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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들은 모태의 산도를 빠져나가 이 세상에 태어난 뒤, 주변환경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체험을 했다. 나는 최면 중에 '원한다면 육체적인 출생과정을 피할 수도 있다'고 암시했고 그에 따라 출생과정을 다시 기억에 떠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이들이 전체 피험자의 16%였다. 즉, 84%는 최면중에 출생과정을 재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암시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도 특정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피험자의 회상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슬픔과 설움을 표시한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생과정이 자신에게 육체적으로 그다지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서러움이 체험 전반에 걸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10%의 피험자들이 출생중에 서러움을 느꼈거나 눈물을 터뜨렸다고 보고했다. 그러한 비애감이 대개 모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아서 야노프는 환자의 병적 공포증을 '원초요법primal therapy'으로 치료하기 위해 최면을 통해 피험자들을 출생시기로 퇴행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는 피험자들이 느끼는 공포의 근본 배경은 피험자들의 출생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피안의 세계에서 자유를 누리다가 육체 속에 '잡히거나' '갇힌'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신생아로 태어난 후, 이 세계와 이전에 머물렀던 피안의 세계를 비교하면서 고립과 축소, 외로움 등을 느꼈다고 보고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육체 속에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쩌면 육체 속에 있으면서 그 장막을 뚫고 우리들의 참모습인 '초월적 자아'를 체험하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의 본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몹시 무더웠던 7월의 어느날, 태어나기 위해 산도를 체험했습니다. 더위가 너무 심해서 내 기운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난 며칠 뒤에 태어나고 싶었지만, 내 몸은 계속해서 밀려나왔죠. 태어나자마자 내 몸을 감싸는 아버지의 손길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와서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거의 광적인 기분에 빠져 있었지만, 손길만큼은 대단히 능숙해서 내 숨통을 다시 틔워줬어요. 아버지가 뜨거운 7월의 어느날 나를 분만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면중에 출산과정을 경험하면서 내 몸에서도 땀이 배어나왔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체험은 격심한 투쟁같았습니다.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눈부신 불빛이 날 미치게 했어요. 마치 어둠 속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방의 불을 켠 것과 같았습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분노를 터뜨리자, 분만실의 사람들도 내게 반사적으로 분노의 에너지를 보내왔죠.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기이하고 이상했습니다. 그곳을 빠져나온 순간 난 강한 불빛에 깜짝 놀랐고, 찬 공기에 몸서리를 쳐야 했습니다. 자연히 난 울 수밖에 없었어요. 더욱이 사람들이 날 엄마에게서 떼어놓는 통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다가 난 그들이 날 돌봐준 후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줄 거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 분만실의 사람들이 날 이해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잘 보살펴 주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숨이 막힐 뻔했습니다. 그곳은 정말 갑갑하고 불편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죠. 숨을 쉰다는 것은, 특히 첫번째 숨을 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난 분만실의 사람들이 안도하며 무척 행복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몸을 어루만지는,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을 느꼈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들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선명한 체험이었습니다. 그 방 안에서 너무나도 분명한 '사랑'을 느꼈던 겁니다. 난 내 가족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궁금했습니다. 날 분만시켜 준 사람이 바로 내 친할머니였으니까요."
"나는 산도를 서둘러 빠져나가지 못해 안달이 났습니다. 그 때 인내심이야말로 평생 내 발길을 가로막을 일종의 걸림돌임을 깨달았죠. 태어난 직후에는 추위와 강한 불빛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 안의 의사와 간호사는 냉담하고 무감각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들은 산모의 두려움와 고통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품지 않았죠. 나는 그러한 정서적 결핍에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 시련이 끝날 때까지 난 어머니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나에게 극히 공포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마구 흔들렸습니다. 난 폐소공포증을 느꼈고,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오자, 이번엔 눈부신 불빛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게는 수많은 느낌과 인상이 밀어닥쳤죠. 그야말로 감각의 홍수 속에 빠져 버렸던 것입니다. 마치 우주 공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난 분만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의식을 끊어 버렸습니다. 출생은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대단히 공포스러운 체험이었죠. 나는 나 자신을 달래주거나 감싸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우주의 미아가 된 듯한 끔찍한 기분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출생이란 넓은 곳에서 협소한 곳으로 들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불빛과 마주쳐야 했죠. 내가 있는 곳은 무척이나 넓어 보였습니다. 난 안정돼 있었지만 어머니는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서 의사와 간호사에게 뭔가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냉정한 마음으로 상황을 주시했습니다."
