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환원주의로 인해, 인간의 신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과학적 환원주의란, 궁극적으로는 정신세계의 모든 것을 뉴런neuron활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질주의를 기치로 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오히려 미신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 존 에클스Sir John Eccles
"들은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처럼 지겨운 것이 인생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141쪽>
마크는, 차가 눈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조수석에 있던 마크는 차와 전신주 사이에 끼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마크는 임사체험의 모든 요소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 죽음을 체험했다. 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깊이있게 삶을 회고하는 체험'이었다. 마크는 마치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보듯, 자기 삶을 회상했다. 많은 체험자들이 이 체험을 묘사할 때 '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모든 삶은 죽음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가장 큰 모험은 죽는 것'이라고 피터 팬이 말했던가요? 여러분도 모두 이 여행을 할 것입니다. 죽는 순간, 두려움을 버리고 여행을 즐기세요."
"'삶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체험' 혹은 '삶을 되돌아보는 체험'을 했습니다. 내가 살아왔던 것, 내가 행했던 것을 둘러싼 많은 감정이 동시에 경험됩니다. 현실에서의 삶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인생에 등장하는 '타인'들의 느낌까지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입양되었습니다. 말썽꾸러기였죠. 어릴 때는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조금 커서는 술과 마약을 하고, 도둑질도 했죠.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고 그 또래가 할 수 있는 폭주와 만행을 수없이 저질렀습니다. 동물들을 학대하기도 했죠. 일일이 말하려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느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습니다. 어머니의 감정을 느꼈을 때는 너무 놀랐습니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머니가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엄청난 아픔을 느꼈습니다. 거기엔 그동안 내가 저지른 수많은 나쁜 짓에 대한 감정이 모두 뒤범벅돼 있었습니다. 선한 일도 못해본 채 인생을 그렇게 빨리 마감하는 게 큰 비극이라는 느낌, '내 삶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마크의 경우처럼 삶을 회고하는 체험은, 임사체험이 변화를 가져다주는 가장 강력한 측면 중 하나다. 그 체험은 마치 압축된 형태의 심리치료요법과도 같다. 레이먼드 무디 박사는 그것을 '1분 심리요법'이라고 명명했다. 일반적으로 체험자들은 제3자의 시각으로 자신의 인생을 본다. 그들은 자신이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지켜본다. 때로는 어떤 영적인 존재가 그들과 동행하기도 한다. 그들은 애정어린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체험자가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 동안 좀더 궁극적인 지평에서 평가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단죄받는다고 느끼는 체험자는 거의 없다. 이전에 저질렀던 나쁜 행동을 되돌아볼 때, 그들은 자신이 부정적인 판단을 받지 않았다는 데 큰 안도감을 표현한다. 삶을 되돌아보는 체험이 가져다주는 중대한 교훈들 중 하나는, 우리는 죽을 때 '사랑'과 '지식'이라는 두 가지만 갖고 간다는 것이다. 체험자들은 자신의 삶에 성적을 매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깨닫기도 한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화를 내거나, 별 의미가 없는 것에 집착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로저는 친구와 함께 퀘벡에서 돌아오던 길에 차가 제어되지 않아 다른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로저는 바로 몸을 떠나 사고현장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두운 곳으로 갔습니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겁이 나지는 않았어요. 그곳은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젖먹이 시절부터 성인 시절까지, 나의 모든 삶이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처럼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실제 같았습니다. 나 자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세월을 거치며 관계를 맺었던 이들의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나 때문에 품은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린다는 약을 잘못 복용했다.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에 여덟 알을 복용해야 하는데 한 번에 여덟 알을 먹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린다는 침대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 임사체험에서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강한 '공감'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때까지의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펼쳐졌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그 사건들에 나오는 사람들의 감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한 모든 고통을 느낄 수 있었지요. 또한 내가 남들에게 베푼 선행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옆의 존재가 '지난 일들을 보니 행복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기분은 어떠냐'고 물어서 약간 조마조마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내가 평생 그렇게 조바심을 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삶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악이 선보다 많으면 이 자리에서 불안함을 느낄 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반대로 사랑과 선을 베풀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한 사람은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요. 제 경우는 지독하게 나쁜 느낌은 없었습니다. 행복하고 마음이 가볍고 걱정이 없었습니다."
