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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uman doing but human being - P't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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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30. 00:21 낙서장

 

사람들은 마더 테레사같은 사람을 열심히 칭송하면서, 자신이나 가족이 불이익을 당하면 복수를 하려고 뛰쳐나간다. 입으로는 이타적 인생을 훌륭하다 하면서 자신은 이기적으로 산다. - 이 이야기는 [이타적 유전자]에서 읽었던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제목으로 출판되기는 했지만 읽은지 몇년이 지나서야, 그 책이 [이기적 유전자]의 속편의 가치가 있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흔히 '착하다'는 말을 쓴다. 그러나 good의 의미는 아니다. 주로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칭찬삼아 쓰지만 때때로 어른에게도 쓴다. 주로 여자에게 쓴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 말은 '다루기 쉽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두문불출이 체질인 내가 요즘 매일같이 11층으로 마실을 다닌다. 생후 10개월된 주혁이가 밖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인혁이네 집 앞에 돗자리를 깔고 한참 있다가 왔다. 과묵한 까까할머니도 아기와 놀아주며 말씀을 많이 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불현듯 떠오른 나만의 결론. '여자가 착하면 남편이 속을 썩힌다.' 두 분 모두 남편이 바람피우고, 경제적으로 무책임하게 산 편이다. 그 아내들은 아주 '착하다'

일을 그만두고 알바만 조금씩 하던 몇년 전,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내가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아이가 아니야, 바로 당신이야'라며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내가 그런 식으로 화를 낸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는데, 다음날 남편은 지하철역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현대백화점으로 데려가 구두를 사 주었다. 기쁜듯이 선물을 받았지만 좋았던 기억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쇼핑이나 구두가 아니라 그냥 '마음을 알아주는 것'. 딱 그것 뿐이었는데, 평소에 붕어빵조차 안사들고 오는 남자가 웬 선물? 나는 어린애가 아니라구.

얼마전, 읽지 않는 책을 버리려고 뒤적거리다가 존그레이의 책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남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없이, 양보하고 배려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는 남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남자는 상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미션을 수행해 그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한다.' 대략 이런 요지였는데, 아주 참신하게 와 닿았다. 흥숙이 생각이 난다. 평소엔 오빠오빠하며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다가도 화가나면 'X같은 새끼' 등등의 욕을 쏟아내던 흥숙이. 샘도 많고, 허영심도 좀 있고, 예뻤던(!) 그 애의 남편은 성실한 편이었다. 개인차가 분명 있겠지마는 대체로 사람이 너무 '착'하면 매력도 없을 뿐더러, 누군가에게 '동력'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 '낙(樂)'은 오는 것일까? 인혁이 엄마는 15년간 고생하며 시부모를 모셨지만 빈손으로 나왔다. 까까할머니는? 여전히 호통치는 남편 눈치를 살피며 말년을 보내고 계시다.

posted by moo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