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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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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3. 02:15 책에서 발췌

- Helen Wambach, 1979 / 서민수 옮김, 시공사, 1996

 

 

<12쪽>

나는 80의 나이에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가, 어느날 제정신을 차리시고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시며 하셨던 말씀을 결코 잊지 못한다. "나는 죽어가고 있어. 그렇지? 날 살려다오!" 어머니는 마치 한 송이 꽃처럼 곱게 살아오셨고, 여든의 나이를 맞이했을 때는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어느 한순간 어머니의 마음은 지극히 예민해져서 죽음이라는 공포에 몸서리쳤다. 어머니는 감리교 신자로 자랐고 미국 중산층이라는 안온한 고치 속에서 안락한 삶을 살았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타인에게 선해야 하고, 주일에는 교회에 가야하며, 성경을 해석하는 목사의 권위를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어머니조차도 죽음을 자각한 순간에는 기존의 신앙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는 왜 태어난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내 사고의 방향을 정해주었고 결과적으로 이런 연구를 하도록 이끌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심리학자인 나는 평상시의 의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면의 깊은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 내면의 영역에 도달하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최면'이 그 잠재의식과 초의식으로 들어가는 수단임을 알았다. 이러한 의문을 안고 나는 이 탐구를 시작했다.

 

 

<38쪽>

나는 불을 켜고 방 안의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피험자들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 졸린 듯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 장장 4시간 동안 자신들의 우뇌를 탐구한 결과였다. 내가 체험내용을 적을 종이를 나눠주자 피험자들 대부분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은 말할 수 없이 즐거워하면서도 뭔가 깊이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전혀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고 얘기했다. 한 여성은 체험내용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나 자신이었던 그 아기에게 한없는 동정심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내가 그 육체적인 생명체 속에 들어오게 됐을 대는 무척 슬펐죠. 그토록 자그마한 몸 속에 구속된다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느꼈던 엄청난 사랑과 가벼움을 잃어버린다는 것도 무척 유감스런 일이었거든요."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웃었지만, 뺨 위로는 눈물이 흘렀다. 다들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내가 말해주자 그녀는 다시 밝아져서 말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나는 출생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반면에 이전 생에서 겪은 두 번의 죽음은 너무나 즐거운 체험이었어요."

 

 

<41쪽>

나는 피험자들이 제출한 답변지를 읽으면서 미국 중서부 사람들의 체험내용이나 캘리포니아주 사람들의 체험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청년은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나 자신의 선택에 따라 환생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나는 그 목소리를 무척 신뢰했습니다. 아주 친절하고 지혜로운 목소리였죠. 나는 이번 출생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사님이 현재 삶의 목적을 물어보셨을 때 나는 내가 사람들의 의식을 넓혀주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현 시대에 환생한 이유는, 현 시대가 사람들의 안정된 마음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사람들이 안정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내가 남성이 된 것은 그것이 하려는 일에 유리했고, 내가 남성 역할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어머니는 과거생에서 내 아내였고, 아버지는 내 아들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동료들이나 연인들에 대해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지만 분명하지는 않았어요. 내 자녀들이나 다른 친지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인상이 떠오르지 않있습니다. 다만 나는 현재 나의 아저씨 중 한 분이 과거생에서 알던 사람이었다는 것은 분명했어요. 그리고 내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전생부터 내가 알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출생 직전에서야 현재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했고 그래서 태아의 몸에 들어갔어요. 그 당시 어머니는 대단히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며, 사랑과 온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박사님이 출생의 체험에 대해 질문하셨을 때, 난 그 당시 나 자신이었던 자그마한 살덩어리에서 기묘한 흥분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출생 직후에는 일종의 행복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은 무척 만족해하셨고, 어머니는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나는 이번 생애가 나 자신에게 대단히 유익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최면 시간 내내 나의 내면에서는 어떤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분명한 목적의식이 느껴졌습니다."

 

 

다음 사람의 자료는 이러했다.
"그래요. 나는 이번 생애를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교사 비슷한 존재와 상담하기도 했죠. 나는 출생을 무척이나 갈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생애의 목적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는 그저 뭔가를 기다린다는 생각이 떠올랐으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또 왜 구태여 지금 시대에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죠. 다만 직전의 삶에서 남자였지만 이번에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남편이나 여러 친구들이 나와 전생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란 것은 확실했어요.

나는 태어날 준비가 다 됐을 때에야 비로소 태아 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어머니가 출산에 대해서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죠. 산도에 있는 동안에는 빙글빙글 돌면서 물 속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자 갈색 목제가구들이 들어선 하얀 방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이 최면여행은 무척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여러 삶들 중에서 현재의 생애를 선택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젊은이는 답변지를 탁자 위에 놓고는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기이한 여행이었습니다. 박사님이 내 선택에 따라 태어났는가를 질문했을 때 뭔가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꼈지만, 나의 대답은 산도를 빠져나올 때에야 비로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어요.  ......  나는 이번 환생이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른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박사님이 다른 생애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내 속에서는 어떤 압도적인 느낌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또 이번 생애의 목적에 대해질문하셨을 때는 '이번 삶을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떠올랐습니다. 그 문제에서만큼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산도를 내려올 때는 내 가슴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은 출생한 직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뭔가 압도적인 느낌이었죠. 나는 숨이 차서 헐떡거리다가 간신히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가 의식했던 것은 나를 압도했던 그 느낌이 사라져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는 것 뿐입니다."

