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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에서의 일은 전반적으로 어렴풋합니다. 안에서 내 어깨가 짓눌리고 목이 비틀린 인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인지 출생 이후 난 목과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느꼈습니다. 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는 그런 내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했죠. 난 비명을 질러댔지만 아버지와 간호사는 그런 나를 보고 오히려 웃었습니다."
"산도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꼭 죽을 것만 같았죠.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강렬한 불빛과 추위에 노출돼야 했습니다.내 몸이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공간 속을 왔다갔다 하는데 난 아무 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잔뜩 겁을 집어먹었죠. 나는 어른의 지성을 갖고 있었지만 익숙한 무력감에 빠져들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태아의 몸이 산도를 빠져나갈 때 난 마치 등 뒤로 문이 닫혀지고 잠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에는,내가 어떤 새로운 사회집단에 들어왔으며, 뭔가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머리 부위에 압박감을 느꼈고, 발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으로 빠져나온뒤에도 내 다리는 여전히 마비된 상태였고, 가슴에서도 통증이 느껴졌죠.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분만실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쓸 문제였습니다. 내 다리는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죠.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났을 때 난 다리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기이한 느낌이 들었죠."
"나는 산도를 너무 빨리 빠져나왔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내가 과연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인가?'였습니다. 차가운 공기, 소리, 빛 같은 것들을 느끼면서요."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난 화가 났습니다. 내가 원했던 때가 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 몸을 끄집어내고 있었으니까요."
"산도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머리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나머지 몸은 여전히 어머니의 몸 속에 있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죠. 모태 밖으로 나오자 눈부신 빛과 수술용 녹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고 그들을 관찰했습니다. 난 아기의 몸이었지만 정신만큼은 어른이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가는 일은 터널을 통과하는 일과 똑같았어요. 산도를 빠져나오면서 난 어떤 선명한 푸른 빛을 보았고 다음엔 누런 빛을, 다시 그 다음엔 무색의 빛을 보았습니다. 태어난 뒤에도 기분이 무척 좋았지요. 사람들이 날 목욕시킬 때 내 몸을 담갔던 물과 그후 내 몸을 감쌌던 포대기의 따스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죠. 내 가족은 내가 여자아이란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최면을 통해서 겪었지만 출생은 정말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태아의 몸이 처음 형성될 때 난 방관자인 동시에 태아로서 주관적인 느낌을 체험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고통은 없었습니다. 태어난 후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불빛이 쏟아졌지만, 난 출생의 기쁨에 도취되어 개의치 않았어요. 어머니는 무척 행복해했고 방 안의 다른 사람들도 농담을 하면서 즐거워했죠. 그때 나도 속으로 웃었던 것 같습니다."
"난 산도에서 헤엄쳐서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물고기에서 인간이 된 느낌이 들었죠. 태어난 뒤에는 사람들이 날 쓸데없이 끌어당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온몸의 진이 빠졌고 화가 났어요. 나는 빛과 공기,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조악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 거칠었죠. 대기까지 황량했으니까요. 난 가볍게 놀 수 있는 상황을 바랐는데, 세상은 너무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밝고 즐거웠던 피안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원래 이 피험자는 놀고 싶은 마음에서 이 세상에 내려오고 싶어했고, 누군가 그런 그녀의 환생을 적극 만류했었다)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난 '아, 이제 나가는구나! 신난다!' 하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 출생 직후엔 빛과 추위, 그리고 호흡을 곤란하게 만드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난 괴로웠고 충격받았고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죠. 어떤 여자가 날 거칠게 잡아당겼습니다. 그 사람은 화가 나 있었고 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워서 내게 신경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정말 악몽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난 최면상태에서도 주체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려야 했어요. 난 초월적인 빛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했습니다." (이 피험자는 원래 환생에 대해 열의를갖고 있었고 서둘러 태어나고 싶어했다.)
