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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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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24. 23:39 책에서 발췌



<304쪽>
나의 아버지는 이 세상을 뜨기 약 30년 전에 나의 어머니와 이혼했다. 그 30년 동안 두 사람은 거의 접촉하지 않았기에 충분히 대화로 풀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내 고모들은 두 사람 사이의 전화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그를 '보호'했다. 아버지는 병석에 누운 지 며칠 만에 의식을 잃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에서 난다는 가래끓는 소리가 아버지의 목에서 간헐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징후로 볼 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몇 시간 정도인 듯했다. 그럼에도 그는 3일이나 더 버텼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점점 더 필사적으로 보여서, 마치 그의 목이 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어떤 경이로운 힘이,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바쁘게 상황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 조카의 머리 속에, 나의 어머니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나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고모들은 며칠 만에 처음으로 잠시 집을 비웠다. 그 몇 분 사이, 우리는 나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통화할 수 있게 해줬다. 아버지 귀에 수화기를 대주면서 우리는 어머니가 천천히, 온화하게, 그러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용감하게 전 남편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공유했던 사랑을 되새기고, 그를 위해 기도했으며,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를 용서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아마도 모든 사람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말, 즉 상대방을 자유롭게 해주는 말을 했다.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통화가 끝나자 곧바로 가래끓는소리가 멈추었다.


그 순간, 놀랍게도 아버지 곁에 난데없이 뭔가가 나타났다. 그들은 천사였다. 그들은 온화한 사람의 형상을 한 등불처럼 침대의 각 모서리에 조용히 서서 아버지의 주변을 신성하게 유지하고, 그의 의식이 편안히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그 무렵 고모들이 돌아왔다. 내 여동생은 잠시 두 살배기 딸아이와 산책하러 나가 있었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을 누이들이 놓친다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에 어린 손녀를 평생 못잊을 슬픔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적당한 상황이 준비되자 그는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친 지 20분 뒤의 일이었다.

 

<306쪽>
1926년 윌리엄 배럿트Sir William Barrett 경은 [임종환상Death-Bed Visions]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이 분야 최초의 연구로 알려져있다. 1961년 칼리스 B. 오시스Karlis B. Osis 박사는 자신이 진행한 더 포괄적인 연구와 그 이후의 연구를 한데 엮어 인기있는 저서를 발표했다. 이 책은 미국과 인도에서 1천 명이 넘는 의사, 간호사, 간호인이 죽음을 앞둔 환자 35,540명을 돌보며 관찰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환자가 경험한 환상의 내용은 문화권에 따라 달랐지만, 나이, 성별, 신앙,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환자에게 임종환상이 나타났다. 


오시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후세계에 대한 환상보다는 환자 본인의 환상이 훨씬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환자가 사자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부터 숨을 거두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4주였다. 피험자의 83%는 고인이 된 친척을 봤으며 그중 90%가 직계가족이었는데, 대부분의 다른 연구결과와 대략 일치한다. 종교적인 인물이 나타난 경우는 미국인보다 인도인이 더 많았고 믿음이 독실한 환자일수록 종교적인 인물을 더 자주 봤다. 기독교인은 예수나 천사를 봤고, 힌두교 신자는 죽음의 신이나 그의 메신저를 봤다.

 



<311쪽>
임종환상에는 주로 고인이 된 가족이나 친지가 나타난다. 그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로하고 아직 남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온다. 환자가 "알았어, 여보, 나 지금 가."라거나 "나 지금 가. 잠깐만 기다려줘." 같은 말을 하고 곧바로 숨을 거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들은 허공을 향해 미소 짓거나, 손을 뻗거나 흔들고, 두 팔을 벌리거나, 마치 무슨 말을 듣고 대답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거나, 심지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방문자가 도착하여 환자에게 아직은 떠날 시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환자의 몸 상태는 기적적으로 회복세를 보인다. 

 

랠프는 숨을 거두기 몇 주 전부터 어릴 적 친구 스티브 대한 환상을 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매년 여름에 함께 수영하곤 했지만, 성장한 뒤에 한 사람은 보스턴, 또 한 사람은 오하이오에서 사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때 서로 카드나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들은 서른살 정도의 젊은 나이였다. 랠프의 아내는 그의 환상을 대부분의 말기 환자가 보인다는 정신착란 징후로 여겼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랠프는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아, 저기 좀봐. 스티브야! 스티브가 수영하러 가자고 나를 데리러 왔어."라고 외쳤다.