"나는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꼭 누군가에게 기만 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출산은 유도분만(*자발적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인공호르몬을 주사하여 분만을 유도하는 시술)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고, 난 아직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난 태어나자마자 '자, 드디어 태어났구나!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난 형들이 날 시기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나의 성性을 불만스러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것은 결코 기분좋을 수 없는, 세상에서의 첫 출발이었습니다."
"나는 아기가 분만되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산도 체험은 하지 않았습니다. 출생 직후 난 구속감을 느끼면서 '사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지?' 하고 생각했죠. 그런 뒤에는 조용히 분만실을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난 신생아에게 별 애착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계속 살아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올 때 몹시 갑갑하고 구속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사방이 캄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빠져나왔을 때는 아까와는 반대로 환한 불빛들과 시끄러운 소리들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날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무척 충격적이었어요. 게다가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무정한 마음을 갖고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난 속으로 '이번에는 무척 외로운 여행이 될 것 같아' 하고 말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환생했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 피험자는 서둘러 태어나고 싶어했고, 인생을 전망하면서 무척 흥분했다. 그런데 태어나고 나서야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정말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난 얼굴이 짓이겨지고 팔이 가슴에 밀착되어 있는 것을 느꼈죠.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고 첫 느낌은 몹시 춥다는 것이었습니다. 난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매서운 추위와 강렬한 불빛의 공세를 받아야 하는 것에 적잖이 화가 났습니다. 아버지는 걱정하면서도 깊이 감동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었죠. 어머니는 신경이 곤두서서 말을 많이 하다가 힘이 빠져서 곯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의사는 냉정해 보였지만 우리를 친절하게 보살펴 주었어요."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나 자신이 일종의 투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환생하기 전에 미리 내 의사를 밝히고 논쟁하거나 투쟁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하고 환생한 후에야 저항을 시작한 것 같았죠. 태어난 뒤에는 내가 어떤 광대한 곳에서 길을 잃어버렸으며, 공기가 몹시 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피험자는 환생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났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등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등이 구부러지는 것을 느끼며 몹시 화가 났죠. 출생 직후 난 모든 것이 우습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만실의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난 그들의 마음상태를 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마치 쫓겨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주 빠르고 쉽게 태어났기 때문이었죠. 난 어머니가 빨리 해산하려고 스스로 무척 애썼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반도 아주 빨리 빠져나왔죠. 태어난 뒤 나는 방 안의 사람들이 급히 서두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분만과정은 수월했어요. 하지만 신생아가 된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난 모태를 빨리 빠져나온 것이 그저 좋았고, 사람들이 어서 내 몸을 씻어주고 보살펴 주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그들은 매우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마음가짐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안도했어요."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내 뒤에서 자궁수축이 일어나면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내 몸이 느릿느릿 미끄러지듯 산도를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출생 후엔 온몸의 힘이 다 빠졌고, 또 우울함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이번 생애를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눈부신 빛과 추위가 내 감각을 자극하는 순간, 사람들로부터 감정의 파장이 밀려오더군요."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내 영혼이 모든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난 분만 직전에 태아의 몸속으로 들어갔어요. 태어난 뒤 의사가 내 몸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는데, 난 그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손찌검에 화가 났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곧 그런 문제는 접어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여행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난 산도를 빠져나오는 순간 그 끝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산도 탈출은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출생은 약간 김빠지는 일이었습니다. 출생 후 나는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피부가 조금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분만실에 있던 어떤 사람이 '와, 정말 우량아가 태어났네!' 하고 외쳤죠."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난 사기를 당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난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고, 계속해서 모태 안에 머무르길 원했으니까요. 태어난 뒤에는 온갖 감정과 느낌이 한데 뒤엉켰습니다. 마치 육체적인 감각과 공포가 교차하는 가운데 어떤 황홀경을 느끼는 것 같았죠. 그 와중에서도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최면시간에 산도에서의 체험부분은 건너뛰었습니다. 출생 후에 난 아주 휘황찬란하고 경이로운 빛들을 느꼈고, 또 어머니가 날 원치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건 너무 놀랍고 실망스러웠어요."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난 산도가 수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도의 막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웠죠. 난 얼굴을 앞으로 하고 빠져나갔는데, 이마 위로 부드러운 압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뒤에는 찬란한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질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머니가 내 못난 얼굴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산도 안에서 난 어떤 단단한 근육 표면 같은 곳을 꼬집고 짓눌러댔던 것 같습니다. 빨리 태어나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막상 세상에 태어나고 보니 엄청난 소외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더이상 예전의 그 따스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분만실의 사람들은 날 친절하게 보살펴 주었지만, 무심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서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산도에서의 체험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날 둘러싼 모든 것이 수축 운동을 일으키는 동안, 난 그 속을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는 내 모든 감각이 상처입기 쉬운 상태임을 느꼈습니다. 무척 민감해진 상태였죠. 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깊은 신뢰감을 느꼈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출산에 대해 기계적이며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날 최대한 부드럽게 대해주고 있었죠. 그 부드러움은 내 기준에 비해서 형편없이 낮았지만, 난 그들의 입장을 이해했습니다."
