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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8. 12. 22:00 책에서 발췌

 

 

<229쪽>

나의 피험자들은 그 출신배경을 놓고 볼 때 가히 천차만별이라고 할 만 했지만,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면을 통한 탐구에 개방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으며, 윤회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고정관념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어떤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최면중에 받은 인상이 평소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상충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피험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태아들이 스스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출생 전후로 내가 태아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상했던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태아의 형성과정을 돕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출생 전의 체험에 대해 얻은 인상을 답변지에 옮겨적은 어떤 피험자들은 나중에 자신들이 적어놓은 내용을 읽고 크게 놀라기도 했다. 그들은 최면중에 거의 자동기술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고 나서, 최면에서 깨어난 뒤에 그 글을 읽고는 비로소 자신들이 어떻게 답변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답변 내용을 스스로 의식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변이 너무나 터무니없다고 스스로 끊임없이 공박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박사님은 쉬지 않고 신속하게 질문을 던져왔기 때문에, 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일단 적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일 질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아마 그 내용을 내 마음대로 바꿔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은 내가 믿는 바와 상충되기 때문이죠."

이 피험자는 낙태를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영혼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기보다는 오히려 거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한 것이다.

 

최면을 언제 실시하든, 최면중 얼마나 많은 체험을 얻든 출생체험에 관해서는 거의 언제나 52%의 사람들이 아무 응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 중 40%는 최면에 깊이 들어가면서 어떤 특정한 현상을 체험했다고 보고했다. 눈을 감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눈앞에 모종의 색깔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  나는 출생 회상의 성공률이 저조한 이유를 알아내려고 무척이나 고심했다. 출생체험의 회상에 실패한 피험자들도 어린시절의 모습만큼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어떤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출생의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일련의 사념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난 눈앞에 떠올린 영상에 너무 깊이 매료됐어요. 선생님이 표현하신 심상은 나와 함께 머물며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때 나는 내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잊어버린 과거 속에는 대체 어떤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을지 궁금해졌죠. 그런데 다음 순간 그 모든 인상과 느낌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다음 기억나는 것은 숫자를 세면서 우리를 깨우는 선생님의 목소리였습니다."

 

 

<236쪽>

"난 늘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일종의 특권이며 나 자신이 삶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는 것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게 됐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이상하죠?"

나는 그녀에게 그런 응답은 아주 일반적으로 나오는 대답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안심하면서도 놀라워했다.

 

 

<246쪽>

나는 최면실험에 여러 번 참가한 피험자들 가운데 몇몇은 첫번째 최면워크숍보다는 두번째 최면워크숍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첫번째 워크숍이 끝나고 나서 다음 워크숍이 열리기 전까지의 몇달 사이에 그들의 의식은 전보다 더욱 각성된 듯 했다.

 

"첫번째 최면 워크숍에서 나는 출생의 기분에 대한 약간의 응답을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전생의 인연이나 이번 생애의 목적 같은 것에 대해서는 별로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두번째 최면워크숍에 참가했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사실 첫번째 최면워크숍에 참가하고 나서, 나는 내 마음속에 떠올랐던 전생의 흥미로운 장면들을 꿈 속에서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꿈들을 통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사이에 얽혀 있는 전생의 인연을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어요. 내가 두 번째 최면워크숍에 참가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출생회귀 최면에서 가장 놀라운 현상은 피험자들이 최면에서 깨어난 뒤에 보이는 반응이었다. 첫번째와 두번째 최면과정을 막 끝낸 피험자들은, 내게 물어보고 싶은 온갖 의문사항들로 머릿속이 꽉 차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과정인 출생체험을 다 끝냈을 때는, 대개 생각에 깊이 잠긴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 현상은 절반의 피험자들이 최면 도중 깊은 잠에 빠진 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만, 최면 도중 출생체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답변지에 적었던 피험자들도 거의 침묵을 지켰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출생여행에서 무슨 일을 겪었느냐고 물어봐야만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어떤 피험자는 내게 이렇게 답변했다.

