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YOU(Randall Fitzgerald, 2004)
<프롤로그>
고통과 불행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 내리던 시기에 나는 이따금 '불운만 아니었다면 나는 운運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을텐데...'라는 에릭 크랩튼의 노래를 궁상맞게 읊조리곤 했다.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의 생활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는데, 운의 장난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행한 사태들로 인해 내 생활은 뿌리채 흔들렸다. 나는 행운의 여신에게 버림받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내던져졌다. -중략-
<36쪽>
"운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 오비디우스
<39쪽>
피츠버그 대학교의 철학교수 니콜라스 레스처는 이렇게 말한다.
"운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앞날이 뻔하게 내다보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이치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운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만민평등주의자다. 행운을 잡을 기회가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고 희망이 되는가"
역사학자 스테판 앰브로스는 역사적 대사건들에서는 운이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저는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도 운의 산물이라고 확신합니다. 적자생존이 아니고 운 좋은 자의 생존입니다."
<41쪽>
사람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운의 힘을 신격화하여 섬기면서 복을 빌었다. 이집트왕조 사람들은 베스(Bes)신과 베셋(Beset)신을 행운의 신으로 섬겼고, 그리스인들은 헤르메스(Hermes)를, 로마인들은 포튜나(Fortuna) 여신을 섬겼다. 로마의 동전에는 포튜나 여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한 손에는 풍요의 상징인 제우스신이 아기였을 때 젖을 먹였다는 염소의 뿔 코뉴코피아를, 또 한 손에는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다는 의미로 배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 포튜나 여신을 섬기는 신전에서는 여사제들이 기도하고 복을 빌러 온 사람들의 운명을 점쳐 주었다. 우연과 도박적 요소를 가미하여 주사위를 던져 나온 결과를 해석해 주면서 신의 계시라고 말하였다. 이 여신이 바로 현대인들이 변덕스럽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며 '행운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포튜나이다.
<46쪽>
인간의 행복은 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의식은 영어의 단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happy'라는 낱말은 우연과 행운을 뜻하는 아이슬란드어 'happ'에서 유래한 것이다. 'luck'는 15세기 독일어의 단어 'gluck'에서 따 온 것으로 행운과 행복을 뜻한다.
<116쪽>
"직관적 사고는 천부적 재능이며, 합리적 사고는 충직한 종이다." - 앨버트 아인슈타인
<146쪽>
"꿈을 해몽하지 않는 것은 편지를 받고 뜯어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유대 격언
"인간의 생각은 잠든 상태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처럼 몸과 분리되면 몸과 함께 움직여야 할 때는 볼 수 없던 것들을 자각한다"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43)
<194쪽>
"사람은 모두 자신의 운을 손수 빚는다" - 에피우스 클로디어스 시커스(BC 312~279)
<214쪽>
유리엘 대너는 아홉 살이었을 때 어느 날 자기네 가족과 잘 알고 지내는 노부부를 따라 시카고의 어느 교회에서 벌어지는 놀이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케이크 따먹기' 라는 놀이였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1니켈씩을 내고 마룻바닥에 그려진 숫자가 적힌 정사각형 안에 한 사람씩 들어가서 섰다. 제비를 뽑아 제비에 쓰인 숫자와 일치하는 숫자가 쓰어 있는 정사각형 안에 서 있는 사람이 케이크를 받는 놀이였다. 놀이를 시작하자마자 유리엘이 서 있는 정사각형의 숫자가 뽑혔다. 유리엘은 케이크를 받아서 곧바로 자신을 데리고 온 노부부에게 주었다. 유리엘은 두 번째, 세 번째에도 계속 뽑혀 케이크를 받아서는 그것들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네 번째 케이크를 자신이 가졌다.
그 때 유리엘은 놀라서 이렇게 외쳤다. "어머나, 나는 어느 칸에 가서 서도 운이 따르네!”
유리엘은 이 일을 겪으면서 이 일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들을 주기적으도 겪으면서 얻게 된 교훈에 따라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에 따라 살게 되었다.
