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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7. 04:25 책에서 발췌

Erasing Death, Sam Parnia and Josh Young, 2013

 

 

 

<14쪽>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생사관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무척 희망적인 관점일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죽음은 궁극적인 최후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적 진보로 인해 죽음을 절대적인 최후로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은 위기를 맞았고, 죽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지각변동에 버금가는 변화를 경험했다. 사실 죽음과 관련해 2가지 중요한 혁명 즉, 성취적 측면과 인식적 측면의 혁명이 이미 시작되었다. 현대의학 덕분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가 이제는 아주 그럴듯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어떤 사람이 실제로 사망한 지 여러 시간이 지난 뒤에도 죽음의 마수에서 그를 구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동시에 과학적 진보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지식도 확장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인명구조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은 결과이다.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죽음 이후에 인간의 의식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우리가 정신, '자아' 혹은 심지어 '영혼'이라 부르는 것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최근까지 신학, 철학, 혹은 공상과학소설의 몫이었다)의 해답을 찾는 새로운 방법도 뜻하지 않게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151쪽>

이미 수천 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임사체험에 관한 기록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이 더 늘어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 임사체험 연구에 뛰어든 이후로 나는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수백 통의 편지를 받았다.

 

증언에서 드러나는 임사체험의 가장 일관성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체험 내내 지속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생식기 계통 출혈로 수술을 받다가 임사체험을 겪은 한 여성은 강렬한 빛에 둘러싸인 채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병실 높이 솟은 천장에서 한참 아래쪽에 있는 듯한 병상을 내려다보니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병상 주변에서 거기 누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고 증언했는데 문외한이 보더라도 그것은 유체이탈 체험이었다. 

 

유체이탈, 그러니까 자기 몸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은 사례자들의 증언에 자주 등장한다. 대다수의 사례자들은 몸에서 분리되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아래쪽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그것을 마치 무거운 옷이나 허물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에 비유했다. 흥미롭게도 사례자들은 아래쪽에 누워있는 몸이 아닌, 위에 떠 있는 것을 '자아'로 여겼다. 이를테면 '나는 천장 모서리에서 내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례자들은 한결같이 아주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고,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에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154쪽>

로럴린Lauralynn이라는 이름의 미국의 테니스 선수는 20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을 받던 도중에 의사들이 실수로 그녀의 복부 대동맥을 뚫어버렸다. 극심한 출혈로 심장이 정지되었고, 사망했다. 그 순간 그녀는 수술실 천장 가까이로 떠올랐고 거기서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자기 몸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의료진이 자기 몸 주변에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기억에 따르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의료진이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고통이나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았다고 한다.

이어서 로럴린은 완전한 암흑의 상태에서 느낀 기분에 대해 말했다. 그것을 '편안하고 평화롭고 고요한 상태'로 묘사했고, 지평선 위에서 손짓하는 환하고 따뜻한 빛을 보았다고 했다. 그녀는 그 빛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거기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곳이었다. 정말 떠나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로럴린은 7개월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남자 친척을 만나 그를 따라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통해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봤다. 그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꼭 돌아가야 해. 네 삶의 목적을 이뤄야지." 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듣고서 자기 몸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그녀는 임사체험 이후 세상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치 이방인처럼 방향감각을 상실했고, 왜 사람들이 이리저리 허둥대며 사는지 알 수 없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사례자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터널을 봤다는 것이었다. 물론 터널의 모습은 다양했다. ...... 터널을 봤다는 여러 사례자들의 주장을 검토한 결과, 나는 그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결론을 뒷받침하듯이 터널을 봤다는 사례자들은 대체로 마지막에 밝은 빛, 자신을 반겨주는 따뜻한 빛도 봤다고 했다. 아울러 그들은 밝은 빛 외에도 환하게 빛나는 존재도 봤다고 했다. 그 존재를 목격한 사람들은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그것에서 사랑, 자비, 동정을 느꼈다. 그들이 보기에 그것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존재였다. 일부 사례자들은 그것을 동정의 기운이 넘치고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주며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이끌어주는, 스승 같은 존재로 기억했다. 

 

 

<157쪽>

내가 연구한 첫 번째 그룹의 사례자 중 가장 완벽한 임사체험의 주인공은 임사체험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완전한 존재'를 만난 일을 상세히 털어놓은 어느 영국 여성이었다. 내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그 존재가 풍기는 깊은 사랑, 동정, 친절함 같은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궁외 임신이 심각한 내출혈로 이어지자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사망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일을 겪었다.

갑자기 나는 내 자신 옆에 서서 나와 내 몸을 연결하는 끈을 바라보며 그것이 정말 얇고 가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내 옆에 있었어요. 나는 안심이 되었고, 그 동반자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 끈이 별 것 아니라고, 굳이 걱정할 필요없다고 일러주더군요. 나는 빛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곳은 일종의 빈 공간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마치 깃털처럼 날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끌려가는 내내 뒤돌아보며 동반자가 함께 있는지 살폈지만, 마지막 어느 시점에서는 마음 놓고 빛을 향해 움직였죠.