"그것은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때 난 분명 아주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죠. 하지만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느낌입니다. 난 마치 내 마음속의 어떤 낯선 지역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내가 느낀 주된 감정은 애초에 내가 예상했던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애초에 난 출생체험에 대해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산도를 빠져나와 어머니의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무척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막상 그때의 체험을 되살려보니 전혀 고통스럽지 않더군요"

 

"그때 내가 느낀 것은 깊은 자비심이었습니다. 난 내 몸이 될 태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비롯하여 분만실에 있던 모든이들에게 자비심을 느꼈죠. 또 그것은 마치 내가 수많은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곳을 떠나 뭐가 뭔지 모를 답답한 세계로 내려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앞으로 내가 당하게 될 갖가지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인간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파괴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지으며)나도 지금 내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뭐가 진짜 문제인지 아세요? 난 우리가 인간 육체 속에서 살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로부터 단절되고, 육체 밖에 있을 때 알고 있었던 참다운 지식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최면체험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난 이번 생애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죠. 당시 나는 어머니, 의사, 그밖에 분만실에 있었던 사람들이 인생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최면중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오른 인상입니다."

 

다른 많은 피험자들도 위와 같은 감정을 내게 토로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출생을 결정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라고 말씀하셨을 때 내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최면에서 깨어난 후의 느낌은 그다지 슬프지 않았어요. 그건 그냥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에요. 아무튼 육체 안의 삶은 정말 힘겨운 것입니다."

 

어떤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침묵하며 사색에 잠겼던 이유가, 최면 덕분에 현재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나는 이번 최면여행을 통해 나와 어머니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전생의 업보를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나에게 품고 있는 거부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나는 전생에서 어머니에게 잘못한 일을 보상해 주고, 어머니가 좀더 이해심 많고 깨어있는 정신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현생에서 어머니의 아이로 태어난 것입니다."

 

또다른 피험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서야 내가 아버지를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현생에서 아버지는 내게 잘못한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난 아버지를 늘 두려워했지요. 아버지가 전생에서 내게 한 짓을 이번 생애에서도 저지를까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나는 이제 문제의 원인이 내 아버지에게 있다기보다는 나 자신의 지나친 두려움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전생에서 비롯된 그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비로소 난 남을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피험자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몹시 주저했다. 

"나는 나 자신의 몸이 될 태아에게 자비심을 느꼈는데, 당시에는 그런 감정까지도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불가사의한 느낌으로 가득차게 되었죠. 그 느낌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코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두렵다거나 슬픈 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어떤 깨달음에 휩싸인 것 같다고 할까요. 난 내가 그 체험을 결코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출생체험에 대한 질문에 응답한 피험자들 다수가 위와 비슷한 정서를 보여주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역행최면 중에서도 출생체험이 가장 많은 깨우침을 주었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훗날 내게 다시 연락을 해서 그 출생 체험이 자신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고백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그 체험을 통해 인생의 목적을 깨달았고, 그 결과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순간순간마다 타인에 대한 자비심과 온정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인생의 목적에 대해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덕분에 새로운 삶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과거의 내 자아상이 무척 근시안적이고 제한된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나는 내 표면의식의 자아뿐만 아니라 잠재의식의 자아까지도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전처럼 심각하게 대하지 않게 됐어요. 지금 나는 매일 매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자연히 마주치게 되는 궂은 일이나 좋은 일들을 이전과는 달리 좀더 느긋한 태도로 대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피험자들한테서 이러한 체험담을 듣는 것은 나로서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최면실험 후 겪은 의식확장의 체험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자연스런 깨우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최면워크숍에 몰려오는 까닭은 그들이 새로운 체험을 할 준비가 된 삶의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나는 자신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려주는 피험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단단하게 오므리고 있던 장미 꽃봉오리가 서서히 피어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때가 되지 않으면 결코 피어날 수 없다. 장미의 그 황홀한 향기도 꽃잎들이 일정한 크기로 자라나기까지는 꽃봉오리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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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구하기 어려워진 이 책의 내용을 갈무리하면서, 한편으로는 드라마 [리전Legion]을 달리고 있었다. 시즌2의 4화는 혼이 '인간세계'에 진입하는 과정 즉, 출생으로 시작한다. 이 책에 묘사된 수많은 출생체험의 정수精髓가 솜씨있게 시각화되어 있다. 