"빛 안에 있는 동안에 삶을 되돌아보았고 내가 살면서 행한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모든 생각과 말, 행위들이 보였습니다."
"회상 체험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 양심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내 삶의 모습들이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내 삶의 행동들을 저울에 다는 것 같았습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과 말, 미워한 것, 도와준 것, 도왔어야 했던 것 등 모든 것이 보였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 하나 다 보였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열했는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었는지,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도 포함해서 동물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그래요. 동물들도 감정이 있었습니다. 끔찍했어요.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내가 행한 것과 행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삶에 물결을 만들어내는지 보았습니다. 모든 사소한 결정과 선택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신을 실망시켰다는 느낌이 너무 생생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끔찍하게 느끼고 있는 동안에도 궁극적 존재들이 나의 그런 한계들을 동정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내 머리에서, 그때까지 나의 삶에서 있었던 중요한 모든 순간들이 아이맥스 영화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대부분의 순간들은 그전까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느낌은 복잡했지만 마음은 대체로 평화로웠습니다."
"내 어린 시절을 보았고,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내가 놓쳐버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슨 일을 했든 거기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내 삶은 변화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더 많이 배려하게 되었습니다."
<150쪽>
삶을 회고하는 체험의 사실성을 살펴보기 위해서, 나는 설문내용을 가지고 체험자들의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 확인절차를 거쳤다.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사람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부분이 있습니까?" 조금이라도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나면, 그 사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 총 88건의 임사체험 중 삶을 회고하는 체험을 했다고 묘사한 사례를 하나 하나 그렇게 검증했다. 결론은, 사실이 아닌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체험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삶을 회고하는 체험 내용 중에는 실제로 일어났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세한 일들도 포함한다.
뒤차 운전자가 트럭의 후미를 들이받았을 때, 이 남성은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다. 자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 그는 한 무리의 존재들을 만났다. "금속 조각이 자석에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자력과 같은 믿을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압도했습니다. 내가 그들을 늘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그 존재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곳을 떠나서 몸으로 돌아왔는데, 마치 더러운 옷을 입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이 남성은 삶을 회고하는 체험을 이렇게 묘사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세한 일들까지 포함해서 말이에요."
리사는 자기 삶을 회고한 체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빛의 존재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요. 내가 했던 모든 생각과 말, 행동을 알고 있었고 한순간에 내 삶 전체를 보여주었습니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 내가 이미 살았던 삶과, 내가 삶으로 돌아가면 내게 일어날 모든 일을 보여줬어요. 내 삶의 모든 인과관계들, 좋았거나 좋지 않았던 모든 것, 삶에서 내가 다른 이들에게 안겨준 모든 결과들, 나를 스쳤던 다른 이들이 내게 안겨준 모든 결과들 등,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거기 있었습니다."
<157쪽>
"모든 이별은 죽음이고, 모든 재회는 천국이다." - 트라이언 에드워즈Tryon Edwards
많은 죽음체험자들이 오래 전에 죽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극적이고 행복한 일을 묘사한다. 심장마비를 경험한 핀란드 여성 아니타는 자기가 빛을 향해 터널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가 아니타의 팔을 잡아 평화로운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자신의 삶이 '영화처럼' 흘러가듯 보였다. "그러고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살아계실 때의 모습과 똑같았죠. 아버지가 말했어요. '이곳으로 오렴, 여기는 살기 좋은 곳이야.'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경계가 있었거든요. 그 경계를 설명할 수는 없어요. 뒤쪽을 볼 수 있는 벽 같다고 할까요? 사방에서 들리는 것 같은 신비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구세요?' 내가 물었죠. 그러자 다른 말이 들렸습니다. '아직은 아니야!'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너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죠. 다시 터널을 아주 빨리 지나서 돌아왔습니다. 동시에 몸의 고통도 되돌아왔습니다. 의식이 돌아오면서 '아냐, 안돼!'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내가 어디 있는 거지?'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2001년, 버지니아 대학교 정신과의 에밀리 윌리엄스 켈리 박사는 임사체험 중에 죽은 사람들을 재회한 74명의 체험자들, 그리고 그렇게 만났던 죽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 200명의 체험자들을 소개했다. 켈리 박사는 체험자가 만난 사람들의 95%가 친척들인 반면, 친구나 아는 사람들인 경우는 5%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체험 당시에 살아있던 사람들을 만난 경우는 4%에 지나지 않았다. 꿈이나 환각상태에서 만나는 존재들은 그 당시 살아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 재단의 연구에서도 체험 당시 분명히 살아있던 사람을 만난 경우는 4%에 불과했다. 81%는 죽은 친척들만 만났으며, 8%는 죽은 친척과 친구들을 모두 만났다. 켈리 박사의 연구결과와 비슷하다.
