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mooncle
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Tag

2018. 3. 23. 00:26 영화

 

 

 


재미있게 봤다. 보고싶다고 생각한 지 무려 23년이나 지나서 봤지만 별로 서운하지도 않은 것이, 그 당시에 봤더라면 그저 로맨스에만 집중했을테고, 여러 재미난 장면들을 놓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셉의 아버지가 죽는 장면;
00:06:20    내 영혼이 빠져 나가고 있구나. 
00:06:23    그런 말 마세요.
00:06:25    죽는 마당에 말도 못 하냐?

그러고는 졸린 사람처럼 눈을 감고 어떤 노래를 부르다가 죽는다. 
(이 노래는 영화 안에서 네 번이나 나온다. 도입부에서 아버지가 친구와 술 마시면서 부르고, 처음 죽을 때 부르고, 두 번째 죽을 때 또 부르고, 나중에 조셉이 술 마시면서 부른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끔찍한 저주였다네. 그가 죽은 지 3일 만에 돈주머니를 들고 튀었다네...')


지켜보고 있던 세 아들은, 당황하여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려 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싸우기 시작한다. 죽었으니 물건을 팔아야 된다, 그게 애도하는 거냐, 내 맘이다, 빚만 남겼다, 갚으면 될 거 아니냐...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깨어난다. 다 기절초풍~

 

00:07:27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00:07:29    맞다, 아들아. 난 죽었었어.
00:07:32    하지만 지금 저희를 보며 말하시잖아요.
00:07:37    난 정말 죽었었어. 또 죽기 전에 입 다물고 들어. 
                   가까이 와라.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돌아왔어.

아버지는 마치 집을 나서다가 깜빡 잊고 두고 간 물건을 챙기러 돌아온 사람처럼 담담하게 막내아들(주인공)에게 유언을 말하기 시작한다. 겨우 그 얘기 하려고 왔느냐는 아들의 반응도 웃기고, 그러거나 말거나 해맑은 표정으로 막내에게 자기 할 말만 하는 아버지도 웃기다. 말을 마친 아버지는 아까 부르던 그 노래를 다시 흥얼거리다가 곧 죽는다. 

 

카메라는 죽은이의 시선이 되어 천천히 뒤로 빠진다. 딱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처럼 위로위로 올라간다. 시신과 가족을 내려다보면서 천정을 지나고 지붕을 통과하여 집 전체를 내려다보고 집주변을 훑다가 바다를 거쳐 하늘을 향해 떠나간다.  

 

영화 말미에서 주인공이 죽는 장면;
02:10:25    나 죽어가는 것 같아.
02:10:27    아냐, 내 눈을 쳐다봐. 당신은 안 죽어. 봐봐, 여긴 당신 땅이야.
02:10:35    당신이 없다면 어떤 땅도 내겐 무의미해. 날 증명하려고 해봤지. 

                   하지만 난 책도 글도 모르고 해도 달도 몰라.
                   아는 건 조셉이 섀넌을 사랑한다는 것뿐이야. 나에게 중요한 건 그것 뿐이야.
02:11:26    안돼, 같이 있어줘. 조셉, 날 봐. 날 두고 가지 마. 제발 날 혼자 남겨두지 마. 

                   안돼, 제발 떠나지 마. 이건 우리들의 꿈이야. 당신 없인 원치 않아.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서 계속 피를 흘리던 조셉은 셰넌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어쩔 줄 모르는 셰넌을 바라보며 술술 사랑을 고백하더니... 환하게 웃고는 곧 숨을 거둔다. 자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할 말을 하고, 미소짓고, 허공을 바라보며' 죽는다. 

카메라는 다시 한번 죽은 이의 시선이 되어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서 멀어진다. 조셉의 시신과 울고있는 셰넌을 점점 멀리 비추다가 더이상 그들을 비추지 않는다. 그 때! 셰넌이 때늦은 고백을 한다. 


02:12:24    사랑해.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사랑해'라고 말하자마자 떠나가던 카메라가 딱 멈춘다.ㅋㅋ 실은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었다고까지 말하자, 카메라는 그야말로 휙~하며ㅋㅋ 조셉의 얼굴로 되돌아가고 조셉은 눈을 번쩍 뜬다. 그러더니 하는 말,


02:12:43    그게 종종 궁금하더라구.
02:12:51    당신 죽었었잖아.
02:12:59    두 번 죽진 않을 테니 걱정 마.

조셉이 죽어갈 때, 잠깐이지만 천국같은 화면이 지나간다. 아름다운 색감과 빛이 두사람을 축복해 주는 것 같다. 마치 길고 고생스럽던 시간은 여기!에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다 잘될 거라는 암시를 주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죽음은 쉽다. 죽어가는 이는 자신이 떠날 것을 분명하게 예감하면서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다. 임사체험자들에 의하면 몸에서 빠져나간 느낌은, 몸을 보면서도 아쉬움이 거의 없고 꽤나 홀가분해서 몸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 섭섭했을 정도라고 한다. 퇴행최면의 누적된 자료들 역시 '죽는 것이 태어나는 것보다 쉽다'고 알려준다. 안심이 된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게 '더 게임'이 청불인 것 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밀당만 줄기차게 하고, 그 흔한 키스도 하다가 마는데 말이다. 



 


<2016/06/05에 쓰고 2018/03/23에 옮겨 옴>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