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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4. 01:13 책에서 발췌

- The Cosmic Game, Stanislave Grof, 1998 

 

 

 

<215쪽>
전생체험의 놀라운 동시성을 설명하기에는 내가 직접 겪었던 체험만큼 적절한 예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주변사람들과 내 전생이 연계되는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겪어왔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갓 미국에 도착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나는 1967년에 미국으로 이주해서 개인적, 직업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야 했다. 나는 25kg 정도의 가방 하나만을 들고 볼티모어에 도착했다. 가방에 든 내용물의 반은 프라하에서의 환각연구 기록이었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소지품이었다. 그것이 유럽에서의 내 지난 삶에서 남은 전부였다. 나는 거의 모든 차원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스프링 그로브에서 동료들과 고무적인 팀을 이뤄 일에 전념하고, 상상도 못했던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주변의 온갖 새로운 것들을 즐겼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그리 만족할 만한 인생을 꾸려가지 못했다.

 

...... 동료 의사인 세이무어와 그의 애인이었던 모니카가 힘겨운 관계 끝에 갑작스럽게 헤어진 후에, 내 친구들은 저녁식사에 그녀를 초대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나자마자 곧바로 강한 매력을 느끼고 깊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나처럼 유럽 출신이었고, 독신이었고, 아름답고 쾌활했다. 독특한 매력과 재치와 말솜씨로 그녀는 참석하는 모든 파티마다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눈 깜짝할 새에 사랑에 빠진 나는 우리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모니카가 나보다 한참이나 더 어리다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또한 평소의 나라면 심각한 경고 신호로 여겼을 법한 그녀의 험난했던 유년시절과 파란만장했던 인간관계도 무시해버렸다. 그것들은 모두 사소한 일에 불과하고, 우리가 헤쳐나가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나 자신을 안심시켰던 것이다. 나는 모니카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고 열정적이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맺었다.

모니카의 기분과 행동은 날마다, 아니 시간마다 바뀌는 듯 보였다. 나에 대한 강렬한 애정은 무관심, 회피, 물러섬과 서로 번갈아가며 파도쳤다. 두 가지의 별난 조건 탓에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갔다. 당시에 내가 살던 스튜디오는 한때 모니카의 남자친구였던 세이무어가 지냈던 곳으로 그녀에게도 이미 익숙한 장소였다. 말하자면 그녀는 같은 아파트에 다른 남자를 만나러 오는 셈이었다. 게다가 모니카의 오빠인 볼프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미워했다. 모니카와 볼프강은 근친적 관계로 보일 만큼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볼프강은 나와 모니카의 관계를 심하게 반대했고 나를 경쟁자처럼 대했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질주하는 롤러코스터같은 상황 속에서는 어떤 노력도 별 효과가 없었다. 마치 찬물과 뜨거운 물이 번갈아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번번이 좌절하면서도, 자석과도 같은 모니카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그녀와의 혼란스럽고 불만스러운 관계를 끝내지 못했다. 나에게는 이 당황스럽고 정신없는 상황에 대한 통찰이 절실히 필요했다. 마침 우리 연구소에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세 번까지 환각 세션에 참여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속한 치료팀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다. 모니카와의 다툼이 극에 달했을 때, 나는 우리의 관계를 명확히 인식하기 위해서 LSD 세션을 신청했다. 아래는 그 세션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내가 전생체험과 카르마의 법칙을 처음 접했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세션의 중간쯤에, 나는 갑자기 매우 오래된 고대의 거대 운석처럼 보이는 울퉁불퉁한 모양의 검은 바위를 보았다. 하늘이 열리고 엄청난 강도의 번개가 바위의 표면을 때리면서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상징들을 불로 새기기 시작했다. 이 낯선 상형문자들은 바위의 표면에 새겨진 후에도 계속 불타면서 눈이 부실 만큼 환한 빛을 내뿜었다. 그 상형문자들을 해독하거나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신성하게 느껴지는 그 문자들을 어찌 된 까닭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상형문자들은 내가 카르마의 법칙에 따라 이번 생 이전에도 다른 생들을 오랫동안 살아왔고, 비록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 생들에서 내가 했던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기억조차 없는 일들을 책임지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두 손을 들게 만드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에 저항할 수 없었다. 마침내 나는 거역할 수 없는 태고의 우주법칙을 받아들였다. 그것을 받아들이자마자, 나는 두 팔로 모니카를 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지난주에도 나는 그녀를 그렇게 안은 적이 있다). 우리는 거대한 원형적 심연 위를 둥둥 뜬 채로 기나긴 소용돌이를 따라 천천히 하강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역사의 심연이며 지금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중이라고 느꼈다.