재단이 수집한 체험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 귀가 먹은 브라이언의 경우다. 브라이언은 13살 때 물에 빠져 거의 죽을 뻔했다. "나는 울타리 같은 것으로 다가갔습니다. 당시 나는 10살이었지만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일단 거길 넘어가면 결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자, 아주 강한 전율이 일었습니다. 막 넘어가려고 하는데 다른 경계 너머에 있는 조상들이 느껴졌어요. 그분들은 텔레파시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태어날때부터 듣지 못했지만, 다른 친척들은 모두 들을 수 있었고 모두 수화를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20명 정도와 텔레파시를 통해 소통하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났지요.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언은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했으므로 소통은 수화나 독순술讀脣術 등 시각을 통해서만 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의 임사체험에는 그가 경험한 적 없었던 소통 방법, 즉 텔레파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임사체험에서는 바로 이런 유형의 소통이 일어난다. 내가 아는 한, 브라이언의 임사체험은 태어날 때부터 귀가먹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최초의 증언이다.
크리스틴은 백혈병 때문에 집에서 화학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약물쇼크 때문에 심장이 멈추고 말았다.
"내가 기억하는 첫 장면은 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천장의 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고, 내 몸은 침대 오른편에 있었어요. 나는 그 침대 왼쪽에 있었는데 공중에 완전히 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침대에 완전히 누운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 흰 셔츠를 입은 사람도 한 명 있었죠. 그 '사건'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죽은 친척 두 명과 같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촌인 케이트 아주머니와 해리 삼촌이었죠. 친척 중에서 어머니를 제외하고 나와 가까운 분들은 그 두 분 뿐이었어요. 전 그 두 분을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임사체험 중에 강한 감정을 느낀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감정적으로는 거의 초연한 느낌이었어요. 들뜨지도 않았고 무섭거나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화롭고 고요하게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케이트 아주머니와 해리 삼촌 두 분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한다는 건 알았습니다."
피터는 6살 때 심하게 다쳐서 출혈 때문에 죽음을 경험했다. "왼쪽을 보았더니 내가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또한 죽은 모든 친척들이 할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들은 투명한 영혼의 형체를 입고 있었습니다."
밥은 건물 3층에서 떨어져서 뇌를 포함해 복합적인 상처를 입었다. 밥은 임사체험 중에 많은 죽은 친척들을 만났다. "돌아가신 친척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살았을 때 한창 좋은 시절의 모습이었지요. 입은 옷은 1940년대의 스타일일 거예요. 그때가 그분들의 전성기였거든요. 듣기는 했지만 본 적은 없는 우리 할아버지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때때로 임사체험자들은 체험 당시에는 살아 있다고 믿었으나 사실은 죽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더글러스는 심장이 멈췄고 12번이나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에 320km 떨어진 곳에 사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터널은 없었고 하얀 빛의 공간이 있었을 뿐입니다. 내 오른쪽 저 멀리에는 큰 참나무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고, 그 밑에는 많은 사람들 한 무리가 서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나는 앞에 있는 몇 분을 알아볼 수 있었죠. 할머니와 증조부, 대고모, 대고모부, 동생이랑 할머니 한 분, 당시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내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이 다같이 말했어요. '우리가 기다리는 건 네가 아니야. 집으로 돌아가거라.'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저쪽에서 들려온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입니다. 보지는 못하고 목소리만 들었는데 이렇게 말하셨죠. '넌 정말 운이 좋은 아이로구나.' 사흘 후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이 침대 옆에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처음 한 질문이 내가 하고 있던 연극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이 할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 시간에 돌아가셨습니다."