행운이 짝사랑이라도 하는 사람인 듯 그런 일은 유리엘의 인생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다. 스무 살 되던 해에 유리엘은 여자친구 셋과 돈을 모아 사흘 일정으로 덴마크 여행을 갔다. 호텔에서는 투숙 기념으로 한 사람 앞에 코인 하나씩을 주며, 호텔에 설치되어 있는 슬롯머신을 해보라고 하였다. 유리엘은 그 코인으로 4,000달러짜리 잭팟을 터뜨렸다. 그렇게 딴 돈을 유리엘은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고 오페라 구경을 시켜주는 데에 모두 써버렸다.
공대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취직한 유리엘은 직업적으로도 성공하였지만 유리엘의 가슴속에는 늘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독일에 살던 유리엘은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게이지 테일러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림을 배운다. 그리고 결국 게이지 테일러의 공동 제작자로까지 성장한다. 그 무렵 테일러의 전처가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전처의 병원비를 대주느라 돈에 쪼들리는 테일러를 위해 유리엘은 자신이 저축했던 돈을 주는 것은 물론 차까지 팔아서 도와주었다.
그러나 유리엘은 멋진 승용차를 갖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특히 선루프가 달린 흰색 BMW 500 시리즈를 갖게 되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 차를 볼 때마다 자신도 갖게 되기를 소망하는 동시에 그 차 운전자에게도 좋은 일이 있기를 빌어 주었다. 그런 습관이 뿌리가 내려 유리엘은 행운과 번영을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도 복을 나누어준다. 유리엘의 소망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어느 날 조지프 부부가 게이지와 저를 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조지프는 세계적인 화가였는데 그의 부인 또한 저희 친구였습니다. 조지프 부부는 프랑스 남부로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조지프가 난데없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내 차를 유리엘 당신에게 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이사 준비를 하면서 차를 파는 것보다는 저에게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서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제가 늘 바라던 회색 BMW 500 시리즈였어요."
그 뒤로도 유리엘에게 그런 식의 행운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유리엘에게는 돈이 제 발로 찾아오는 인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받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베푸는 사람이 결국은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말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파티에서 게이지의 판화 가운데 '인생의 비밀' 이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 부인과 제가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 부인이 물었습니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무슨 일이 있나요?' 당시 저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그 부인이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좀 쉬어야 겠군요. 어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 그저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한다는 기분으로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부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겠어요. 우리가 두 분을 하와이로 보내드릴게요.' 그 부부는 저희에게 항공료, 호텔 투숙료, 그리고 지동차 렌트 비용까지 대주면서 저희를 하와이로 보내주었습니다.
하와이에 가서 이틀 째 되는 날, 비가 내렸는데 저와 게이지는 '하나' 라는 곳을 향해 차를 몰며 가고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검은 모래가 뒤덮인 해변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쓸쓸한 바닷가가 왠지 저를 부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바닷가의 검은 모래 속에 불그스름한 작은 삼각형 형태의 물체가 묻혀 있는 것이 보이는 거였어요. 모래 위 쪽으로 나와 있는 부분을 잡고 당겨보니 불그스름한 지갑이었습니다. 389달러가 들어 있었는데 지갑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신분증명서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돈으로 여행 동안의 식비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전 우주가 허락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 왔을 때 수중에는 또 다시 한 푼도 없었습니다. 예술가의 삶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잔치 뒤에는 굶기도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주립공원 근처를 지나다가 저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은 다음 차에서 내려 우리가 지나쳐 온 거리로 뛰어갔습니다. 오후 네 시쯤 되었는데 게이지는 제가 갑자기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운전을 하다 말고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는 지나쳐 온 거리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갔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겠지요. 방금 전 지나쳐 온 거리에서 저는 손바닥만한 녹색 종이 몇 장이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뭉치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얼른 가서 주워!'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돈이었습니다. 87달러였는데 그 돈으로 떨어진 식료품을 사고 바닥난 휘발유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때에 맞춘 것처럼 나타나는 유리엘의 행운은 그 뒤로도 단순히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와 액수라는 면에서 정확도가 더해졌다. 유리엘과 게이지가 캘리포니아 주 산 라파엘의 어느 농가 뒷편에 있는 마차 차고에 세들어 살 때의 일이다. 그 집 주인이 이 농가를 그 전 주인에게서 살 때 상당히 많은 책도 함께 넘겨 받았는데, 주인 부부는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유리엘은 그 때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준다.