하강은 결코 끝나지 않을 듯 한없이 이어졌다. 이윽고 우리는 심연의 바닥에 닿았다. 어느새 모니카는 내 품에서 사라졌고, 나는 화려한 옷을 입고 고대 이집트 궁전의 홀을 걷고 있었다. 내 주변의 벽들에는 상형문자가 포함된 아름다운 돋을새김이 있었다. 나는 볼티모어의 광고게시판에 붙은 벽보를 읽듯이 그 새김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큰 홀의 맞은편에서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이집트 귀족 가문의 자손이었고, 다가오는 남자는 그 생에서의 내 형제였다.

그가 가까이 왔을 때, 나는 그가 볼프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내게서 3m쯤 떨어진 곳에 서더니 나를 증오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생에서 나와 볼프강과 모니카는 한 남매였다. 맏이였던 나는 지위에 맞는 특권을 누리면서 모니카와 결혼했다. 하지만 박탈감과 질투로 고통받던 볼프강은 나를 몹시 미워했다. 나는 바로 이것이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반복될 파괴적인 카르마의 발단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볼프강과 마주 서서, 나를 향한 그의 깊은 증오를 느꼈다. 나는 이 괴로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텔레파시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애썼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20세기에서 온 시간여행자이고, 그곳에서 강력한 향정신성 약품을 투여받았습니다. 나는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런 긴장이 매우 불편하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팔을 벌려서 완전히 열린 자세를 취하고, 그에게 다음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에 내가, 내가 가진 전부가 있습니다. 우리둘이 함께 이 속박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워지는 데 필요한 어떤 일이든 하세요!볼프강은 몹시 흥분하면서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의 증오는 레이저빔과 같은 두 개의 강력한 에너지 광선의 형태를 띠는 듯했고, 내 몸을 태우며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극심한 고문의 시간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된 후에, 그 광선들은 서서히 힘을 잃었고 결국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볼프강과 홀도 사라졌고, 나는 다시 품에 모니카를 안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번의 그 역사의 심연을 다시 상승하면서, 시간을 따라 이동했다. 원형적 심연의 벽에서는 나와 모니카와 볼프강이 수많은 시대에 걸쳐 등장하는 온갖 전생의 장면들이 보였다. 그 장면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서로를 심하게 상처입혔던 파괴적이고 힘든 삼각관계를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한 바람, 즉 '카르마 태풍'이 불어와 수십 세기를 관통하면서, 이 상황의 고통을 흩뜨려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속박에서 우리 셋을 풀어주는 듯 보였다.

이런 과정이 끝나고 현재로 완전히 되돌아왔을 때, 나는 표현할 길 없는 행복과 황홀경의 상태에 있었다. 남은 생에서 더이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지라도, 내 삶은 이미 보람 있고 성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강력한 카르마를 해결하고 해제한 것만으로 이번 생에서는 충분한 성취를 얻은 듯했다.

 


내 체험 속에 등장한 모니카가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도 내 전생체험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다음주에 만났을 때, 나는 내가 세션을 받던 날 오후에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암시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 세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집트에서의 카르마를 체험하고 있었던 오후 4시부터 4시 30분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만 물어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걸 물어보다니 이상하네. 그때는 아마도 내 인생에서 최악의 시간이었을 거야!"

그녀는 상사와 대판 싸우고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온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직장을 잃었다는 실의에 빠져 절망했고, 결국 근처의 바에 가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때 바의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가 나를 만나면서도 따로 성관계를 맺어왔던 로버트였다. 로버트는 큰 부자여서, 그녀에게 새 차와 말을 비롯한 비싼 선물을 많이 사주던 남자였다.

