오히려 밤에는 전에없이 자주 생생한 꿈을 꾸고, 낮에는 각성상태에서의 경험과 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꿈꾸는 중에는 현실검증시스템이 꺼지기 때문에, 우리는 속옷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한 것을 현실로 믿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시스템이 다시 온라인 상태가 되지만, 기저전뇌핵 손상 환자는 그렇지 않았다. ...... 동맥류로 같은 부위가 손상된 44세 여성은, 스스로 "생각이 그냥 현실이 되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현실과 환각을 구별하지 못했다. 어느날 아침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죽은 남편을 생각했다. 그러자 별안간 남편이 침실에 나타났다고 한다.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남편은 그녀가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다음순간,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침대에 혼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같았어요. 그 일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고요.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구별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 중략 ...
"입면기, REM수면기, 기상 직전. 이 세 구간은 꿈을 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구간의 특징은 REM수면기의 독특한 생리적 환경이 아닙니다. REM수면기는 겨우 하나의 수면단계에 불과해요. 그 세 구간의 특징은 다양한 유형의 활성화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꿈에 필요한 전제조건은 일정한 유형의 활성화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활성화라는 것을 암시하지요."
<94쪽>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술을 사용한 앨런 브라운과 톰 볼킨의 연구는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실험실에서 2년 6개월에 걸쳐 수행되었다. 그들은 잠들기 전, REM수면기, NREM 수면기, 그리고 아침에 깨어난 후에 피험자들의 뇌를 촬영했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우리의 정신이 매일 밤 신기한 모험에 나선 동안 뇌의 특정 영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가장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구간으로 들어감에 따라 뇌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활동이 감소된다. 그러나 활동수준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25% 정도) 감소하는 부위는 계획 수립,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같은 고차원적 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이 부위는 가장 먼저 잠들고 가장 늦게 온라인 상태로 복귀합니다." 볼킨이 말한다.
전전두엽 피질의 비활성화와 함께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준이 크게 하락한다. 이들은 깨어있을 때 주의집중 및 문제해결기능을 도와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그 다음에는 뒤죽박죽 섞인 연상을 부추기는 아세틸콜린이 흘러넘치면서 REM 수면이 시작된다. 그러면 PET 영상에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브라운은 그 영상이 꿈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믿는다. 서파수면기에 활동이 감소했던 영역들이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재충전되어 활발해진다. 제외된 곳은 가장 늦게 진화된 부위인 전전두엽 피질의 논리 및 추론 영역이다. 이 영역의 비활성화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시공간 정향성이 왜 그렇게 자주 뒤엉키며 우리는 왜 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지 설명해 준다. 꿈에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갑옷을 입고 택시를 몰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98쪽>
브라운과 볼킨은 우리가 강렬한 정서를 느끼거나 욕망의 대상을 갈구할 때 환해지는 뇌 영역이 각성상태보다 REM 수면기에 더욱 활발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REM 수면기에 전력을 다해 활동하는 영역은 뇌의 장기 정서기억중추인 대뇌변연계limbic system이다. 꿈을 꾸고 있을 때는 뇌의 주의환기, 의사결정 부위가 조수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반면, 정서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것 같다.
<113쪽>
다양한 문화권의 꿈을 비교한 캘빈 홀의 자료(1940년대부터 약30년간 수집한 무려 5만 개의 꿈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에 그의 제자 빌 돔호프의 노력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그 자료에 의하면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상관없이 꿈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다. 여성의 꿈에는 똑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이 등장한다. 그에 비해 남성의 꿈은 등장인물의 70% 정도가 다른 남성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행운보다는 불운이, 긍정적 정서보다는 부정적 정서가, 호의보다는 공격이 더 많이 포함된 꿈을 꾼다. 그러나 신체적 공격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꿈에 더 많이 나타난다. 아동의 꿈에서는 공격행동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1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요소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작은 부족사회 구성원들의 꿈에서는 신체적 공격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 산업사회에 대한 연구 결과, 꿈속에서의 공격성은 미국인이 가장 높았다. 미국인 남성의 공격성 등장비율은 50%, 여성의 경우 34%인데 비해 스위스 남성은 29%, 네덜란드 남성은 32%였다. "미국인의 꿈에 나타나는 신체적 공격은, 스위스나 네덜란드보다 미국 사회에서 살인사건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돔호프가 말한다.