 

 

 

 

 

캄캄한 밤에 눈보라가 친다(인간세계는 어둡고 혹독한 곳이다). 이글루 안에서 한사람이 불을 쬐고 있다(자궁 속은 조금 덜 춥다). 여기는 그나마 약간의 빛과 온기가 있지만 어쨌든 비워줘야 한다(이 얼음집에 있기 전에는 아마 천국 비슷한 곳에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은 어른이지만 '아기'로 태어나야 한다.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물끄러미 통로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밖으로 향한다. 드디어 아기의 몸을 입고 세상과 마주칠 때, 화면이 확장되면서 순간적으로 회색에서 컬러로 변한다(아기가 태어날 때 세상도 태어난다). 눈부심과 추위 때문인지 아기사람은 울음을 터트린다. 몇번째인지 모를 긴 여행이 시작된다. 

 

"모든 사람은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 사람으로 죽는다."   - 마르틴 하이데거

Every man is born as many men and dies as a single one.   - Martin Heidegger

 

이 드라마가 이 문장을 소개해 줬다.^^ 꿈 꾸는 자가 꿈속의 모든 공간과 인물을 지어내듯이, 인간도 태어나면서 그 모든 것을 지어내 운용하다가 혼자 죽음으로써 그 세상도 함께 끝낸다는 뜻일까.

 

 

posted by mooncle
2024. 8. 12. 15:33 책에서 발췌



<203쪽>

독특한 사례들 중에서도 쌍둥이로 태어난 경우는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난자가 수정된 후 분열을 일으켜 두 태아로 성장'하기 때문에 이란성 쌍둥이와는 달리 똑같은 유전정보를 공유한다. 이란성보다 좀더 드문 현상으로 일종의 무성생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똑같으면서도 완전히 별개인 두 개체가 되는 것이다.

 

750여 개의 사례 중에서 쌍둥이는 11쌍이 있었다. 그 중 일란성 쌍둥이는 1건이었는데 그들은 각기 아주 다른 전생을 갖고 있었고, 그들이 선택한 전생의 시기도 서로 달랐다. 그들은 최면을 통해 출생체험을 하는 동안 자신들이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쌍둥이 중 한사람은 스스로 환생을 선택했지만 다른 한사람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있었다. 또한 그들은 서로 전생에서부터 알아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쌍둥이 피험자들의 답변은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생에서부터 아주 친밀한 관계로 지내왔으며 피안의 세계에서도 함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자신들은 쌍둥이라서 친밀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에 이번 생애에서 쌍둥이의 삶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나의 쌍둥이 자매는 이번 시기에 환생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죠. 그녀는 이번 생애에서 청산해야 업보가 나보다 더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보다는 그녀가 태어나고 싶은 열망이 더 강했습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환생하기로 동의했고 쌍둥이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출생 직전에야 태아 속으로 들어갔는데, 자궁 안에서 쌍둥이의 몸을 선택하는 문제로 심각하게 논쟁을 벌였습니다. 쌍둥이 중 하나는 빨강머리였고 다른 하나는 금발이었기 때문에 긴 논쟁 끝에 마침내 우리는 하나씩 몸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에 서둘러 태어나고 싶어했고, 나는 주저했어요. 나는 그녀가 내게 어서 빨리 태어나라고 재촉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쌍둥이 피험자들도 전생에 형제이거나 자매, 또는 연인이나 사제지간이었다. 또한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들이 쌍둥이로 함께 태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쌍둥이 피험자는 다음과 같은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박사님이 출생 전의 시간대로 날 유도하셨을 때 난 루이스라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우리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는데, 내게 환생을 권유한 사람도 바로 그였지요. 나는 내가 피안의 세계를 충분히 경험했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 위해 지구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루이스는 여러가지 충고를 해주면서 자신이 날 지켜주겠다며 안심시켰어요. 그리하여 우리는 쌍둥이 태아를 선택했습니다.

 

난 출생 직전에 이르러서야 태아 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후 난 루이스가 자신의 몸에서 떠나고 있다는, 대단히 불행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태어나지 않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는 내키지 않는 듯한 말투로 나와 함께 태어나지 못하는 대신 꿈 속에서 나와 만날 것이며, 내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여러 모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죠. 결국 루이스는 사산됐고, 난 정상적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뒤로 나는 늘 꿈 속에서 내 문제를 상의해주고 날 안심시켜 주는 인물을 만나왔는데, 그가 바로 루이스였던 것입니다!"

