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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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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23. 00:49 영화
 
 

01:03:01    침략결과는 두 가지래. 
                   하나, 전투에서 진 뒤 돌아갔다가 수백, 수천년 뒤에 다시 침공한다.
01:03:12    또 하나는?
01:03:15    외계인이 이겨.
01:03:18    미안하지만 무슨 책이라고?
01:03:22    지금 이게 다 현실일까?
01:03:29    물을 싫어한다는 이론을 읽은 적이 있어.
01:03:35    호수 근처로 가면 안전할 거야.
01:03:38    지어낸 이야기지?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 SF, 스릴러'라고 되어있지만, 나에게는 블랙코미디 같았다.

 

영화는 1시간 30분 동안 몇 명의 남자들이(어린이를 포함하여),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계속 증폭시켜 나가다가, 마지막 10분 동안 대결?하고 해결되고 일상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본 관객들도 많은 것 같지만 난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냥 '외계인 대소동', 아니 '인간 대소동'이다. 

 

크롭서클이라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재를 왜 끌어왔는지 묻고싶다. 그 웅장하면서도 정교하고 멋진 크롭서클들의 위용은 어디가고 거친 옥수수밭에 허접하게 만들어진 그 모양새라니.... 포스터는 꽤 있어보이더만.

 

줄거리는 '무지는 두려움을 낳는다'는 말을 증명하는 듯 하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직업(성직자)을 버린 중년남자, 그의 20대 남동생,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그들은 낯선 현상을 대뜸 '위협'으로 간주하고 겁을 집어먹고 대책을 찾으려 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전혀 새로운 입력(UFO와 외계인)에 뭔 신통한 출력이 있겠나. 알미늄호일로 고깔모자를 만들어 쓰는(키세스 초컬릿 PPL?ㅋ) 정도의 대책 뿐. 그 와중에도 어른답게 담대한 액션을 해야한다고 믿는 남자들의 '가오'가 안쓰럽다. 위험, 불안, 걱정, 두려움이 증폭된다. 계속 계속 증폭된다.

 

이 영화의 외계인은 진짜 시시하다. UFO를 타고 지구에 와서는 크롭서클을 만들고 그걸 표지삼아(말도 안됨ㅋㅋ) 비행?하면서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리다가, '메시지'도 안남기고 동료를 버려둔 채 그냥 가버린다. 인간의 해골을 닮은 몰골을 하고 있는데 지붕에 올라가는 능력 외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어보이는 녀석이 빈손으로 '혼자' 다닌다. 코스튬도 없고, 무기도 없고, 장비도 없다. 말도 못하고, 바디랭귀지도 못하고, 격투도 못한다. 야구방망이에 얻어맞아 주저앉더니 물water이 피부에 닿자 치명상을 입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겁나게 진지한 아재들의 표정이 뭔가 '심오한 주제'를 전달하려는 건가 하는 착각!을 줄 수도 있었지만, 내가 느낀 주제는 이것이다. 

"남자에게는 여자가 필요하다!"

 

어린시절의 나는 거지같은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밤에 천둥이 치면 '저 산너머에 북한군 탱크가 오고있는걸까' 하며 벌벌 떨었다. 학교와 어른들이 심어준 전쟁의 참상, 저들의 잔학성, 극한의 고통들이 마구 상상되어서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 때에 필요했던 건 '아무일도 없을테니까 안심하고 자거라'라고 말해줄 엄마(신부님이 아닌)였다. 영화속 가족에게도 아내이자 엄마였던 콜린이 살아있었다면, 그래서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다면 한결 안정을 찾았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70억 인류가 함께 겪을 일인데 뭘~. 최악의 경우에 죽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인간은 한 번은 죽게 돼있고, 죽더라도 우리가 다함께 가게될테니 얼마나 다행이야? 게다가 저들은 아직까지 폭격도 하지않고 납치도 하지않고 있쟎아.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겠지. 원하는 게 있으면 협상을 하면 되고, 구경을 왔다면 좀 있다가 떠나겠지. 모두가 무사하길 기원하면서 우린 밥을 먹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자구. 만에 하나 우리를 돕거나 선물을 주려고 왔을지 누가 알겠어?....."

 

 

 

 

 

<2017/06/29에 쓰고 2018/03/23에 옮겨 옴>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