꿈은 성적 행위로 가득하다는 대중의 생각은 모든 꿈이 소망 충족, 특히 성적소망 충족이라는 프로이트의 관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희망사항이다. 홀과 캐슬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행위는 전체 꿈의 10%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꿈의 30%이상이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남성은 낯선 사람과 성교하는 꿈을 더 많이 꾸는 반면, 여성은 아는 사람을 상대로 그런 꿈을 꾸는 경향이 있다. ...... 베테랑 꿈 연구자 윌리엄 디멘트가 대학생들에게 꿈의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면 무슨 꿈을 가장 꾸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남학생의 95%가 섹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같은 주제를 택한 여학생은 5%에 불과했다. 2002년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꾸는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77%가 성행위라고 보고했다. 쫓기는 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꾸는 꿈이었다.
<233쪽>
작업중인 화가나 작가를 PET 등으로 연구하면 REM수면기에 꿈을 잣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뇌활성화 패턴을 발견할 거라고 버트 스테이츠는 주장한다. "예술가, 과학자, 작가, 하다못해 소설책에 푹 빠진 사람은 각성상태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때 그들의 정신상태는 꿈꾸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그들은 또다른 세계에 침잠해 있지요. 그리고 이 세상의 실질적인 문제에는 최소한의 주의만 기울입니다. 상상의 세계에 빠지면, 꿈을 꾸고 있을 때와 똑같이 시공간 감각을 상실합니다."
"영상이라는 영화의 수단을 사용하여 꿈은 자아에 관한 연극을 자신에게 선보입니다. 꿈과 소설 같은 가상세계에서는 차를 몰고 여러번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오직 한번만 가능한 일이지요."
<257쪽>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소한 방식으로 장면을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자신과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보고한다. 시카고에 사는 한 사람이 스티븐 라버지에게 제공한 아래의 자각몽 보고서는 그의 통제력 범위를 잘 보여준다.
"어머니의 집에 있는데 다른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라고 지시해 보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할 일들을 지시했고, 사람들은 내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지시했다. 무척 짜릿한 경험이었다. 내가 꾼 가장 흥미로운 자각몽 중 하나였다.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내 행동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65쪽>
노력없이 (꿈 속에서) 그냥 자각해 버릴 때도 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인 피트 헛의 자각몽에서는 갑작스런 노랫소리가 자각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의식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헛은 일기장에 그 꿈을 적어두었다.
"술집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더니 합창을 시작했다. '이건 피트의 꿈이라네. 우리 모두 여기 모였네. 그래서 우리는 공짜 맥주를 마신다네.'"
<269쪽>
왜 이런 까다로운 기술들을 사용하면서까지 꿈(자각몽)속에서 의식적 자각을 계발하려고 하는걸까? 이 질문에 라버지는 준비된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저 신기한 경험과 재미 때문이지요. 내가 창조주인 세상을 독점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요? 자각몽을 꾸는 동안 바로 그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각몽은 희열을 안겨주는 최고의 경험입니다."