모니카는 나와 데이트를 시작한 후에도 나를 속이면서 로버트와의 관계를 지속했고, 나와 로버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에 들어온 로버트를 보고는, 그에게 걸어가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로버트는 피하는 태도를 보이며 악수로 대신했다. 모니카는 로버트의 곁에 한 우아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로버트는 몹시 당황하면서 그녀를 모니카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로버트의 아내였다. 로버트는 모니카 앞에서 늘 독신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모니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니카는 발아래의 땅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바를 나가서 로버트가 사준 차를 향해 달려갔다. 자살을 결심한 그녀는 심하게 취한 데다가 폭우까지 오는 가운데 시속 140km가 넘는 속도로 순환도로를 내달렸다. 그날은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녀는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세션중에 카르마를 해결하던 바로 그 순간에, 모니카의 마음속에 내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인생에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차의 속도를 줄이고, 순환도로를 벗어나서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녀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술이 깨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모니카와 이런 대화를 나눈 다음날, 볼프강이 한 번 만나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까지 볼프강은 만나자고 하기는커녕 내게 전화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발전이었다. 볼프강은 나를 만난 자리에서 매우 개인적이고 창피한 문제를 상의하러 왔다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에서 '창녀 마리아 콤플렉스the prostitute-Madonna complex'라고 부르는 문제였다. 이제껏 그는 수많은 하룻밤 상대를 포함해서 우발적이고 무의미한 성관계를 꽤 많이 가져왔고, 발기를 지속하는 데 한번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상형의 여성을 만나 평생 처음으로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섹스를 할 수 없었고, 고통스럽게도 반복해서 실패를 했다.

볼프강은 절망했고, 자신의 발기부전을 어떻게든 고치지 않으면 관계가 끝날까봐 두려워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기는 너무 창피한 문제였다. 그는 나를 떠올렸지만 강한 부정적 감정 때문에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에 대한 그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미움이 마법처럼 사라졌고, 그는 내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 언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느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그것이 내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전생 체험을 마친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몇 주 후에, 나는 이집트 이야기에서 모자란 조각들을 마저 찾아냈다. 아래의 내용은 런던에서 온 정신분석가 펄린 맥크리릭Pauline McCririck에게 받았던 최면 세션의 기록에서 발췌한 것이다.



나는 뜨겁게 달궈진 사막의 모래 속에 누워 있었다. 뱃속에서 엄청난 아픔이 느껴졌고, 내 온몸은 발작했다. 나는 독이 퍼지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정황을 미루어 보아, 나를 독살할 만한 사람은 모니카와 그녀의 애인뿐이었다. 그녀는 이집트의 법에 따라 큰오빠인 나와 결혼을 해야 하지만 다른 남자를 사모했다. 나는 그들의 관계를 알고는 갈라놓으려고 했다. 배신당하고 독살당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차올랐다. 나는 증오로 가득 찬 상태로 홀로 사막에서 죽었다.

 

이 상황을 다시 체험하면서 또다른 흥미로운 통찰이 생겨났다. 이집트에서의 이번 생에서, 나는 이시스Isis 와 오시리스Osiris의 비의秘義에 관련되어 있고 실제로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독과 분노가 내 마음속에 퍼지면서 이 지식을 비롯한 모든 기억이 흐릿해졌다. 그래서 나는 죽음의 순간에 이 비밀스런 가르침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비밀지식과 나와의 연결은 가차없이 끊겨버렸다. 불현듯 나는 내 현생의 많은 부분이 이 잃어버린 가르침에 대한 꾸준한 탐구에 바쳐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이 분야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들을 발견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흥분했었는지를 떠올렸다. 이런 통찰 속에서, 심령적 죽음과 재탄생을 오가는 나의 환각 연구는 고대의 비의들을 현대적으로 다시 공식화하고 발견해내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후의 명상에서 나는 뜻밖에도, 모니카와 볼프강과 함께했던 현실, 그리고 세션 속의 체험들 중 인상적인 장면들의 기억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휩쓸렸다. 이런 회고의 속도와 강도는 격정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를 때까지 급하게 상승했다. 어느 순간, 나는 깊은 평화와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이제 카르마가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로 볼티모어에 머무는 동안 나와 모니카는 친구로 지냈다. 긴장과 혼란이 사라졌고, 우리는 연인관계를 지속할 충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현생에서 서로의 배필이 아니라는 점을 함께 받아들였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