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쪽>
깊은 트랜스에 들어 바르도 여행을 한 피험자가 평소의식으로 돌아왔을 때 충격을 받거나, 방향감각을 잃고 당황하는 등의 일이 자주 생긴다. 과자가게 앞에서 갑자기 끝려가는 어린아이처럼, 휘튼의 피험자들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나라, 인생의 의미가 저절로 깨달아지고 영혼의 영원한 목적이 유리를 통해 보듯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한 피험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세계에 있었는데 깨워버렸군요. 이제 나는 어디가 '진짜 세계'인지 압니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죽는다는 것이 아주 멋진 일임을 알고 있기에 이제 나는 죽음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삶과 삶 사이를 다녀온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 멋진 곳에 대한 느낌을 지닌 채 깨어난다. 그러나 그 기억을 만족스럽게 설명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아주 '다른' 곳이었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이미 자신이 알고있는 개념을 동원하여 표현하기 마련인데, 이 세상에는 바르도에 비유될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최면상태에서 장차 만나게 될 사건을 엿본 피험자들은 휘튼에게 그 기억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그들은 "깨어나면 이 일이 생각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나 스스로 카르마를 수정하고 싶을지도 모르니까요."라고 부탁한다. 또는 최면 중에 갑자기 깨어나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로이 카르마 대본을 보고, 거기에서 알아낸 것을 기억하여 자신에게 일어날 사건을 예언하는 피험자도 있다. 그것이 가까운 장래의 일이어서 확인 가능한 경우, 그것은 언제나 적중했다. 앞으로의 어떤 일이 넌지시 암시되는 사례는 더 많다. 1984년 8월, 한 중장비 기사는 초의식을 통해 다음해 가을에 '뭔가 아주 좋지않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 불길한 사건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설사 그것을 피하고 싶더라도, 알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무엇이든 영혼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치러내야 하는 일임을 알고 있었어요." 그는 다음해 9월 15일, 갑자기 지독한 천식발작을 일으켜 2주 동안 입원했고, 그 중 첫 4일간을 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했다.
바르도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부사항에 있어서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하나의 메시지에 있어서는 한결같았다. 곧 "자신이 어떤 인간이고, 어떤 환경에 있는가는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그것을 선택한 이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90쪽>
"우리는 모두 돌아온다.
이 확실성이 삶에 의미를 주며, 우리가 전생에 대해 기억하든 못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게 한다.
중요한 것은 각 개인과 그의 안락함이 아니라
각 화신化身에서 진행되는 완전성과 순수를 향한 크나큰 열망이다."
- 구스타프 말러
"왜 우리는 죽음에 소스라치게 놀라야 할까?
인생은 필멸의 외피인 얇은 피부, 살과 뼈... 그 모든 낡은 옷을 끊임없이 벗는 것인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사람들도 윤회의 과정을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책에는 밀교적인 지식을 인격화한 오시리스신이 얼룩수소의 모습으로 인도에서 이집트로 쫓겨나는 정경이 적혀있다. 그리스 문헌에는 고대 인도 신앙에서처럼 '비참하고 지친 수레바퀴'라는 표현이 나온다. 북유럽의 고대인들은 환생을 굳게 믿어, 아이들이 태어날 때에는 불쌍히 여기고 죽음은 기쁨으로 맞이했다. 켈트족 드루이드('참나무를 아는 사람들'이라는 뜻)교도의 확신은 더욱 깊어 이번 삶에서 빚을 갚지 않으면 다음 환생 때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고 믿었다. '교육educate'의 어원이 '이미 알고있는 것을 이끌어낸다'라는 뜻이었던 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고대세계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플라톤은 그 '아남네시스anamnesis(상기설想起說/[파이돈], [메논])'를 통해 '간단히 습득되는 지식은 영원한 자신이 이전 생에서 이미 지녔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류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윤회를 부정하지만 일반적으로 믿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찍이 윤회를 지지하며 논쟁해온 교파가 있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조차 "주여, 들려주소서. ...... 어렸을 때의 나는 그 이전에 죽은 다른시대의 내 삶을 이어받은 것입니까?"라고 쓰고 있다. 영지주의 복음서 [피스티스 소피아]에는 '영혼은 하나의 몸에서 다른 몸으로 잇달아 흘러 들어간다'는 예수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결국 한번 태어나는 것이 놀랍지 않은 것처럼, 두번 태어난다고 해도 놀랄 일은 못된다." - 볼테르
"만일 누군가의 공포증이 과거생을 상기함으로써 즉시 그리고 영구적으로 고쳐졌다면,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 에디스 피오레
"길 옆의 천막에 있는 당신에게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 1천명이 펜실베이니아주 다리를 건넜다고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펜실베이니아주에 다리가 있음을 납득할 것이다." - 헬렌 웜바크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법칙을 뒤엎기 위해 검은 까마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한마리의 까마귀가 희다는 것만 증명하면 충분하다." - 윌리엄 제임스
1923년 8월 23일. 에드거 케이시는 트랜스상태에서 깨어나면서 "인간은 여러 육신에 깃들여 환생한다."고 스스로 말한 것을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던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무의식이 악마에게 이용된 건 아닐까 두려워했지만, 점차 윤회사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많이 물려받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자기자신에게 물려받았고 가족에게 받은 건 없다. 가족이란 영원히 흘러가는 강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과거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의 자비입니다.