"산도 속은 긴 터널 같았습니다. 난 그 속을 급강하하면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도 그 두려움은 여전했고요. 난 상처입기 쉬운 존재로 전락했을 뿐더러 외로웠으니까요. 그곳에는 무심한 사람들이 득실거렸고, 강렬한 불빛이 눈을 아프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날 안아주거나 반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나는 사랑을 갈망하는 낯익은 느낌에 빠져들었습니다."
"산도에서 나는 푸르스름하면서도 희뿌연 액체 위를 떠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난 그 흐름을 타고 산도를 손쉽게 빠져나왔죠. 하지만 그 끝에 다다르자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고, 그 때문에 겁에 질린 나머지 이 세상에 나오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났습니다. 결국엔 태어나고 말았지만 태어난 뒤에도 내 마음은 당혹감과 두려움에 시달렸고,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떨어야 했어요."
"산도에서의 체험은 그리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급류타기와 비슷했죠. 출생 직후 난 강한 에너지가 온몸에 전류처럼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주변환경을 살피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에너지만큼은 곧바로 느낄 수 있었죠. 그 사이에 어머니는 나를 반기고 경이로워하면서도 앞으로 날 어떻게 키워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산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발을 내뻗어 나 나름대로 버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몸이 갑자기 빙그르르 돌더니 머리가 먼저 밖으로 나가게 되었죠. 태어난 후에는 역겨움을 느꼈고, 무척 화가 났습니다. 의사는 아기 받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의 그런 감정이 느껴졌죠. 어머니는 안심하면서도 조금은 미심쩍어했습니다."
"난 사람들이 내 몸을 만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다시 모태의 따스한 물을 느끼고 싶었어요. 난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지만 그들에 대해 어떤 거리감을 느꼈고, 그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루이스와 헤어져 낯선 타인들의 세계에 홀로 떨어진 것이 무척 싫었어요.(루이스는 피험자의 쌍둥이 형제로, 자궁 속에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루이스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일찍 죽은 것이며, 이제는 영혼이 되어 피험자를 도와주고 있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몹시 불편했습니다. 내 자세가 거꾸로였기 때문에 의사가 겸자로 날 끄집어내야 했죠. 육체적으로 극도의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생한 이후에도 난 찬란한 불빛과 마주치면서 심한 통증과 불편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걱정을 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자 안심했죠. 이 자리에서 밝혀둘 점은 그 당시에도 난 나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난 삶의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난 태어날 때 느꼈던 육체적인 감각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내 몸은 극도의 추위에 사로잡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출생 후 내가 느낀 감정은 '마침내,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난 내 몸이 산도를 통해 자궁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시각적인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마지막에 난 몸을 뒤틀면서 어머니의 몸 속을 빠져나갔죠. 출생 직후 난 공중에 들어올려져서 어머니를 마주보게 된 것 같았지만, 웬일인지 어머니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당시 난 거대한 희열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인 체험을 했으며, 동시에 엄청난 분노를 느꼈죠. 하지만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어째서 아름다운 화원 속에 있는 꽃봉오리에서 태어나지 못했는가?' 하는 것뿐입니다. 출생 후 나는 내가 잘못된 장소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내아이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났으니까요."
"나는 산도에서 매우 신속하고 평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고 나니 환한 불빛이 느껴졌어요. ... 전반적으로 내 최면여행은 희미한 기억으로 이루어졌지만, 출생 직후의 순간에 대해서만은 육체적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전기적 충격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