 

어떤 피험자는 전생의 인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현재의 아버지를 전생에서도 알았느냐고 질문받았을 때 난 불현듯 그가 전생에 나의 쌍둥이 자매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당시 우리는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난 그와 다시 살게 되기를 희망했죠. 그 소원이 이루어져 우린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인데 이번에는 쌍둥이 자매지간이 아니라 부자지간으로 살게 된 것입니다."

 

어떤 피험자들은 현재의 친구가 전생에 자신의 쌍둥이 자매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나 이상할 정도로 친밀감을 느껴왔습니다. 때때로 서로에 대한 정신감응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죠. 이제와서 보니 우리가 전생에 쌍둥이였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750여 명의 피험자 중 6명은 임신 6~7개월에 태어난 조산아였는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모두 출생 직전에 태아 속에 들어갔다고 보고했다. 그들 중 세 명은 태아의 몸이 형성되는 동안 '다른 존재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가 출생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태아의 몸 속에 들어갔다고 보고했고, 다른 두 명은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속에 들어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출생초기에 자신들의 몸 속을 들락날락하며 주로 공중을 떠다녔다고 보고했다.

 

나머지 한 피험자는 태어난 직후에 숨이 막혀 죽을 뻔하다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고 나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그 피험자도 다른 피험자들과 마찬가지로 인큐베이터 속 태아의 몸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임신 6개월에 조산으로 태어난 어떤 피험자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의 출생을 원치 않았고 자기도 별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건 마치 우리 두 사람의 공동작업 같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떨어지길 원했고, 결국 각자의 소원대로 내가 모태를 일찍 떠나게 된 것입니다."

 

피험자 중 14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사람과, 산도를 통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사람의 체험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이것이 궁금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이 견디기 힘든 체험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어떤 피험자는 태어나려고 애쓰던 차에 제왕절개로 손쉽게 태어나서 무척이나 기뻤다고 보고했다.

 

"난 내 머리를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갔지만 눈앞의 장애물은 정말 요지부동이었죠.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이 들어 올려지더니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산고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태어날 가망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제왕절개로 날 꺼내준 것이 분명했어요."

 

"나는 정말 태어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내가 태아 속에 들어가서 태어날 준비를 막 시작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몸이 공중으로 들려 올라간 것입니다. 내 몸은 잠시 내 어머니의 몸 위에 정지됐는데 그때 난 무척 불안했습니다. 아래로 떨어질까봐 겁났던 거에요. ... 그것은 아주 흥미로운 체험이었습니다. 난 이제까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했는데 이번 최면체험을 통해서 그 공포증이 제왕절개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몸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들어 올려졌죠. 제왕절개로 태어났던 겁니다. 그때 나는 지독한 외로움, 추위, 그리고 눈부신 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뒤에는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날 들어서 꼭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마취된 상태였으니까요. 난 무척 외로웠습니다."

 

 

내 피험자 중 30여명은 출생 직후 다른 부모에게 입양된 이들이었다. 애당초 그들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된 동기도 자신들이 입양아가 된 근본원인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내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 출생 상황은 어떠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거의 강박관념처럼 늘 뇌리를 떠나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친어머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지 않을까 해서 최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입양아 출신의 피험자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출생에 대해 강한 탐구심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4명만이 최면을 통해 자신들의 출생을 회상할 수 있었다. 출생회귀 체험에 대한 갈망이 높다고 해서 체험의 가능성이 커지지는 않는다. 그런 정보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결정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최면을 통해 출생을 체험한 피험자 중에서 2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자신들과 친부모들이 전생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양부모들이야말로 자신들과 전생에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보고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알고 싶어했던 한 피험자는 최면중에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것이 바로 친어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름 외에는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피험자와 양부모 사이에 얽힌 전생의 인연은 지금까지 조사한 것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떤 피험자들은 출생 전에 자신들이 양부모들과 어떤 인연이 될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보고, 그들의 친자식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입양이 되어서라도 가족관계를 맺기로 계획하고 태어나기도 했다.  ...  나의 피험자들이 장차 입양될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면 인간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한 피험자는 양부모와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나는 내가 받아야 할 유전정보 때문에 친부모를 선택했습니다. 양부모 역시 내가 선택했는데, 나는 출생 전부터 내가 그들에게 입양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내가 현재의 양부모를 선택한 까닭은 그들이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내게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생애에서 난 해야 할 일을 갖고 있었고 그 일을 가능한 한 신중하게 계획하고 싶었죠. 그래서 난 유전적 환경을 제공해 줄 부모와, 성장환경을 제공해 줄 부모를 따로따로 선택했습니다."

