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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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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22. 21:28 낙서장

낭만이란 무엇일까. 사춘기소녀의 꿈이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그렇다. 외로운 마음이 갈구하는 '약'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이틴로맨스를 읽는 소녀나, 바람나서 가정을 버리는 여자나 근본적으로는 같은 것 같다. 그들은 꿈을 쫓는 소녀들이다. 낭만의 수요자는 아마도 소수의 남자와 다수의 여자일 것이다.

나는 태생적인 낭만추종자였다. 시집을 사 모으고, 순정만화를 읽고, 사랑스런 만화장면을 스크랩하고, 따라그려보기도 하고, 유치환.이영도의 서신집을 밑줄을 그으며 읽고, 이외수의 '감성사전' 따위를 읽고 메모하고, 거의 모든 러브스토리에 빠져들고, 연애소설로 밤을 지새고.... 그 신기루를 쫓으며 사춘기와 20대초반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낭만이 무엇인지도 가물가물하고, 그다지 아쉽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짝을 찾아 헤매이는 시절에서 멀어졌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희미하게 남아있던 낭만에의 동경은 최근 완전히 사라졌다. 태생적 낭만추종자에게 결혼 10주년이 준 선물같기도 하다.^^
 
이른바 로맨틱가이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확~깼기 때문이다. 대체로 애정표현에 능숙하거나, 보란듯이 다정함을 과시하는 남자들은 거짓말에도 능숙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 하희라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남다른 애정표현(이벤트)으로 유명한 최수종. 알고보니 학력위조범!이었다. 어쩌다가 뽀록이 나자, 자기 입으로 외대 졸업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나. 웬걸,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 몇 권의 책에 상세하고도 리얼하게 캠퍼스생활을 묘사해 뒀고, 외대 후배(!)들을 상대로 초청강연도 했었다고 한다.
 
최근에 알게 된 두 유명인의 과거. 전국민이 다 알도록 '옥경이' 사랑을 부르짖는 애처가인 태진아. 간통범으로 경찰에 붙들렸던 과거가 있었다. 어머니뻘되는 부잣집 마나님에게 고액의 용돈을 받아가며 호텔밀회행각을 벌였었단다. 또 한 사람은 이외수. 지극한 아내 사랑을 저서와 방송을 통해 알려온 '사랑' 전문가. 20여년 전에 마약범으로 경찰서에 다녀오셨는데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다량의 대마초를 소지하고, 문학지망 소녀들과 여관을 전전'했다고 한다. 죄의 경중은 잘 모르겠으나 '정직'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여 '혜정이'에 대한 애정을 자랑하고 '저는 어릴 때부터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라며 전국 처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타블로 이선웅의 사기행각은 거의 영화 수준이다. 그 타블로를 위하는 척,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을 '똥덩이'라고 매도한 가수 알렉스는, 그 직후에 자신의 프로필에서 '에버딘대학 신학과 졸업'을 완전히 빼버렸다. 이 남자 역시, mbc '우리결혼했어요'를 통해서 뭇여성들의 '로망'이 되었다. 김동률의 '아이처럼'을 신애에게 불러줄 때는 나도 혹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로맨틱가이는.... 예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언니의 남자친구. 매일같이 손수 만든 도시락을 갖다주었고, 기념일에는 직접 쓴 시로 액자를 만들어 선물했던 남자,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회사 앞으로 마중을 나와서, 장거리연애 중이던 나를 서글프게 했던 그 분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애인의 적금을 몇차례나 가져가서 결코 갚는 일이 없었다.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는 것이 생활이었고, 결혼한 후에는 아내의 모든 수입을 탕진했다.

낭만은 무슨...



<2010/09/29에 쓰고 2018/03/22에 옮겨 옴>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