 

그가 사망한 뒤 젊은 아내는 남편 친구 스티브에게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음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는 자동차 사고와 그 후유증으로 몇주 전에 이미 사망한 뒤였다. 랠프는 스티브의 죽음을 몰랐지만 자신을 찾아온 친구를 봤다. 스티브는 친구가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따라나서게 하려고 예전처럼 수영하러 가자고 했다. 사자는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가! 치유와 타협을 위해 죽음을 앞둔 사람을 찾아오는 이야기도 넘쳐난다. 예를 들어 죽음을 앞둔 부모에게 죽은 아이가 나타나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심지어 살해당한 네 명의 소년이 임종을 앞둔 살인자에게 나타나 그를 용서하고 그 덕분에 그 살인자가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는 일화도 있다.

 


<315쪽>
죽음을 앞둔 사람은 가족이 모두 모이는 휴일, 기념일, 생일,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 등 어느 특정일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그때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함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거나 임박한 생일을 기다렸다가 숨을 거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백혈병을 앓던 아이가 어머니날 바로 다음 날 세상을 떠난 사례도 있었다. 


폐암을 앓던 내 친구 바바라는 예상보다 일찍 숨을 거두었는데 타이밍이 실로 절묘했다. 바바라는 독일에 살았다. 미국에 살고 있다가 그녀의 임종을 지키러 온 아들은 어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에 돌아가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아들이 출국하기 3일 전에 숨을 거두었다. 주치의가 예상했던 사망일로부터 6주 이상 이른 시점임에도 결과적으로 아들은 괴로움도 덜고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장례식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

또 다른 어머니의 죽음은 예사롭지 않게 지연됐다. 그녀는 암스테르담으로 간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폐암이 악화되어 호흡조차 힘겨웠다.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그녀는 갑자기 거대한 손이 내려오더니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 손은 내가 내 힘으로 숨을 쉴 수 있을 때까지 되풀이하여 내 등을 가만히 밀어 올렸다가 멈추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차츰 상태가 안정되었고 그 덕분에 마지막으로 잠시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뜻깊은 이별을 원한다. 마치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10년 동안이나 말도 못하는 상태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한 남자의 놀라운 일화도 있다. 어느 날 두 아들 곁에서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앉아있던 그는 갑자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잿빛으로 변한 아버지의 얼굴을 본 큰아들은 아연실색하여 동생에게 911에 전화하라고 말했다. 그 때 아버지가 불쑥 말했다. "911에 전화할 필요 없다. 네 어머니에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주렴.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전해다오." 그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숨을 거두었다. 부검 결과 그의 뇌는 알츠하이머로 이미 오래 전에 완전히 파괴됐음이 밝혀졌다.


<326쪽>

레이먼드 무디가 소개한 사례에서, 이미 육신 밖으로 나온 한 여자는 자신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는 무디에게 그만두라고 외쳤다. 나중에 그녀는 무디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음을 깨닫고 그의 팔을 잡아 멈추려 했지만, 손이 그의 팔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고 술회했다. '농도가 대단히 묽은 젤라틴' 같은 물질을 통과하면서 손에 전류 같은 것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자와 근사체험자는 유체이탈 상태에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 벽과 천장을 통과하여 자유롭게 움직이며 지붕 위에서 맴돌기도 한다. 원하기만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특정 인물과 장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그들은 파노라마와 같은 시야가 생겨 모든 방향을 한번에 볼 수 있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가끔 생자가 미적거리며 이승에 머무는 사자의 존재를 무심결에 느끼기도 한다. 경찰관, 소방관, 응급의료진 등 응급 구조대원 9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17%는 자신이 도왔으나 숨을 거둔 희생자의 존재를 곁에 느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들과 실제로 접촉했다고 말했다. 갓 세상을 뜬 사자는 종종 이승에 머물면서 자기 죽음이 진행되는 장면을 지켜본다. 육신을 벗어날 때에는 대체로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내 경험에 의하면, 터널을 통과했다는 사자는 아주 드물었고, 계단을 올라갔다거나, 다리를 건넜다거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거나, 어떤 문으로 들어갔다거나, 아니면 골짜기, 안개 혹은 캄캄한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저 멀리 빛이 보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휙! 하는 소리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거나 감지될 수 있을 정도의 진동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인위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가운데 육신이 아직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저세상에서 이미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346쪽>
자살을 기도한 뒤에 살아돌아온 수많은 사람의 근사체험을 살펴보면 대체로 어둡다. '남을 살해해서도 안되고 자신을 해쳐서도 안 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고인이 된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가려고 자살한 사람은 결코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 뒤에 근사체험을 한 사람은 다시는 자살을 기도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급격한 쇠락을 피하고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를 택하는 말기환자는 대체로 만족해하며 저세상에서도 거의 문제를 겪지 않으며,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사람은 인간과 심층적 의식합일을 인식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숨을 거둔다. 자살한 사람에게는 서둘러 환생하여 상황을 바꿔놓으려는 강한 충동이 있는데, 도우미는 이런 시도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확고하고 의식있는 자살을 택한 사람은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는 편이다.