 

이 피험자는 출생회귀 최면을 두 차례에 걸쳐 받았는데 두 번째 체험에서는 더 많은 인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생애를 계획하면서 원래 남자로 태어나기로 작정했죠. 그래서 현재의 나보다 18개월 늦게 태어날 남동생의 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조바심이 나서 먼저 태어날 태아를 선택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죠. 그렇게 해서 난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이 피험자는 자신이 여자라는 점을 늘 불만스럽게 여겼다) 

 

그점에 대해서는 내가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거예요. (웃으며)하지만 박사님도 알다시피 그런 상황에서는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어쨌거나 난 내 남동생이 태어난 직후, 그러니까 내가 생후 18개월이 됐을 때 현재의 양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그 당시 우리 두 남매가 모두 입양됐는데, 이제까지 난 내 양부모가 갓난아기가 아닌 나를 왜 선택했는지 알 수 없었죠. 내가 양부모에게 영향력을 미쳐서 그렇게 된 것일까요? 물론 나는 출생 전부터 그들에게 입양되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바꿔 여성의 몸을 선택하게 되면서 너무 일찍 세상에 태어나는 바람에, 내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남동생이 아닌 누나가 입양될 수 있도록 다시 손을 써야만 했습니다."

 

출생 회귀를 경험한 입양아 출신 피험자 중 2명은 자신들과 양부모가 전생에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중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다.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물론 그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전생에 내 자식들이었습니다. 그 생애에서 난 그 어린 자식들을 내버린, 아주 불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내 인생의 목적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번 생애를 선택한 까닭은 부모에게서 버림받는 느낌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인생 초기에 배우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어린 나이에 낯선 자들의 동정심에 몸을 의탁하는 신세가 되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양부모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전생에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것입니다. 전생에 나와 인연이 있었던 이들은 나의 친부모뿐이었어요. 따라서 이번에 나는 대단히 모범적인 인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으니까요"

 

양부모와의 사이에 전생의 인연이 없었던 또다른 피험자는 친아버지만이 전생에 자신과 관계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이번 생애에서 그와 함께 살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가 내 친아버지가 된 이유는 단지 유전적 인연을 맺기 위해서일 뿐이었어요. 재미있게도 남편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전생에서도 함께 살았죠. 나의 여러 절친한 친구들도 전생부터 나와 관계가 있었지만 내 양부모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입양된 피험자들은 출생 전부터 자신들이 입양되리라는 사실과 출생환경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 생애에 맺을 인연을 비롯하여 자신들의 출생환경과 성장환경을 아주 신중하게 선택했다. 인간관계는 꼭 혈연에 의해서만 맺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형제나 자매, 부모보다 친구에게서 더 진한 친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전생의 인연은 피보다 더 진하다.

 

 

posted by mooncle
2024. 8. 6. 23:00 책에서 발췌

 

 

<182쪽>

"산도에서의 일은 전반적으로 어렴풋합니다. 안에서 내 어깨가 짓눌리고 목이 비틀린 인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인지 출생 이후 난 목과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느꼈습니다. 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는 그런 내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했죠. 난 비명을 질러댔지만 아버지와 간호사는 그런 나를 보고 오히려 웃었습니다."

 

"산도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꼭 죽을 것만 같았죠.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강렬한 불빛과 추위에 노출돼야 했습니다.내 몸이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공간 속을 왔다갔다 하는데 난 아무 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잔뜩 겁을 집어먹었죠. 나는 어른의 지성을 갖고 있었지만 익숙한 무력감에 빠져들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태아의 몸이 산도를 빠져나갈 때 난 마치 등 뒤로 문이 닫혀지고 잠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에는,내가 어떤 새로운 사회집단에 들어왔으며, 뭔가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산도에서의 체험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머리 부위에 압박감을 느꼈고, 발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으로 빠져나온뒤에도 내 다리는 여전히 마비된 상태였고, 가슴에서도 통증이 느껴졌죠.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분만실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쓸 문제였습니다. 내 다리는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죠.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났을 때 난 다리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기이한 느낌이 들었죠."