빛이 있는 곳에 이르러 나는 빛나는 다른 존재들을 만났고, 그들의 부드러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젖어들며 생전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 삶을 평가한 것은 다른 존재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고, 나는 내 생각을 감출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행동의 결과로 남들이 느꼈을 법한 기분을 경험함으로써 그간 내가 남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줬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웠어요. 그 모든 상황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에요. '죽음' 이라는 단어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죽은 자들이 찾아오는 혼령의 장소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나 '왜?' 같은 여러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생사와 전혀 무관한 복통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 영적 존재들은 내가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더군요. 그때까지 나는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저 복통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내 아기의 혼령이 원래는 태어나려다가 나중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그 전에 아주 충격적인 삶을 보냈기 때문에 아직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랑과 격려가 있다면 아기는 아마 미래에는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아기의 혼령을 보고 싶다고, 나와 남편과 함께 살면 아기가 사랑을 알게 될지 말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 하나를 더 낳고 싶어했습니다. 그들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아기의 혼령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죠. 잠시 뒤 그들은 입을 열더군요. 아기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기는 자기를 사랑으로 지켜주는 주변의 빛나는 형제들이 있어야 안심했습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그 형제들의 말이었습니다. "인내를 갖고 지켜보세요."

나는 다시 앞으로 이끌려갔고, 마침내 신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다만 왜 성 바울이 그토록 신 곁에 있기를 원했는지, 그 무조건적 사랑, 기질, 이해심과 함께 하기를 원했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굳이 말이 필요 없었어요. 생각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모두가 하나인 것 같았고, 모두가 그와 함께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 경험을 되돌아볼 때마다 환희를 느낍니다.

문득 내가 남겨두고 온 18개월 된 우리 아기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누가 아기를 돌봐줄까? 남편도 멀리 떨어져있고, 주변에는 돌봐줄 가족도 없는데. 다행히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신의 허락을 받고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신은 내가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수행해야 할 아주 특별한 사명을 주셨습니다. 신은 내가 아이를 하나 더 낳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아요. 간호사 2명이 병상 양쪽에서 점적주사와 배농관과 씨름하는 모습을 수술실 천장에서 내려다본 것은 기억납니다. 나는 충격을 받았고, 잠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그당시의 나는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 체험 같은 용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2년 뒤 실제로 내 아들이 태어났는데 무척 병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는 그 혼령의 세계에서 아이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내가 필요한 이상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것이라는 그 약속 말입니다. 나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었고, 가족으로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또 세상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내가 그 빛의 세계에서 느낀 바를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사후생의 존재를 확신합니다.

이 영국 여성의 사례에는 내가 여러 해 뒤에 만난 스티브Steve라는 미국 남성의 사례와 공통점이 많았다. 스티브는 천식발작으로 사망한 뒤에 기이한 경험을 했다. "주변이 온통 환한 청회색 빛으로 가득했다. 내 옆에 어떤 존재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위로가 되는 존재, 안심이 되는 존재였지만, 어떤 거대함과 힘이 느껴지는 존재이기도 했다. 어쨌든 괜찮은 느낌이었다. 나는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지난날의 삶을 돌이켜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타인의 관점에서 인생을 다시 경험해봤고, 그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 행동으로 인한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스스로 생각한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다는 뼈아픈 깨달음이었고, 바로 그 시점에서 그 존재가 내게 '괜찮아. 원래 인간은 그래. 인간은 실수하기 마련이야.' 라며 위로해줬다."

 

로럴린과 스티브의 사연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자기 삶을 되돌아볼 때 타인의 관점에서 과거의 사건을 다시 경험한 것이었다. 즉 스티브는 지난날에 남들에게 줬던 고통이나 상처를 그대로 느끼고 경험했다. 따라서 남들을 향한 자신의 행동과 행위를 판단한 것은 남들이 아니라 스티브 자신이었다. 모든 것이 명백하고 분명했다. 발가벗겨진 자기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스티브는 자신이 얼마나 남들을 못되게 대했는지 절실히 느꼈다. ... 그는 자신의 임사체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지난 삶을 복기하면서 깨달은 점 때문이라고 했다. "우선 나는 그때까지 저지른 행동을 내 관점에서 다시 체험했다. 단지 바라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시 체험했고, 동시에 타인의 관점에서도 그 행동을 다시 체험했다. 나는 그들이 되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다시 체험했고, 동시에(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모르지만), 진실을 깨달았다. 내가 본 것은 나의 거짓말이었고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저지르면서 그것을 합리화할 때 동원한 나의 자기기만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그것이 남들에게 미친 정서적 영향도 경험했다. 요컨대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실패작이라는 느낌, 내 스스로 생각한 나는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끄럽고 정말 비참했다." 


<164쪽>

임사체험은 적어도 그것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아주 진실된 것이었다. 그들은 그 내용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임사체험 도중에도 매우 조리있고 명확한 사고가 가능했다. 즉 임사체험 내내 그들은 임사체험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지식과 분별력, 그리고 본질적으로 동일한 '자아'를 갖고 있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가 죽어보면 알겠지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죽은 뒤에 갑자기 모든 것을 알거나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의 지각수준은 죽기 전과 동일하다. 