<290쪽>
인지신경과학자인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이 1960, 70년대에 수행한 실험들은 그러한 감각처리에 약 0.5초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누군가 우리의 손을 만질 때, 우리는 0.5초의 시간이 지나야 실제로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간지체를 결코 깨닫지 못한다. 뇌는 다른 사람의 손이 우리의 손에 닿는 것과 동시에 그 감촉을 느끼게 하려고 자동으로 처리 시각을 수정한다. 뇌파기록을 이용한 리벳의 실험은 우리가 손을 들어올리자는 결정을 의식하기 0.35초 전에 뇌는 이미 근육에 손을 들어올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결정이 난 후에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297쪽>
프랜시스 크릭이 1994년에 발표한 의식의 속성에 관한 '놀라운 가설'은 이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진실이 되었다. "기쁨과 슬픔, 기억과 야망, 정체감과 자유의지는 사실상 거대한 신경세포 집합체의 활동에 불과하다"는 크릭의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313쪽>
DARPA(국방 첨단연구 기획청)를 위해서 제롬 시겔은 돌고래의 특이한 수면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돌고래는 숨을 쉬느라 가끔씩 수면으로 떠오르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돌고래의 뇌는 한 번에 절반씩만 잠을 자기 때문이다. 우반구가 2시간 동안 잠을 잔 후 깨어나서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면, 이제 좌반구가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어느 반구가 잠을 자든지 돌고래는 언제나 정상적으로 행동한다. "우리는 돌고래의 단일 반구 수면 패턴을 파악해서 인간에게도 약물을 사용하여 동일한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합니다." 시겔이 말한다.
돌고래의 뇌는 좌우반구가 동시에 잠을 자는 경우는 결코 없지만 두반구가 동시에 깨어있을 수는 있다. 이 포유동물은 적어도 2주일 내내 잠을 자지 않고도 잘 지낸다. 그래서 국방부는 군인이 무수면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기간으로 2주일을 목표로 삼는다. "무수면 상태에서 활동하는 것은 돌고래의 정상행동의 일부입니다. 돌고래에게는 부작용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그것도 조사하고 있지요." 시겔이 설명한다. 국방부를 위해서 다른 과학자들은 새가 어떻게 오랫동안 잠을 자지않고 이동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날아가면서 실제로 잠을 잘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각 챕터표지에 있는 어록>
"우리는 꿈을 진짜처럼 경험한다. 왜냐하면 꿈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뇌는 감각기관의 도움 없이도 우리가 각성상태에서 경험하는 세상을 창조하는 감각정보들을 꿈 속에서 모두 되살려낸다. 그것은 기적이다." - 윌리엄 디멘트
고요한 밤에 침범하는 꿈은 스쳐 지나가는 거짓형상으로 마음을 현혹한다. 주피터는 결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지옥의 궁전에서 솟아오르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단지 뇌의 작품일 뿐. 바보들만 헛되이 의미를 찾는다. - 조너선 스위프트, [꿈에 관하여]
다만 프로이트의 유령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 - 앨런 브라운
"꿈은 결코 기억될 의도가 없었어요. 하지만 꿈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열쇠입니다." - 조너선 윈슨
"꿈은 우리 눈앞에서 바뀌고 있는 기억입니다." - 버트 스테이츠
"꿈이 우리 정서에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는 꿈에 관심을 갖지 않아요." - 로절린드 카트라이트
프로이트는 50%는 옳았고, 100% 틀렸습니다. - 로버트 스틱골드
"꿈을 꾸는 시간은 관심밖에 있던 나 자신의 일부가 말하기를 허락받은 시간이다." - 데이드레 바레트
"언젠가 나,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어 즐거이 날아다녔다. 스스로 흡족하게 날아다니다 보니, 내가 장자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워있는 것은 바로 나, 장자였다.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 장자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조직입니다." - 크리스토프 코흐
<옮긴이 후기>
꿈은 정서적 충격을 완화시키고, 우울한 기분을 고양시켜준다.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용기도 불어넣어준다. 난관을 해결할 기막힌 아이디어도 뒤띔해 주고, 예술적 영감도 선사한다. 더 나아가 삶과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통찰할 수 있는 능력도 심어준다. 이 모든 일을 바로 우리의 뇌가, 그것도 매일 밤마다 기꺼이 열심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