"나는 어머니가 공포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고 산도를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어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편하게 만들어 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출생 후 나는 사람들이 갓난아기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우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사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도 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는 쓸데없이 긴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인턴이 여유를 갖고 나의 출생을 기뻐해 주었죠.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좋아했고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출생 과정이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세상에 태어나고 보니 괜히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바깥 세상은 너무 시끄러웠고 눈이 부셨으며 추웠습니다. 얼마쯤 지나고 나서야 몸을 녹일 수 있었죠. 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대부분 냉담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환생에 대한 나의 기쁨과 열의가 막상 이 세상에서는 제대로 호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크게 실망되더군요 난 명료한 의식 상태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감지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나는 산도가 너무 갑갑해서 '어서 빨리 나가자. 끝내 버리자!' 하고 외쳤어요.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왔을 땐 울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몸에 꼭 붙어 있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죠. 난 어머니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의사는 나를 보고 상당히 만족스러워했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잠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임신과 출생의 과정이 무척 어리석은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른 태어나고 싶어했지만, 태아시절을 거쳐 출생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으니까요"
"나는 집 침실에서 태어났어요. 출생과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난 뒤에야 그 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산파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난 그토록 조그만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나를 타이르며 '자, 들어가자!' 하며 태아와 내 의식을 합치시켰습니다. 그것은 마치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드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산도를 빠져나올 때에도 여전히 태아와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해산은 상당히 어렵게 치러졌습니다. 난 태아의 몸이 자연적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았죠. 마침내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야 갓난아기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때에도 내 의식은 여전히 명료했습니다. 그 작은 몸에 들어가기엔 내 마음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산도에서 난 온몸이 으깨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출생 후 촉촉이 젖은 피부 위로 강렬한 불빛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덮쳐왔습니다. 내 기분은 엉망이 됐고, 곧바로 무력감에 빠지고 말았죠. 난 감정적으로 아무 위안도 얻을 수 없는 처지에 빠졌던 것입니다. 난 눈살을 찌푸리며 그 고통을 참아내려 했습니다. 의사는 해산과 관련된 일에 정신이 팔려서, 하나의 인간인 갓난아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어머니는 마취를 받아 잠들어 있었어요."
"산도는 따스하긴 했지만 너무 비좁았습니다. 세상에 나오자 누군가가 내 눈꺼풀을 열어젖히고 눈동자를 검사하려고 했죠. 그때내 온몸으로 열기가 퍼져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실안에 있던 사람들은 내가 죽는 줄 알고 겁이 나서 미친 듯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죠. 난 눈을 감고 그곳을 떠나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조산아였는데, 최면중에 난 그것이 나 자신은 물론 어머니의 노력에 따라 빚어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죠. 사실 난 태어나는것을 원치 않았고, 어머니도 나를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난 무척 놀랐지만 아주나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텔레파시로, 진통을 고통이 아닌 일종의 흥분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죠. 태어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와 찬란한 불빛이 굉장히 짜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난 갓난아기로서의 내 몸이 그 모든 시련을 충분히 이겨낼 정도로 튼튼하고 힘이 세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난 이번 생애를 시작하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어머니만이 날 성가시게 하지 않는 사람 같았기 때문이죠. 난 앞으로 슬픈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어쨌거나 결국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난 어떤 이유에선지 그들을 보며 웃었던 것 같았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은 내가 진정 누구인지를 모를뿐더러,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병원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그들은 오히려 바보같이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고 감정에 치우쳐서 마냥 좋아하기만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죠. 아무튼 내게는 그게 굉장히 우스웠습니다."
"나는 태아의 몸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몸을 신중하게 관찰했죠. 출생 후 나는 내 몸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과, 이마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됐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아기가 무척 우습게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내 기분을 상하게 했죠. 비록 나중에 내 몸이 괜찮아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말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습니다."
"출생 체험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매우 화가 났습니다. 난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난 자궁 속에서 발길질을 하고 싸우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출생 후 일단 안심하긴 했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죠. 그때 난 '이곳이 바로 내가 그토록 태어나길 원했던 곳이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난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는데, 친할머니는 심보가 아주 고약했습니다. 처음에 난 그녀가 심통 사나운 간호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내 친할머니더군요."
"난 너무 활기찼고 힘이 셌습니다. 하지만 태어나고 나서 섭섭하고 비통한 심정이 되었죠. 분만실의 사람들은 내가 예쁜 아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내가 안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죠. 나를 만지는 사람마다 모두 분명한 마음의 파장을 방출하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신바람이 나서 산도를 미끄러지듯 재빨리 내려가 손쉽게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출생 후엔 내 주변의 여러 곳에서 강렬한 에너지와 긴장된 의식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매우 선명하게 지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식이었습니다."
"태어나고 나니 몹시 불편했고, 또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에 비해서 내가 들어가 있는 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어요. 다음 순간, 나는 어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를 열심히 분석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할아버지한테서는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이 한꺼번에 느껴졌죠."
"난 태아 속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획보다 일찍 태아의 의식과 내 의식을 합치시키지 않는다면 태아가 살아 남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출생 후 나는 대기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몸을 움직이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몸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죠.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산도의 재체험은 내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몸이 심하게 떨릴 지경이었죠. 산도에서 난 몸을 비비 틀면서 전진했던 것 같습니다. 난 바깥에 나오자마자 엉엉 울고 말았죠. 나는 사람들이 갓난아기란 으레 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상의 경험담들에 대해서는 내가 독자 여러분에게 달리 요약해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아무리 강한 열의를 가지고 출생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일단 물질적인 세계에 들어오면 자신들이 원래 있었던 '빛의 땅'에서 분리된 데서 기인하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