다음 자료는 자기의 결정에 따라 출생한 사람의 얘기였다. "어떤 다른 존재가 당신이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그래요, 우리 중 한 사람이 도와줬죠."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우리'란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피험자들은 단체로 함께 행동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사님이 출생하는 것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질문하셨을 때 나는 좀더 쉬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어서 어쩔 수 없었죠. 출생의 목적을 물어보셨을 때는 그것이 인류의지의 진화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시대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이 개인적으로 내게 적당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내 인연의 끈이 현 생애 속에 얽혀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성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구도 속에서 관계를 맺으려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죠. 부모님을 비롯해서 남편과 친구들은 전생부터 알아온 사람들이지만 내 자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태아 속에는, 어머니의 산고가 시작됐을 때에야 비로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산도에서 겪은 체험은 비교적 재미있었죠. 태어난 직후에는 육체와 합체된 덕분에 생긴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갓난아기에게 쏟아지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 표현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죠"

 

 

다음 피험자는 현재 삶 속에 들어온 데 대한 분노를 보여준다.
"이번 출생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나와 함께 있었던 현재의 내 여동생이 나의 출생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준비가 안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이번 생애의 목적은 나의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전생에서 내 절친한 친구였던 어머니와 좀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지금의 시대가 그들 두 사람이 지상에 살아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는 현재의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나는 전생에서 아버지를 알게 되었을 때 남성이었기 때문에, 이번 생애에서도 그대로 그 성을 선택했습니다. 아버지는 간수의 역할을 맡고 내게 채찍을 휘둘렀던 사람입니다. 나의 동료들이나 연인들이 전생에서 나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상도 떠오르지 않았죠. 다만 내 동생이 전생에서도 동생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언제 태아 속에 들어갔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분명한 점은 그 당시 어머니는 몹시 쓸쓸하고 외로운 처지였기 때문에 나를 낳게 되어 무척 기뻐했다는 사실입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일은 최면 속에서는 불과 몇 초 만에 진행됐지만, 실제로는 꽤나 힘들었고 시간도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나는, 어머니의 출산을 도왔던 여성이 무척 지쳐있다는 것과 어머니가 내가 여자아이인 것에 기뻐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 자신이 마치 삶의 목적을 거스르기 위해 고군분투한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시기에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거든요. 간수였던 내 아버지 때문에 말입니다. 이번 체험은 인생에 대한 나의 진정한 감정을 밝혀주었습니다. 그 점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46쪽>
시카고 피험자들의 다음 자료는 마구 갈겨쓴 글씨로 적혀 있어서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한 여성은 자신이 자동기술自動記述을 경험했다고 적고 있었다. 나는 피험자들에게 그들이 부지불식간에 잠재의식 상태에서 체험내용을 전할 수 있다고 얘기한 일이 있는데, 이러한 자료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피험자의 잠재의식은 표면의식의 제약을 뚫고 겉으로 드러나서 보다 깊은 차원의 답변을 전해 주는 것이다. 그 답변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출생을 나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내 주변에는 여러 존재들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얼굴 중에서 가장 먼저 어떤 남자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뭔가를 성취하기 위한 시도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삶의 목적은 그 성취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죠 내가 현 시대를 선택한 까닭은 지금 이 시대에서 이루어질 그 어떤 것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나는 전생에서 알아온 사람들을 자식으로 낳으려고 여성이 되기를 택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전생에서부터 알아온 사람이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남편을 비롯해서 자식들과 친구들도 전생부터 나와 알고 지내온 사람들입니다.

 

나는 태아가 첫 숨결을 토해 내면서 자궁을 빠져나올 때에야 비로소 그 속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는 기분이 엉망이었습니다. 당시 어머니의 삶은 결코 당신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어머니가 몹시 불행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등이 아파서 몸을 구부렸더니 한결 나아졌어요. 태어난 후에 나는 주변상황을 무척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사람들은 신생아가 아무것도 모르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정말 우스운 일이었어요."

 

 

다음 자료에서 피험자는 처음에는 출생에 대한 저항감을 강력하게 표시했다가 결국 자신의 운명에 따르기로 했다고 적었다.

 

"나는 무척 주저하다가 출생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존재의 세심하고 애정어린 잔소리를 듣고 출생을 결심하게 된 것이죠. 사실 출생 전에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느냐, 마느냐를 놓고 오랫동안 토론했어요. 나는 이번 삶에 대해,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의무와 책임감을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삶의 목적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는 '과녁의 중심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화살 같은 삶, 아름답게 되고 또 그렇게 만들어지는 삶'이 바로 내 인생의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세기를 선택한 이유는 전자기적 문명이 내게 적합했기 때문이고, 여성이 된 이유는 육체적인 감각의 자극을 경감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전생의 인연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현재 아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전생에서부터 알아온 사람들입니다. 태아 속에 들어간 시기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자궁 수축이 시작됐을 때에야 비로소 태아 속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죠. 나는 산도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어머니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출생 직후 나는 육체와 영혼의 감각이 무뎌지는 아주 고통스러운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 상태에 대한 지식을 비롯해서 다른 여러가지 직감적인 지식을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