"누군가가 저희에게 양치기 개 두 마리를 주었는데, 그 바람에 좀더 넓은 곳에 가서 살 필요가 생겼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는데 보증금과 첫 달, 그리고 마지막 달 월세를 합쳐서 2,400달러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세 들어 살던 집 부부가 자기들이 지난 번 집주인에게서 물려받은 책을 다 버리려고 하니 와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게이지와 함께 가서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모두 초판이었는데 그 가운데는 로버트 프로스트와 서머셋 모옴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는 책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책들을 희귀서적상에 가져가서 팔았는데 2,400달러를 받았습니다. 이사가는 데 필요한 바로 그 액수였어요."
유리엘은 운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무슨 비법이라도 깨우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운이 작용하는 법칙이 유독 유리엘에게 호의적인 것인가? 유리엘은 운이라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확실한 견해를 갖고 있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식으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나로 모을 수 있을 때 행운이 생겨나고, 필요한 것들이 찾아옵니다. 돈이든 사랑이든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것을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유리엘은 직관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유리엘은 티벳사람들의 꿈요가를 수련하고, 세계의 다양한 종교들, 신화들, 옛사람들의 체험 등을 공부함으로써 직관력을 발전시켰다. 2000년에 게이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 유리엘은 계속해서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환상적 영감을 주는 유리엘의 작품들은 이 운 좋은 여류작가의 영혼의 깊이를 가늠해 보게 한다.
<223쪽>
조각가 로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모두는 우연이라는 점토로 운명을 조각한다." 한편, 살면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 결국은 걸려들게 된다는 말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서에도 이 점을 지적한 구절이 있다. “두려워하여 떨던 것이 들이닥쳤고 무서워하던 것이 마침내 오고야 말았다.”(욥기 3장 25절)
경마 도박사이며 신문 컬럼니스트인 앤드류 베이어도 부정적 사고방식에 대해 비슷한 말을 한다. “운은 인생행로를 바꿀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치는 불운이 우리를 흔들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불운은 부정적 생각을 먹고 자란다."
아폴로 우주선 설계에 참여했던 공학자 월 먼슨은 [얼마나 운이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책을 썼는데, 그는 그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삶에서 운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기꺼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행동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우리의 시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모든 체험은 내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들어보았다.
<228쪽>
기도를 하면 우연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 윌리엄 템플
<264쪽>
"냇물을 보았기 때문에 바다가 있다는 말만 듣고도 바다가 있는 줄 아는 것이 믿음이다." - 윌리엄 아더 워드
<265쪽>
링컨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그의 성품으로 인한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링컨이 일리노이주의 젊은 목수로 살아가던 시절의 어느 날, 몹시 곤궁해 보이는 낯선 사람이 쓰레기 보따리 같은 것을 하나 들고 와서는, 1달러에 사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1달러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돈으로 밥 한 끼를 사먹을 작정이었다. 그런 사정을 헤아린 링컨은 그저 한 끼 밥을 먹게 해주겠다는 심정으로 그 쓰레기 보따리를 1달러에 사서 한쪽에 치워두고 열어보지도 않았다. 며칠 뒤 그 쓰레기 보따리를 내버려야겠다고 생각한 링컨은 버리기 전에 보따리를 풀어보았는데 그 안에는 [블랙스톤즈 주해서]라는 법률서적 한 질이 들어 있었다. 이 책들을 본 링컨은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영감을 얻게 되고 법률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게 얻은 법률지식과 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 덕분에 결국 미국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