 

삶, 죽음, 그리고 우리가 죽을 때 일어나는 일 등에 관한 그런 선입견의 역할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가장 결정적인 실험군은 어린이들이었다. 나는 모든 한계를 돌파해버린 2개의 재미있는 사례를 발견했다. 첫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내가 진행한 작업에 관한 글을 읽고 연락해온 어느 할머니의 손자 존John이었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존은 4살 무렵에 심장정지를 일으켰다고 한다. 심장이 멈추자 안색이 창백해졌다. 함께 있던 어른들이 존의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고,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곧 구급차가 도착해 존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이송도중 구급대원들의 노력으로 존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이었다.

몇 달 뒤 존이 퇴원해 예전의 생활로 돌아왔다. 어느 날 오후 할머니와 함께 놀고 있던 존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할머니, 저번에 내가 죽었을 때 어떤 여자를 봤어.” 존은 그 말을 아직 엄마와 아빠에게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로 몇 달 동안 존은 할머니와 놀 때마다 그 말을 꺼냈다. 비록 어린이 특유의 어휘를 썼지만 진지했다. 존은 이렇게 말했다. "의사 아저씨들 차에 탔을 때 말이야. 그때 띠가 풀려서 내가 밑으로 떨어졌어."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사람이 죽잖아. 근데 그게 끝이 아니야. ... 어떤 여자가 나를 데리러 왔어. ...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새 옷을 받고 있었어. 난 안받았어. 난 진짜로 죽은 게 아니었거든. 나는 돌아오려고 했어." 한편 존의 부모는 존이 같은 그림을 되풀이해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림은 더욱 복잡해졌다. 존이 자기가 끈으로 풍선과 연결된 채 병원 침대 위에 떠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 풍선의 정체를 묻자 존은 이렇게 대답했다. "죽으면 환한 등잔이 보여. ... 사람은 끈에 묶이고." 존은 최선을 다해 임사체험을 묘사하려고 애쓰는 것이 명백했다. 물론 거기에는 유체이탈 체험도 포함되었다.

몇 년 뒤 나는 존의 사례에 필적할 만큼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더 접했다. 사례의 주인공은 앤드류Andrew라는 4살짜리 사내아이였다. 앤드류는 심장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입원했고, 심장 절개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2주 뒤에 앤드류는 부모에게 "꽃이랑 동물들이랑 햇빛이 가득한 곳으로 가자"고 졸랐다. 엄마는 앤드류의 몸이 더 나아지면 공원에 가자고 했다. 그러자 앤드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공원 말고, 여자랑 내가 갔던, 햇빛이 가득한 곳 말이야." 엄마가 그 여자가 누군지 물으니까 앤드류는 "공중에 떠있던 여자"라고 말했다. 엄마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 햇빛이 가득한 곳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앤드류는 설명했다. "엄마랑 같이간 적 없어. 그 여자가 나타나서 내 손을 잡았고 나랑 함께 공중에 떠올랐어. 의사들이 나를 고칠 때 엄마는 밖에 있었잖아. 그때 그 여자가 나를 돌봐줬어. 나를 좋아해줬어. 무섭지 않았어. 거기는 정말 눈부시고 멋진 곳이었어. 그래도 나는 엄마를 다시 보려고 돌아왔어." 엄마는 그 돌아오던 때가 생각나는지 캐물었다. 앤드류는 "생각나, 수술실 천장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내가 침대에 누워있었고, 의사들이 나를 고치려고 했어. 수술실은 정말 환했고,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왔어."

수술 후 약 1년 뒤에 앤드류와 엄마는 텔레비전에서 어떤 아이의 심장수술 장면을 봤다. 인공심폐기가 화면에 나타나자 앤드류가 신나게 외쳤다. "나, 저거 알아." 엄마가 못미더워하자 앤드류는 "아냐, 정말 안다니까"라고 말했다. 엄마는 수술 도중에 앤드류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런 기계 같은 것은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앤드류는 말했다. "맞아. 잠들어 있었어. 근데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보였어. 정말이야." 엄마가 여전히 믿지 못하자 앤드류는 "엄마, 내가 그때 공중에 떠있었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라고 투덜댔다. 얼마 뒤 엄마는 우연히 앤드류에게 이미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앤드류가 "이 할머니가 바로 그 여자야."라고 말했다. 앤드류가 말한 그 여자는 바로 이미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였다.

존과 앤드류의 경험담은, 세부적인 내용의 측면에서 성인 사례자들의 경험담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이 증언하는 임사체험의 내용은 성인들보다 더 간단했고,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바를 전달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 측면에서는 성인들과 동일한 경험을 한 것 같았다. 따라서 나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과 의학연구자들은, 아이들과 성인들을 불문하고 임사체험에는 과학적으로 탐구할 만한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사체험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임사체험에는 사례자의 종교적, 문화적 배경과 무관한 한결같은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모든 사례자들이 그 체험 이후에 긍정적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임사체험을 하나로 묶어줄 뿐 아니라, 임사체험이 엄연한 과학적 연구분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요소였다. ...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접한 예외적 사례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임사체험이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아주 불쾌하고 고통스런 경험을 털어놨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