산드라는 5살 때 뇌염에 걸려 의식을 잃었다. 바로 그때 산드라는 이웃사람을 만났다. 다음은 산드라가 재단에 보내준 이야기다. "알고 있던 이웃 할머니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집으로 가거라.' 사실 그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분이 나타났을 때 나는 몸 밖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몸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곧 눈을 떴고, 의식이 돌아오자 거기 있던 가족들은 안심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이웃 할머니가 내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얘기했더니,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병원에 입원한 다음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회복된 후 산드라는 자신이 죽음체험 중에 만난 여자아이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부모님이 뭘 그리고 있냐고 묻자, 산드라는 아무렇지 않게 '언니'라고 말했다. 부모는 새파랗게 질려서 방을 나갔다. 얼마 후 진정된 다음, 부모가 다시 돌아와 산드라에게 언니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산드라의 언니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던 것이다.
독자들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죽은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은 거의 언제나 즐거운 재회이지, 유령이 나오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소름끼치는 일이 아니다. 또한 그분들이 죽을 당시에는 나이가 들거나 여러 질병 때문에 모습이 변했다 해도, 가장 건강하고 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주 어릴 때 죽은 아이들이 성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체험자들은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친숙하지만 누군지는 모르는 존재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가족사진 등을 통해 누구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미시는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외상을 입었다. 미시는 기억상실을 겪었지만 터널을 올라가 언니를 본 일은 잘 기억한다. "한 아이를 봤어요. 화재사고로 죽은 언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습니다. 언니가 죽었을 때 나는 돌도 안 된 나이였지만, 보자마자 언니라는 걸 알았어요. 우리 가족과 많이 닮았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 가족사진 앨범에서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아이가 언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때때로 죽음체험자들은 친숙하지 않은 존재들을 만난다. 친숙하지 않은데도 그 존재들에게 깊은 신뢰와 사랑을 느꼈다고 말한다. "당신은 신비한 존재를 만났습니까?"라는 질문에 49.9%의 체험자들이 '신비하거나 비현세적인 존재 혹은 목소리'를 만났다고 답변했다. 9.8%는 '목소리'만을 만났다고 답변했다.
<167쪽>
조나단은 식도수술에서 살아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대에 놓인 내 몸에서 3미터 정도 위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 옆에 한사람이 서 있었지만 그 존재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두려움도 없었고 물어볼 말도 없었습니다.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수술대 주위에는 적어도 12명의 간호사와 의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내게 감동을 준 대상은 천사라고 묘사할 수밖에 없는 빛나는 존재였습니다. 그 존재는 의료진들의 손을 이끌어주었습니다. 소음이나 목소리, 음악은 전혀 들리지 않는 평화로운 고요함이었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정확히 어떤 도구로 어떻게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손을 움직이게 하는 초월적인 존재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자기가 했던 최고의 수술이었으며, 내 회복 속도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앤드류는 알러지 반응 때문에 의식을 잃었다. "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성이었는데 나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냥 존재한다는 느낌이지, 실제로 본 건 아니었습니다. 그 여성은 나에게 모든 게 잘 될 것이고 내가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될 거라고 말해줬어요."
제시는 헤로인과 코카인을 과다복용하고 죽음 상황에 이르렀다. "사랑과 기쁨, 인내, 연민으로 충만한 존재를 만났습니다. 그 존재는 내가 뭘 생각하는지, 내가 삶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내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고 있었죠"
레너드라는 남성은 심장마비를 겪었다. 그는 자신을 소생시키려고 정신없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때의 360도 시각을 묘사했다. "저편에서는 텔레파시로 소통을 했습니다. 신은 환상적인 유머감각이 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평생 그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습니다."
임사체험 중에 이 신비한 존재들을 느끼거나 들을 수는 있지만 대개는 보이지 않는다. 보인다고 해도 그 모습이 일정하지 않다. 몇몇 사람들은 천사라고 표현하지만 날개가 없고, 오히려 현실의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거나, 그저 강한 빛으로 묘사되곤 한다. 소통은 거의 언제나 텔레파시로 이루어진다. 신비한 존재들은 임사체험 중에는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지만 그곳에 머물지 현실로 돌아올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나타난다.
"죽음은 어제의 우정과 내일의 재회를 연결하는 별빛 찬란한 다리다." - 마크 트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