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mooncle
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Tag

2020. 6. 15. 16:30 책에서 발췌

 

[녹색평론] 1995년 3~4월(통권 21호) 中 

원문은 [Whole Earth Review]의 1994년 겨울호에 실린, 90세를 맞이한 헬렌과 Tami Simon의 인터뷰 중 일부라고 함.

 

 

<성장과정에 대해>

나는 아주 운이 좋았어요. 나는 좀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우리가족은 지식인이었고 음악적이고 예술적이었어요. 뉴욕 교외에 살았는데, 그들을 만나러 오는 유럽사람들과 많은 접촉이 었었어요. 채식주의자였고(1800년대 말에!) 동양의 종교에 관심이 있었고 시민단체들의 회원이었고 대단히 박애주의적이었어요. 나는 내가 그 집안에 태어날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들을 골라냈다는 거지요. 어려서 바이올린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얼마간 재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대학에 가는 것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러 유럽에 가는 것 중에 선택을 해야 됐는데 유럽을 선택했어요. 17세에 집을 떠나서 여러해 동안 외국에서 살았어요.

 

 

<스코트 니어링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를 소개한다면?>

외부인들에게 그는 자기의 지적, 육체적 일에만 관심이 있는 엄격한 사람으로 보일 거에요. 그러나 그는 아주 드문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특히 이상주의자였고 돈이나 출세나 지위에 관심이 없었어요. 배우고 기여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세상이 살 만한 좋은 세상이 되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버몬트로 이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스코트는 너무나 급진주의적이었기 때문에 여러 대학에서 쫓겨났어요. 펜실베니아대학에서는 9년간 재직했는데 공장과 광산에서의 어린이 노동에 반대한 것 때문에 쫓겨났고, 오하이오의 톨레도대학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공공연히 반대했기 때문에 해고되었어요. 그는 그것이 이상주의적인 전쟁이 아니라 상업적인 전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스워스모어대학에서도 해고되었어요. 내가 그를 만났을 때 스코트는 아무 일자리도 없었어요. 어떤 학교에서도 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빈민지역에 살면서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스코트의 책들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음식은 거리의 수레에서 샀어요. 스코트는 우리가 시골에서는 우리자신을 더 잘 보살필 수 있고 더 값싸고 쉽게 살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버몬트주에 가서 잘 돌보지 않아 무너져가는 오래된 농장을 찾아냈어요. 그것을 1100달러(우리 둘의 전재산)에 사서 1932년에 숲속으로 살러 갔지요. 

 

 

<당신과  스코트가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그래요. 우리는 모든 것을 가졌었지요. 여행도 해보았고 어느 정도까지 학교교육도 받았지요.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우리자신을 보살피기에 특별히 잘 갖추어져 있었을 거에요. 가난했던 사람들은 사치를 좀 맛보기를 원하고 시골에 가서 힘들게 일하는 데에 관심이 없지요.

 

 

<이 집을 지었을 때, 두 분의 나이는?>

나는 70이 넘었고 스코트는 90이 넘어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내가 30~40대, 스코트가 60대였을 때 버몬트주에서 9채의 돌집을 지었어요.

 

 

<집짓는 노동이 노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과 맞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사람들의 인식에 거스르기를 좋아해요. 그리고 손님방이나 작업실이나 헛간, 온실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무엇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시키나요. 주위에 돌이 많으니 돌로 집을 짓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요. 나는 돌일하는 데 선수가 됐어요. 목수일은 잘 못하지만 바위는 다룰 수 있어요.

 

 

<[요리에 반대하는 책]을 쓴 이유>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요. 나는 음식에 그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익히지 않은 채소와 과일들이 더 생명력이 있고 더 건강한 식품이에요. 음식을 익히는 것은 부자연스러워요. 식품은 본래 익어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있는 거죠. 나는 가든클럽 회원들에게 날감자 샌드위치를 대접했어요. 감자를 아주 얇게 저몄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날감자라는 걸 알기 전에는 아주 맛있다고 생각했어요. ...... 나는 세상에 있는 온갖 요리책을 생각하고 거기에 한권을 더 보탤만큼 내가 뻔뻔스러운 것이 이상했어요. 하지만 출판사에서 요청을 했고, 나는 단순한 사람들을 위한 단순한 요리책을 쓰겠다고 말했지요. 그들의 말이 고객을 모욕할 수는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목을 [좋은 생활을 위한 단순한 음식(한국어판 '소박한 밥상')]으로 하기로 했지요. 그 책의 반 가량이 음식과 식이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에요. 요리처방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어요. 나는 되도록 단순하게 만들었고 3×5인치 카드에 써넣을 수 없는 요리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단식에 대해>

글쎄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실컷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뭔가 성글고 내핍을 좋아하는 면이 있는 모양이에요. 우리는 둘이 한꺼번에 단식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요. 죽을지 안죽을지! 그래서 내가 물만 마시며 열흘동안 단식을 하고 스코트가 집과 방문객들을 돌보며 계속 식사를 했어요. 내가 그걸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그사람도 단식을 하게 되었지요. 그 후에는 함께 했지요. 그건 즐거운 일이에요. 시간이 더 많아지지요. 일하고 놀고 걷고 수영하고 채소를 가꾸고 할 시간이 충분해요.