그런 무서운 기억의 짐을 진다면 인생은 아주 힘들어질 겁니다. - 마하트마 간디
"기쁨도 슬픔도 그것을 체험하기 훨씬 전에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것들이다." - 칼릴 지브란 [모래와 거품]
"사람은 그가 행하는대로 만들어지고, 운명도 그가 원하는대로 정해진다." - [브리하드 아라냐카 우파니샤드]
"네 행동이 변하여 네 심판이 되리라." - [프타호텝의 가르침/BC 2600]
"남을 사로잡으려는 자는 자신이 사로잡히게 될 것이고,
남을 칼로 죽이는 자는 자신도 칼에 찔리게 될 것이다."
- 요한계시록 13:10
<114쪽 / 피험자 사례 요약>
▶벤 가론지는 퇴행최면을 통해 남·녀의 생애들을 재체험함으로써, 자신에게 나쁘게 대한 이들을 죽여 비정한 복수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삶에서도 그는 또다시 적대적 상황에 몰려 우격다짐으로 매듭짓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다. 어린시절부터의 학대로 인해 벤은 집요하게 아버지를 미워하여 18세 때 아버지를 죽이기 직전까지 갔다. 어느날 저녁 아버지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자, 벤은 부엌에서 식칼을 꺼냈다. 그러나 그때 마음속으로부터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고 그는 칼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살인을 단념함으로써 그는 인생을 크게 변화시켰다. 원래 의욕이 없었지만 야망을 갖게 되었고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하여 열심히 일해 책임있는 지위의 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
벤이 바르도에서 알아낸 것은, 아무리 화가나도 폭력충동을 견딜 수 있도록 계획된 카르마 상황에 자신이 얽혀있었다는 점이었다. 과거 생에서 여러 차례 적대관계에 있었음이 분명한 아버지로부터 심하게 다뤄질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어린시절의 고난을 선택했음도 알게 되었다. 바르도에서 벤은 "이번 삶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면 일은 잘 진행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엄격한 학습환경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 결정적인 사건에서 자제력으로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부과한 시험을 통과하여, 과거생에서 계속되었던 잘못된 모형으로부터 마침내 벗어났다.
▶1971년 비행기사고로 남편을 잃은 세 아이의 어머니는 그로써 3천년 전의 행위에 대한 빚을 갚았다. 최면상태에서 그녀는 중앙 아메리카 마야문명 사회에서 종교지도자였을 당시의 자기 모습을 봤다. 그 무렵 그녀는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그들을 희생물로 바치는 일을 즐겼다. 현재 그녀는, 일찍이 자기가 남들에게 떠안겼던 '사별의 슬픔'이라는 시련에 직면해야 했다. 초의식을 살펴본 결과, 그녀가 이번 생에서 연민의 마음을 기를 계획을 세웠음이 밝혀졌다.