 

"나는 산도를 너무 빨리 빠져나왔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내가 과연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인가?'였습니다. 차가운 공기, 소리, 빛 같은 것들을 느끼면서요."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난 화가 났습니다. 내가 원했던 때가 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 몸을 끄집어내고 있었으니까요."

 

"산도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난 머리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나머지 몸은 여전히 어머니의 몸 속에 있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죠. 모태 밖으로 나오자 눈부신 빛과 수술용 녹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고 그들을 관찰했습니다. 난 아기의 몸이었지만 정신만큼은 어른이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가는 일은 터널을 통과하는 일과 똑같았어요. 산도를 빠져나오면서 난 어떤 선명한 푸른 빛을 보았고 다음엔 누런 빛을, 다시 그 다음엔 무색의 빛을 보았습니다. 태어난 뒤에도 기분이 무척 좋았지요. 사람들이 날 목욕시킬 때 내 몸을 담갔던 물과 그후 내 몸을 감쌌던 포대기의 따스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죠. 내 가족은 내가 여자아이란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최면을 통해서 겪었지만 출생은 정말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태아의 몸이 처음 형성될 때 난 방관자인 동시에 태아로서 주관적인 느낌을 체험했습니다."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고통은 없었습니다. 태어난 후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불빛이 쏟아졌지만, 난 출생의 기쁨에 도취되어 개의치 않았어요. 어머니는 무척 행복해했고 방 안의 다른 사람들도 농담을 하면서 즐거워했죠. 그때 나도 속으로 웃었던 것 같습니다."

 

 

 

"난 산도에서 헤엄쳐서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물고기에서 인간이 된 느낌이 들었죠. 태어난 뒤에는 사람들이 날 쓸데없이 끌어당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온몸의 진이 빠졌고 화가 났어요. 나는 빛과 공기,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조악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 거칠었죠. 대기까지 황량했으니까요. 난 가볍게 놀 수 있는 상황을 바랐는데, 세상은 너무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밝고 즐거웠던 피안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원래 이 피험자는 놀고 싶은 마음에서 이 세상에 내려오고 싶어했고, 누군가 그런 그녀의 환생을 적극 만류했었다)

 

"산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난 '아, 이제 나가는구나! 신난다!' 하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 출생 직후엔 빛과 추위, 그리고 호흡을 곤란하게 만드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난 괴로웠고 충격받았고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죠. 어떤 여자가 날 거칠게 잡아당겼습니다. 그 사람은 화가 나 있었고 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워서 내게 신경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정말 악몽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난 최면상태에서도 주체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려야 했어요. 난 초월적인 빛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했습니다." (이 피험자는 원래 환생에 대해 열의를갖고 있었고 서둘러 태어나고 싶어했다.)

 

"나는 어머니가 공포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고 산도를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어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편하게 만들어 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출생 후 나는 사람들이 갓난아기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우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사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도 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는 쓸데없이 긴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인턴이 여유를 갖고 나의 출생을 기뻐해 주었죠.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좋아했고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출생 과정이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세상에 태어나고 보니 괜히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바깥 세상은 너무 시끄러웠고 눈이 부셨으며 추웠습니다. 얼마쯤 지나고 나서야 몸을 녹일 수 있었죠. 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대부분 냉담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환생에 대한 나의 기쁨과 열의가 막상 이 세상에서는 제대로 호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크게 실망되더군요 난 명료한 의식 상태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감지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나는 산도가 너무 갑갑해서 '어서 빨리 나가자. 끝내 버리자!' 하고 외쳤어요.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왔을 땐 울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몸에 꼭 붙어 있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죠. 난 어머니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의사는 나를 보고 상당히 만족스러워했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잠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임신과 출생의 과정이 무척 어리석은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른 태어나고 싶어했지만, 태아시절을 거쳐 출생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으니까요"

 