 

 

<의사, 병원, 건강진단에 대해>

우리는 의사에게 자주 가지 않았어요. 지금도 안갑니다. 15년 전에 한 유명한 의사가 우리를 보러와서,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 봤어요. 그는 "당신들은 이런 일을 할 때는 지난 나이입니다. 병원에 오시겠습니까? 건강 진단을 하고 잘못된 데가 없는지 알아보도록 해주십시오. 그 나이에 그렇게 건강할 수는 없으니까요" 라고 했어요. 우리는 "좋아요. 주사는 거절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조사를 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했지요. 그는 우리한테서 잘못된 것을 아무 것도 찾지 못했어요. 혈압도 좋았고 모든 것이 훌륭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비타민 B12가 부족하다는 걸 알아냈어요(그는 B12 전문가였어요). 스코트는 그에게 "당신의 B12 테스트는 우리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 고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에 대한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테스트가 우리에게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우리를 진찰한 그 의사는 스코트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갔어요. 

 

 

<혹시 두통이 있을 때는? 감기나 복통이 있거나 할 때는?>

나는 머리가 아픈 일이 없어요. 사실 두통이 어떤 것인지 몰라요.

몸이 그걸 보살필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당장 먹는 것을 중단하지요. 물이나 사과즙, 사과주스를 많이 마시고요. 먹지 않으면 어떤 감기라도 사흘이면 떨어져요. 그리고 그것은 어쨌든 몸에 아주 좋은 휴식이 됩니다.

 

 

<스코트의 죽음은 주목할 만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죽을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셨는데요.>

그는 쇠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100살이 되기 두어달 전에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됐어. 그만 먹고 가야겠어' 그리고 그는 정말로 갔어요. 먹기를 그쳤고 한달 반 동안 액체만 마시다가 마지막에는 물만 마시고 갔어요. 그런데 괴로움도 없었고 통증도 없었고 특별히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맙소사, 스코트를 잃는구나. 내게서 떠나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가졌나요?>

그를 잃어버린 게 아닌 걸요. 그는 여전히 내 의식 속에 많이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가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속성이 있고 그는 다른 일, 다른 관심사를 돌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그를 만날 거에요. 혹시 만나지 않아도 그가 잘 있고,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살며 배우고 있다는 걸 알 거에요.

 

 

<기분이 어땠나요. 방 안의 느낌은요?>

커다란 정적과 커다란 확신의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그에게 또하나의 기회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것이 '나'를 위한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내가 그를 도와서 계속 나아가게 해줄 기회였어요.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기꺼이, 쉽게, 가식없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숨을 조금씩 덜 쉬더니 떠났어요. 떠나가는 좋은 방법이죠. 그는 삶에서나 죽음에서나 나에게 모범이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대개 정신적인 충격으로, 비극으로 생각되고 있는데요.>

나는 죽음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어요. 흥미로울 거에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해>

망치는 것은 우리 삶의 일부에요. 좋은 일은 가능한 한 많이, 해는 가능한 한 적게 끼치자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의 행동을 의식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는 거에요. 스코트가 자주 사용한 좋은 말이 있어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라" 에요. 그 말은 살아가는 원칙으로 삼기에 괜챦은 말이지요.

 

올더스 헉슬리는 60인가, 70이 넘어서 그의 모든 공부와 작품과 연구 모두를 무색케 하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임을 깨닫고서 느낀 당황스러움에 대해 썼어요. 버트란드 러셀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그도 그 말을 하기를 난처해 했죠. '사랑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기초'라고. 한 사람이 숲 속에서 농부로 살면서 전혀 세상에 나가지 않았더라도 친절과 단순함의 삶을 살았다면 공헌을 한 거에요. 세상을 더 나쁜 장소로 만든 게 아니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거지요.

 

스코트의 100번 째 생일에 이웃사람들이 깃발들을 들고 작은 행렬을 이루고 왔어요. 그 깃발 중의 하나에 이렇게 씌여 있었어요. "스코트 니어링이 100년 동안 살아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당신 삶의 이 마지막 단계에 특별한 목적이 있다고 느끼십니까.>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데에는 모두 목적이 있어요. 우리는 공헌하고, 배우고, 돕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겁니다.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서 또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서 어떤 개념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지구의 모든 배열, 나무들, 동물들 그리고 하늘과 석양 등에 대해 큰 경이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항상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적에 따라 일해야 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늘 느꼈어요.

 

우리는 분리된 존재들이 아니에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분리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전체의 부분들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하느님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지만 그 말을 쓴다면 그건 '온전한 전체'를 의미할 거에요. 우리를 통해서 배우고 일하고 존재하는 것, 그래서 나는 혼자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 노력하는 거에요.

 

 

<저는 우리가 더 사랑하면 우주가 어떤 식으로 확장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건 아주 훌륭하고 명석한 개념입니다. 나는 다른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좋은 점을 인식함으로써 세상의 선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거나 신체적으로 가까울 필요가 없지요. 지구의 반대편에 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그들에게 사랑을 보내면, 그것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발산하며 세상에서 사는 것은, 늙었거나 쇠약하고 가난하거나 고립되어 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커다란 일 중의 하나에요. 그래도 사랑을 내보낼 수 있고, 그래도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가 그들이 어디에 있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들의 육체 속에서나 그들이 관련되어 있는 삶 속에서나, 우리는 모두 방에서 나가지 않고도 우리 몫의 사랑을 보탤 수 있어요.

 

별이 밝게 빛나는 밤에 하늘을 보면, 밝은 별로 가득차 있지 않은 하늘은 한 조각도 없어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우주는 거대해요. 그리고 멋지고 장엄하죠. 나는 그것에 경의를 보내요. 이 조그만 점, 유리창에 붙어있는 이 조그만 파리 한마리가 우주에 갈채를 보내요. 주제 넘게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생각의 힘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동굴 속에 들어가 자신을 가두고 한 가지 진정 위대한 생각을 하다가 죽으면, 그 생각은 동굴의 벽을 뚫고 나와 대기를 진동시키고 마침내는 인류 전체에 스며듭니다. 그것이 생각이 지닌 힘입니다."   - 비베카난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