조르디는 붙임성 있고 늘 재미를 좇으며 사는 22세의 잘생기고 똑똑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대학 졸업식 전날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자신에게 했던 이 야만적인 행위에 경악했다. 내가 그와 소통하게 되었을 때에야 그는 자신의 행동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는 부모를 벌주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관점이 바뀌자 그는 자신을 다른 존재로, 즉 가족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멋진 것이 될 수 있었을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과, 다시는 이전과 같은 장점을 갖추고 태어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은 죽음에 대해 대단히 잘 준비돼 있고, 심지어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기다린다. 목가적인 풍경에 이끌려 들어가고, 먼저 간 가족과 만남으로써 자신이 저세상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 대부분 사람들과 달리, 의식있는 죽음을 맞은 사람은 자신의 사후 여정에 대해 더욱 확고한 주도권을 갖는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가고싶은 곳을 스스로 정한다.

암으로 사망한 심리학자 캐롤라인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숨을 거두기 몇주 전에 그녀는 내게 자신이 죽음을 좀 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했고, 나는 일주일에 세 번 그녀와 만났다. 떠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더 자주 두 세계를 오가는 듯했고, 그녀의 쇠약해진 얼굴에는 이승을 초월한 듯한 빛이 감돌았다. 

 

나는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찾아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싶었다. 한 시간쯤 후 집에 머물기보다 리버사이드 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그곳에서 본 것은 말 그대로 경이로웠다. 일상의 평범한 현실을 차단하는 듯한 현현顯現이었다. 나는 거대한 느릅나무 옆에서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눈 뒤편에서 내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캐롤라인임을 깨달은 그 순간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비가 내렸고, 다른 쪽에는 무지개와 찬란한 태양이 떠 있었으며, 내가 지켜보는 동안 그 태양은 이른 오후임에도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지는 태양 주위에는 분홍색, 황금색, 자주색을 띤 높은 구름이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햇살 속에서 찬란한 눈의 결정체가 반짝이며 내려왔다. 지구의 드라마가 연출하는 모든 아름다움이 동시에 거기 있었다.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정확히 말해서 나는 내 머리의 오른쪽을 통해 내 몸을 떠났다. 나는 나 자신이 바로 옆에 서 있는 느릅나무 높은 곳에 있는 다람쥐 둥지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간 나는 다람쥐의 관점에서 그 둥지를 보았고, 둥지의 아늑함과 따뜻함, 가장자리를 두른 나뭇잎의 강한 향기, 그리고 둥지 안에서 나뭇잎 사이에 파묻힌 채 잠들어 있는 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다람쥐가 발산하는 달콤한 동물 냄새에 압도됐다. 

 

캐롤라인은 이승의 삶을 떠나기 전에 그 삶의 진수를 음미하길 원했던 것 같다. 그녀는 나의 신체를 통해 단순명쾌함과 강렬함을 만끽했을 것이고 한편으로 그것은 아마도 내게 주는 이별 선물이었을 것이다. 내가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왔을 때 캐롤라인은 내 머리에서 튀어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모든 일은 고작 십분만에 일어났지만, 지금도 더없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런 경험은 종종 나와 캐롤라인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호자 역할을 했던 사람과 공유된다. 죽음을 맞는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고, 대부분의 정보는 직감적 감지clairsentience를 통해 전달된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