▶은퇴한 유태인 외과의사 사이먼 에즈라 박사는, 자신이 과거의 행동, 특히 유태인에게 잔인하게 대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해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뒤 얼마 후에 반란이 자주 일어나던 유태지역에 주둔한 로마군인이었다. 그는 유태인들의 몸을 절반쯤 모래에 묻고 그 위로 말을 타고 달려 그들을 해치는 광경을 똑똑히 기억해냈다. 그는 이번 삶에서 박해의 괴로움을 체험하고 육체까지 치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첫 부인과 헤어졌고, 얼마 후에 토론토의 대학병원에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는 최면치료를 받기 전, 욱하는 성격 때문에 간혹 수술도구를 집어던져 간호사들을 공포에 빠뜨리곤 했다. 그라나 왜 자신이 유태인으로 태어났고 왜 외과의사가 되었는지를 알고 나서부터는 공격적이던 태도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주부 힐러리 잭슨은,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러 생애동안 골치를 앓아왔음을 바르도에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과거 삶을 거슬러 올라가 미국 조지아주의 자기도취적인 남부 미인으로 살았고, 그 전에는 오만한 프랑스인 목사였으며, 그 전엔 자기 일에만 열중하여 가족들의 요구는 무시했던 스코틀랜드의 남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힐러리는 이런 행동을 계속한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임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의 태도를 고쳤고, 깨져버린 남편과의 관계도 극적으로 회복했다.
▶고등학교 교사 토니 캘러마리스는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에로티시즘에 대한 흥미와 깊은 영적 경향을 융합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는데, 마음의 갈등을 만들어낸 카르마의 모형이 있음을 초의식 상태에서 배웠다. 자신의 최근 10번의 환생에는 믿음깊은 행위와 방탕한 행위라는 양극단이 포함되어 있고, 자신이 해야할 일은 그 두 측면을 통합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여러 삶에서 두 극단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자신을 보면서 그런 반복이 안타까워서 '육체적 쾌락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외쳤어요. 그러자 믿을 수 없을만큼 또렷하게 여성의 얼굴이 나타나는 걸 느꼈는데 깜짝 놀랄만큼 선명했지요. 그 얼굴은 나에게, 에로틱한 요소는 남을 돕는 마음, 자비의 마음을 길러주는 것임을 가르쳐 줬습니다. 두사람 사이를 끌어붙이는 초보적인 힘인 에로티시즘은 사람들을 좋든 싫든간에 밀접히 연결시키고 덕분에 영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요. 이것이 내가 배워야 했던 거였어요. 나는 섹스와 영적인 것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 왔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는 양자의 통합을 실천해야 합니다."
▶베키 로버츠와 그녀의 애인 클리브 이덴서의 경우는 과거생에서 생긴 관계가 1,700여년의 세월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낸 사례다. 이번 삶에서 베키는, 가족을 돌보지 않는 알콜중독자 남편으로 인해 힘겹게 세 아이를 키워왔다. 하지만 20년 가량 교제해 온 한 남자와의 은밀한 관계 덕분에 고생은 상당부분 덜해졌다. 과거생들을 더듬어보니, 베키의 가정문제를 하나부터 열까지 변함없이 지원해 온 클리브 이덴서는 카르마의 빚을 갚고 있는 것임이 드러났다.
베키는 3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삶으로 퇴행하여 오시리스를 모시는 신전에서 무녀로 지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또 클리브가 수행과정에 있는 신관이었음도 알게 되었다. 신을 섬기기 위해 독신을 서약한 몸이면서도 강하게 이끌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뜨거운 관계로 이어졌다. 어느날 두사람의 정사는 나이많은 신관들에게 발각되어 젊은 신관 클리브는 여자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곧이들은 신관들은 그를 석방하는 한편 여자를 사형에 처했다. 현재 클리브는 먼 옛날에 저지른 배신을 벌충하고 있는 것이었다.
▶앤드류 옴즈비의 사례는 카르마 관계에 있는 이들이 바르도에서 함께 세우는 계획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앤드류가 19세기 영국의 삶에서 애인 모린 리처드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결혼해서 아내가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과거생의 카르마로 엮인 그와 모린의 관계는 그 후 40년 이상이나 비밀스럽게 지속되었다. 초의식에서 앤드류는, 자신이 환생하는 것을 몹시 꺼렸기 때문에 이번 삶을 미처 설계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트랜스 상태에서 "모린이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고 있지만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눈앞에는 과거생에서의 모린의 모습이 유독 선명하게 나타났고, 다음 생(현생)에서 둘이 다시 만나는 계획을 세우는데 주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카르마의 충동이 두사람을 다시 만나게 했을 때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 만나는 내연관계를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