"나는 집 침실에서 태어났어요. 출생과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난 뒤에야 그 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산파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난 그토록 조그만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나를 타이르며 '자, 들어가자!' 하며 태아와 내 의식을 합치시켰습니다. 그것은 마치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드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산도를 빠져나올 때에도 여전히 태아와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해산은 상당히 어렵게 치러졌습니다. 난 태아의 몸이 자연적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았죠. 마침내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야 갓난아기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때에도 내 의식은 여전히 명료했습니다. 그 작은 몸에 들어가기엔 내 마음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산도에서 난 온몸이 으깨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출생 후 촉촉이 젖은 피부 위로 강렬한 불빛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덮쳐왔습니다. 내 기분은 엉망이 됐고, 곧바로 무력감에 빠지고 말았죠. 난 감정적으로 아무 위안도 얻을 수 없는 처지에 빠졌던 것입니다. 난 눈살을 찌푸리며 그 고통을 참아내려 했습니다. 의사는 해산과 관련된 일에 정신이 팔려서, 하나의 인간인 갓난아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어머니는 마취를 받아 잠들어 있었어요."

 

"산도는 따스하긴 했지만 너무 비좁았습니다. 세상에 나오자 누군가가 내 눈꺼풀을 열어젖히고 눈동자를 검사하려고 했죠. 그때내 온몸으로 열기가 퍼져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실안에 있던 사람들은 내가 죽는 줄 알고 겁이 나서 미친 듯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죠. 난 눈을 감고 그곳을 떠나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조산아였는데, 최면중에 난 그것이 나 자신은 물론 어머니의 노력에 따라 빚어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죠. 사실 난 태어나는것을 원치 않았고, 어머니도 나를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산도에서의 체험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난 무척 놀랐지만 아주나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텔레파시로, 진통을 고통이 아닌 일종의 흥분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죠. 태어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와 찬란한 불빛이 굉장히 짜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난 갓난아기로서의 내 몸이 그 모든 시련을 충분히 이겨낼 정도로 튼튼하고 힘이 세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난 이번 생애를 시작하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어머니만이 날 성가시게 하지 않는 사람 같았기 때문이죠. 난 앞으로 슬픈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어쨌거나 결국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난 어떤 이유에선지 그들을 보며 웃었던 것 같았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은 내가 진정 누구인지를 모를뿐더러,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병원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그들은 오히려 바보같이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고 감정에 치우쳐서 마냥 좋아하기만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죠. 아무튼 내게는 그게 굉장히 우스웠습니다."

 

"나는 태아의 몸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몸을 신중하게 관찰했죠. 출생 후 나는 내 몸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과, 이마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됐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아기가 무척 우습게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내 기분을 상하게 했죠. 비록 나중에 내 몸이 괜찮아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말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습니다."

 

"출생 체험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매우 화가 났습니다. 난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난 자궁 속에서 발길질을 하고 싸우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출생 후 일단 안심하긴 했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죠. 그때 난 '이곳이 바로 내가 그토록 태어나길 원했던 곳이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난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는데, 친할머니는 심보가 아주 고약했습니다. 처음에 난 그녀가 심통 사나운 간호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내 친할머니더군요."

 

"난 너무 활기찼고 힘이 셌습니다. 하지만 태어나고 나서 섭섭하고 비통한 심정이 되었죠. 분만실의 사람들은 내가 예쁜 아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내가 안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죠. 나를 만지는 사람마다 모두 분명한 마음의 파장을 방출하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신바람이 나서 산도를 미끄러지듯 재빨리 내려가 손쉽게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출생 후엔 내 주변의 여러 곳에서 강렬한 에너지와 긴장된 의식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매우 선명하게 지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식이었습니다."

 

"태어나고 나니 몹시 불편했고, 또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에 비해서 내가 들어가 있는 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어요. 다음 순간, 나는 어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를 열심히 분석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할아버지한테서는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이 한꺼번에 느껴졌죠."

 

"난 태아 속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획보다 일찍 태아의 의식과 내 의식을 합치시키지 않는다면 태아가 살아 남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출생 후 나는 대기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몸을 움직이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몸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죠.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산도의 재체험은 내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몸이 심하게 떨릴 지경이었죠. 산도에서 난 몸을 비비 틀면서 전진했던 것 같습니다. 난 바깥에 나오자마자 엉엉 울고 말았죠. 나는 사람들이 갓난아기란 으레 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상의 경험담들에 대해서는 내가 독자 여러분에게 달리 요약해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아무리 강한 열의를 가지고 출생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일단 물질적인 세계에 들어오면 자신들이 원래 있었던 '빛의 땅'에서 분리된 데서 기인하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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